‘어금니 아빠’ 풀리지 않는 의혹들

신들린 코스튬 플레이…모두 속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명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이영학의 살인사건이 논란에 중심에 섰다. 11년 전 딸만을 생각하며 살겠다던 딸 바보는 딸의 친구를 살해하는 악마가 됐다. 불쌍한 척 연기하며 받아왔던 기부금들은 그의 사치를 위해 쓰였다. 국민 모두가 감쪽같이 속았다. 
 

지난 12일 서울지방청은 ‘어금니아빠’ 이영학의 여중생 살해 및 유기와 관련해 이씨의 성명과 몽타주 등을 일체 국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함께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딸은 제외됐다. 이씨는 자신의 딸의 친구를 집으로 불러들여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도의 한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딸 바보서
살인마로

특히 그의 딸 역시 같이 가담한 혐의로 같은 날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지만 기각됐다. 다만 이씨가 어떤 방법으로 살해를 했는지 여부는 현재까지 조사 중에 있다. 더불어 왜 딸의 친구를 살해 했는지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경찰 당국 등에 따르면 여중생의 부검 결과 시신서 수면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 이번 사건에 대한 개연성을 주목하고 있다. 희귀병에 걸린 딸을 위해 간호하는 착한 아빠의 모습으로 관심을 받았던 이씨였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이씨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과정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딸 이양의 범행 가담 여부와 그의 호화스런 사생활도 석연치 않다. 


‘어금니 아빠’로 언론에 소개된 이씨는 지난 2006년 12월 ‘거대백악종’을 앓는 이씨 부녀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부터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이후 2007년 10월 이씨는 자신과 딸의 이야기를 담은 책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2017년 2월에는 이씨 가족의 사연이 또 다른 다큐멘터리로 방영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씨와 그의 딸은 ‘유전성거대백악종’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을 가진 환자는 전세계에 6명 뿐으로 국내엔 이씨 부녀 2명 뿐이다. 

거대백악종은 치아 뿌리를 감싸고 있는 반투명 또는 백색의 층인 ‘백악질(白堊質)’이 종양으로 인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종양이 자랄수록 얼굴이 뒤틀리고 이로 인해 호흡도 곤란해질 수 있다. 

현대 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하며 성장이 멈출 때까지 수술을 계속해야 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9세에 발병한 거대 백악종으로 2년에 한 번 씩 총 5번에 해당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 과정서 대부분의 치아를 발치해 결국 어금니만 남게 됐다. 

이씨의 살인 사건 이후 이씨가 SNS에 올린 글들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씨는 지난해 트위터에 ‘양아아빠’라는 이름으로 10대 미성년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현재 트위터서 확인할 수 있는 이씨의 계정에는 “꿈꾸는 아이만 열심히 배우고 배워서 성공해라. 참 피팅모델 언니, 유명한 언니 있다”며 “독립 시까지 룸제공, 식대 생활비 모두 제공, 부분 모델 겸 연수함” 등의 내용이 게재됐다. 


“선한 얼굴에 악마 같은 행동”
이영학 이름과 얼굴 전부 공개

이어 “나이 14부터 20 아래까지 개인룸, 샤워실 제공, 기본 스펙 착하고 타투 공부하고”라며 “개인 문제, 가정 학교 문제 상담 환영” 등의 글을 남겼다.

자신의 트위터를 이용해 지난해 18살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여고생을 상대로 성매매를 시도한 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한 그가 친구(팔로우)를 맺은 계정 60여개는 대부분 음란한 사진이나 성매매 알선 글을 올리는 계정들이었다. 
 

한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씨의 이 같은 트위터 글을 종합할 때 성적인 문제와 연관이 깊지 않을까 싶다”며 “보도에 따르면 이영학에게 성기능 장애가 있었고 일종의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성적 자극을 추구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씨가 인터넷에서 1인 성인 마사지숍을 운영했다는 흔적도 새로 발견됐으며 자택에선 성인용품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이씨는 성매매 의혹이 담긴 음란 동영상을 다수 소유한 것으로도 드러기도 했다. 

