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MB 반격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39:28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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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보수 방패로 노무현 찌르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의 적폐청산 기조에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위기에 몰렸다.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MB가 더 이상 뒤에 머물긴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MB는 어떤 승부수를 띄울까. <일요시사>는 MB의 반격카드를 들여다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 전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국민 추석인사’ 형식의 글을 올린 이 전 대통령은 문 정부의 전임 정권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해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불거진 의혹
위기의 MB

이 전 대통령은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前前)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여권이 제기한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정치인 사찰 및 2012년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여권의 의혹 제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추가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첫 공식입장을 밝히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만큼 향후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정면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흐름은 MB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고소·고발하면서 여권에선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서 “이 전 대통령이 댓글공작 심리전단 지원을 직접 지시한 보고서가 공개됐다”며 “직접 대답해야 할 차례가 오고 있는 것 같다”고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문 정부 ‘적폐청산’ 이명박 정조준
이구동성 한국당 “정치 보복일 뿐”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MB 저격에 힘을 실었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여론조작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보기관 등을 동원한 불법 여론조작 의혹과 함께 이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조사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공세수위가 높아지자 이 전 대통령 측도 즉각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적폐청산을 하자고 했는데 그 적폐청산의 본질이 뭐냐”며 과거 MB정부까지 수사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현 정부를 겨냥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적폐를 청산하자며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는 건 또 다른 적폐를 낳는 것”이라며 “저도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우리가 진지하고 침착하게 국정 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보자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MB정부서 정무수석을 지낸바 있는 정 의원이 MB정부 책임론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이러한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를 꼬집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요즘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관련한 보도를 보면 치졸하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힐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치졸한 댓글 논쟁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선동하지 말길 바란다”며 “현재 대한민국서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는 한풀이식 정치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이슈
물타기 시도

그렇다면 MB의 현 정부 반격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일명 ‘물타기’로 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슈화가 꼽힌다. 여권의 이명박·박근혜정부 적폐 청산 프레임에 맞서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을 거론하는 것이다. 

반격의 선봉장으론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나선 모양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며 노무현 정부 당시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서 “요즘 댓글 댓글 하는데 댓글 정치 원조는 노무현정부”라며 노무현정부 때인 2006월 2월 국정홍보처 문건을 예로 들었다. 

해당 문건은 지난 2012년 대선 전후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정부 정책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뒤 정식 정부 문서로 내려 보낸 것이어서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또’ 노무현 이슈…물타기 전략  
친이계 모아 보수대결집 노린다

이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해당 문건은 공개적인 정부의 활동이지,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받는 의혹처럼 정보기관을 동원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사찰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 의원이 궁지에 몰리니까 또 다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이전 진보정권 10년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근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도 재점화했다. 

지난달 27일 홍준표 대표는 고려대 교우회관서 열린 고경아카데미 특강서 “본질은 노 전 대통령 가족이 640만달러의 뇌물을 받았느냐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재단이 정진석 의원을 고발한 것에 대해선 “권력을 잡았다고 그 과정서 일어났던 곁가지를 검찰을 이용해 본류인 양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640만달러는 70억원이 넘는 돈인데 뇌물이라면 범죄수익이고 그렇다면 내놔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을 재차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여의도 당사서 열린 추석 민생 점검회의서 전날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주요 사정기관장들이 총출동한 사실을 언급하며 “문재인정부가 반부패 의지가 있다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과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도 특검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보수단체 수사 등에 대해서도 “보수세력의 궤멸을 넘어 씨를 말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소름 끼치는 일”이라며 “정치보복, 내로남불의 사정이 되면 안 된다. 한풀이식 편파수사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이계 주축  
보수통합 플랜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이슈를 띄워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보수대통합을 통한 반격 플랜도 점쳐진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이 포진해있다는 점이 이 전 대통령에겐 유일한 희망이다. 


친이계는 19대와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의 공천학살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나마 친이계 인사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으로는 한국당 심재철, 권성동, 정진석, 이군현,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김영우 최고위원, 정병국, 김용태 의원 등이다. 최근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국당·바른정당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문재인정부의 MB 저격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중진의원들은 만찬회동을 갖고 보수통합 실무 협의체 격인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회동에는 모두 12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한국당에선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의원 등 8명이, 바른정당에선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의원 등 4명이 자리했다. 

이날 김영우 의원은 회동 후 “‘대한민국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되는 것 아니냐’ ‘한국당도, 바른정당도 건강한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약하다. 보수가 뭉치면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주축이 된 ‘열린토론, 미래’도 사실상 양당 통합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이 같은 통합 기류에 대한 비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사실상 바른정당 친이계 인사들은 통합 흐름에 호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수대통합’이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로 인해 야당으로서의 야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이 전 대통령은 보수 통합의 기틀 마련을 주도함으로써 적폐청산 프레임서 벗어날 여지를 만들 수 있다. 만약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에 이르게 된다면 여소야대 국면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분위기
전면에 등장?

MB측근들은 전면에 나서기보단 때를 기다리는 눈치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실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다만 이재오 전 의원이 MB를 대변하고 나섰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이 할일 없어서 남의 사생활이나 간섭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적폐가 있으면 있는 대로 도려내면 되지 이것을 바람몰이, 산양몰이 하듯 매일 여권서 수사하고 잡아가라고 하면 검찰이 없는 적폐라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기무사 테니스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기무부대 내 테니스장을 올해에만 20차례 방문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무사는 군사 관련 정보수집과 수사를 목적으로 창설된 국방부 직할 부대로 군 관계자 외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를 통해 받은 ‘전직 대통령들의 기무사 출입내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인근의 기무부대에 올해에만 20차례 방문해 테니스장을 이용했다. 

김 의원 측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는 전직 대통령이 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근거가 없고 보안이 필요한 군 시설에 민간 테니스 선수들과 함께 출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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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