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MB 반격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39:28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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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보수 방패로 노무현 찌르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의 적폐청산 기조에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위기에 몰렸다.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MB가 더 이상 뒤에 머물긴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MB는 어떤 승부수를 띄울까. <일요시사>는 MB의 반격카드를 들여다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 전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국민 추석인사’ 형식의 글을 올린 이 전 대통령은 문 정부의 전임 정권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해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불거진 의혹
위기의 MB

이 전 대통령은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前前)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여권이 제기한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정치인 사찰 및 2012년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여권의 의혹 제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추가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첫 공식입장을 밝히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만큼 향후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정면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흐름은 MB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고소·고발하면서 여권에선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서 “이 전 대통령이 댓글공작 심리전단 지원을 직접 지시한 보고서가 공개됐다”며 “직접 대답해야 할 차례가 오고 있는 것 같다”고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문 정부 ‘적폐청산’ 이명박 정조준
이구동성 한국당 “정치 보복일 뿐”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MB 저격에 힘을 실었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여론조작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보기관 등을 동원한 불법 여론조작 의혹과 함께 이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조사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공세수위가 높아지자 이 전 대통령 측도 즉각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적폐청산을 하자고 했는데 그 적폐청산의 본질이 뭐냐”며 과거 MB정부까지 수사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현 정부를 겨냥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적폐를 청산하자며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는 건 또 다른 적폐를 낳는 것”이라며 “저도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우리가 진지하고 침착하게 국정 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보자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MB정부서 정무수석을 지낸바 있는 정 의원이 MB정부 책임론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이러한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를 꼬집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요즘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관련한 보도를 보면 치졸하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힐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치졸한 댓글 논쟁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선동하지 말길 바란다”며 “현재 대한민국서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는 한풀이식 정치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이슈
물타기 시도

그렇다면 MB의 현 정부 반격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일명 ‘물타기’로 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슈화가 꼽힌다. 여권의 이명박·박근혜정부 적폐 청산 프레임에 맞서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을 거론하는 것이다. 

반격의 선봉장으론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나선 모양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며 노무현 정부 당시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서 “요즘 댓글 댓글 하는데 댓글 정치 원조는 노무현정부”라며 노무현정부 때인 2006월 2월 국정홍보처 문건을 예로 들었다. 

해당 문건은 지난 2012년 대선 전후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정부 정책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뒤 정식 정부 문서로 내려 보낸 것이어서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또’ 노무현 이슈…물타기 전략  
친이계 모아 보수대결집 노린다

이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해당 문건은 공개적인 정부의 활동이지,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받는 의혹처럼 정보기관을 동원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사찰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 의원이 궁지에 몰리니까 또 다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이전 진보정권 10년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근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도 재점화했다. 

지난달 27일 홍준표 대표는 고려대 교우회관서 열린 고경아카데미 특강서 “본질은 노 전 대통령 가족이 640만달러의 뇌물을 받았느냐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재단이 정진석 의원을 고발한 것에 대해선 “권력을 잡았다고 그 과정서 일어났던 곁가지를 검찰을 이용해 본류인 양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640만달러는 70억원이 넘는 돈인데 뇌물이라면 범죄수익이고 그렇다면 내놔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을 재차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여의도 당사서 열린 추석 민생 점검회의서 전날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주요 사정기관장들이 총출동한 사실을 언급하며 “문재인정부가 반부패 의지가 있다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과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도 특검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보수단체 수사 등에 대해서도 “보수세력의 궤멸을 넘어 씨를 말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소름 끼치는 일”이라며 “정치보복, 내로남불의 사정이 되면 안 된다. 한풀이식 편파수사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이계 주축  
보수통합 플랜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이슈를 띄워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보수대통합을 통한 반격 플랜도 점쳐진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이 포진해있다는 점이 이 전 대통령에겐 유일한 희망이다. 


친이계는 19대와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의 공천학살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나마 친이계 인사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으로는 한국당 심재철, 권성동, 정진석, 이군현,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김영우 최고위원, 정병국, 김용태 의원 등이다. 최근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국당·바른정당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문재인정부의 MB 저격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중진의원들은 만찬회동을 갖고 보수통합 실무 협의체 격인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회동에는 모두 12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한국당에선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의원 등 8명이, 바른정당에선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의원 등 4명이 자리했다. 

이날 김영우 의원은 회동 후 “‘대한민국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되는 것 아니냐’ ‘한국당도, 바른정당도 건강한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약하다. 보수가 뭉치면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주축이 된 ‘열린토론, 미래’도 사실상 양당 통합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이 같은 통합 기류에 대한 비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사실상 바른정당 친이계 인사들은 통합 흐름에 호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수대통합’이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로 인해 야당으로서의 야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이 전 대통령은 보수 통합의 기틀 마련을 주도함으로써 적폐청산 프레임서 벗어날 여지를 만들 수 있다. 만약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에 이르게 된다면 여소야대 국면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분위기
전면에 등장?

MB측근들은 전면에 나서기보단 때를 기다리는 눈치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실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다만 이재오 전 의원이 MB를 대변하고 나섰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이 할일 없어서 남의 사생활이나 간섭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적폐가 있으면 있는 대로 도려내면 되지 이것을 바람몰이, 산양몰이 하듯 매일 여권서 수사하고 잡아가라고 하면 검찰이 없는 적폐라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기무사 테니스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기무부대 내 테니스장을 올해에만 20차례 방문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무사는 군사 관련 정보수집과 수사를 목적으로 창설된 국방부 직할 부대로 군 관계자 외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를 통해 받은 ‘전직 대통령들의 기무사 출입내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인근의 기무부대에 올해에만 20차례 방문해 테니스장을 이용했다. 

김 의원 측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는 전직 대통령이 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근거가 없고 보안이 필요한 군 시설에 민간 테니스 선수들과 함께 출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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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