경찰은 “아내 자살 사건 수사 때 압수했던 이씨의 휴대전화에 연결된 클라우드 계정이 있는데 해당 계정에 성관계 영상들이 있다”며 “어떤 용도인지 명확히 하기 위해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영상에 불특정 다수의 남녀가 나오는 점으로 미뤄 이씨가 성매매를 알선하고 그 장면을 CCTV 등으로 몰래 촬영한 것 아닌지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상에는 지난달 6일 투신자살한 아내 최모(32)씨의 성관계 모습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이씨가 최씨를 이용해 성매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죽음 미스터리
학대하고 방조

이씨는 일식집서 일하던 지난 2003년 부인 최씨(당시 16세)를 만나 딸을 낳았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들은 2005년 10월까지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만 유지했다. 

당시 이들 부부를 만났던 A씨는 “부인 최씨가 주눅들어 보였다”고 기억했다. 딸을 치료했던 주치의 이종호 서울대 치의대 교수 역시 “너무 어린 나이에 출산해서 그런지 부인이 기가 죽어보여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씨 자택 인근 주민 한 명은 “이씨가 러시아 여성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봤는데 아내보다 더 친해 보였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달 1일 이씨의 의붓아버지로부터 지난 2009년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뒤 닷새 만에 투신자살했다.

최씨는 “성적 학대에 시달려 왔다. 지속된 폭행이 견디기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씨는 숨진 아내 최씨를 염하는 과정서 아내 시신에 수차례 입을 맞추는 장면을 스스로 촬영해 일부 언론사에 직접 제보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도 최씨의 죽음에 의문점이 있다고 보고 이씨의 자살방조 등 혐의를 수사 중이다. 

이씨는 11년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자신의 ‘꿈’에 대해 고아원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당시 다수의 매체가 몇 차례에 걸쳐 그의 각종 선행을 보도한 바 있다. 

이씨의 이러한 인터뷰는 2006년 12월 실렸다. 당시 인터뷰서 그는 취재차 나온 기자에게 ‘감옥에 서너 차례 드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이 인터뷰서 자신의 꿈에 대해 고아원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가 나온 2006년 12월은 이씨의 병과 사연이 막 소개되던 시기다. 

당시 이씨는 자전거로 전국을 달리며 자신과 딸의 병에 대해 알렸다. 그가 홈페이지를 만들고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진 지 1년여가 지난 시점이다. 치킨집을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결식아동과 양로원을 지원했던 일, 자신의 책을 판 돈을 모아 기부한 사연 등도 기사에 함께 등장한다. 
이씨는 딸의 치료를 위해 평생을 사는 사람같이 보였다. 


그가 인터뷰한 영상을 살펴보면 절절하기 그지 없다고 한다. “나는 죽어도 좋고 오직 내딸의 치유를 위해 산다”는 모습을 보고 동정을 느낀 시민들도 많다. 

미성년자 여고생 상대로 성매매 시도
성기능 장애 욕구불만 해소 위해 범행

네티즌들은 2006년부터 모금운동을 한 것을 기억하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가학적인 변태 도구나 타투 등 모금을 할 때의 행적들과는 다른 흔적들 앞에서는 멘붕에 빠진다는 반응이다. 

온몸에 문신을 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문신의 내용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온몸을 두른 문신에는 섬뜩한 내용이나 비속적인 내용도 있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적 장애인임에도 어떻게 범행을 계획하고 알리바이까지 만들었는지 미스터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적장애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판정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지적장애라면 사체를 유기할 때 블랙박스를 떼고 다는 것이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이씨의 주장과는 다르게 그가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이 후원금으로 생활해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2009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와 카페, 트위터 등에 “딸을 살리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월세와 공과금이 밀려 걱정”이라며 생활고를 호소했다. 범행 장소인 중랑구 월세 집은 7∼9월 전기료 47만원이 밀려 있었다. 

하지만 이씨가 수입차를 사고 개조하거나 혈통견을 분양하는 등 값비싼 취미생활을 즐긴 흔적이 연이어 발견됐다. 이씨의 이웃들은 그가 에쿠스 리무진 등 여러 대의 고급 차량을 몰고 다녔다고 전했다. 

또한 그와 숨진 부인이 온몸에 한 문신 비용도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씨와 딸, 숨진 아내 최씨는 지난 2007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으며 매달 생계 급여 109만원과 장애 수당 등을 포함해 약 160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부 모은 돈
마음대로 펑펑

이씨가 딸의 수술을 위한 기부금을 지인에게 빌려준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11일 의정부경찰서와 의정부지검,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2010년 4월 이씨의 지인인 길모(40)씨는 이씨의 친누나에게 돈을 부탁하면서 “아버지가 중국서 암으로 투병 중이며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비가 500만원이 부족하다”며 “500만원을 빌려주면 원금 500만원과 이자 40만원을 갚겠다”고 했다. 

이씨는 길씨에게 돈을 건넸다. 이후 돈을 돌려받지 못한 이씨는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사기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길씨는 초범인 점 등이 고려돼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이씨가 빌려준 돈은 딸 희귀병 수술을 위한 기부금이었다. 이씨는 돈을 편취당한 후 자신의 블로그에 “제 딸 병원비랍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후원계좌로 입금된 돈이랍니다. 수십 명이 보낸 소중한 돈”이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이씨는 딸의 수술을 앞두고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서 방송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씨는 기부금을 모으면서 “치료비가 없어서 수술을 못하고 있다. 딸이 죽어간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사람들에게 수술비 기부를 간곡히 호소하던 이씨가 기부금을 치료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이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기부금을 사기당한 사실을 알리며 “같은 암환자라고 속여서 도와준 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어떤 이유로 돈을 빌려줬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의 범행 동기와 심리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가족을 조사하고 있다. 친형과 누나는 평소 가깝게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3남매 중 막내인 이씨는 평소 본인 명의의 포드 토러스 차량뿐 아니라 누나 명의로 된 에쿠스와 친형 지인의 명의로 되어 있는 BMW 차량을 타고 다녔다. 

딸의 치료를 지원했던 사회복지법인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의 가족들은 2005년과 2006년에는 형과 함께 누나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고 한다. 특히 친형 이모씨는 후원금 모금을 위해 자전거 대장정이나 미국으로 떠날 때마다 언론 인터뷰에 등장해 그를 지원했다. 

200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선 “10여년 전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1000원으로 남매 세명이 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마련하게 된 치킨 가게의 일을 도왔다. 이씨는 범행 이후 도피 과정서 친형에게 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고급 차량 소유…문신 값만 수천만원
아내 시신에 키스…계속된 엽기 행각

이씨가 김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남은 의혹은 여전히 많다. 이씨는 범행 하루 전 딸 이양에게 “친구인 김양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한 뒤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이라”고 시켰다. 처음부터 김양을 범행 대상으로 특정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김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딸 이양과 친하게 지냈고 과거에도 집에 자주 놀러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의 부인과도 친밀한 관계였다고도 한다. 

경찰은 이씨가 김양이 잠든 후 무려 24시간가량이나 지난 다음에 살해한 점을 봤을 때 그가 김양에게 성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 딸 이양은 김양이 수면제를 먹고 안방서 잠들어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버지 이씨에게 김양의 상태를 전혀 묻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안방서 이씨와 김양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싫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신의 1차 검안 결과에서는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고 목 졸림 흔적이 발견됐고 강원도 영월의 야산에 유기된 시신은 수습 당시 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이씨의 자택서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성적 도구가 발견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나체로 발견
성도착 환자?

 
이씨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 지난 12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씨와 딸 이양이 범행 동기를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 부녀의 진술이 엇갈리고 신빙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범행 동기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이씨의 동기가 공식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성범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 경찰학과 교수는 “이씨의 전력을 보면 과도한 성적 집착이 있다. 꼭 성폭행이 아니더라도, 관음이나 마찰만으로도 성욕이 충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양이 이씨의 집에 입고 갔던 옷을 이씨가 함부로 던져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며 “옷을 벗기고 이상한 옷을 입혔거나 어떠한 행위를 시켰다면 그 자체가 흔히 말하는 성 도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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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