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풀어야 할 이명박 7대 의혹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25 10:37:32
  • 호수 1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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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MB몰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정원 댓글·블랙리스트에 이어 ‘언론장악’ 문건까지 공개됐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와 정치권의 BBK 재수사까지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겨누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 칼끝이 매섭다. <일요시사>는 현 정부서 시작된 MB 겨냥 프로젝트를 들여다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4년7개월 만에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정부에 날을 세운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탄압한 혐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로 수사에 불씨가 당겨졌지만 국정원의 방송장악·블랙리스트 문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도 청와대에 보고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의혹의 몸통’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외압 의혹
연예인 선봉

MB정부 시절 국정원 주도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MB정부 당시 국정원이 김주성 전 기획조정실장 주도로 문화·연예계 대응을 위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 퇴출 및 반대 등 압박 활동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블랙리스트 압박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 측근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 확인됐다. 해당 명단에는 문화계 6명, 배우 8명, 영화감독 52명, 방송인 8명 등 총 82명이 포함됐다. 

이튿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국정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고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받아 보고 수사팀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MB정부 블랙리스트에 메스를 대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이후 검찰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각각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국정원의 퇴출 압박 활동과 그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피해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수사 의뢰 내용을 토대로 피해 정도가 크거나 본인의 진술 의사가 있는 피해자들 위주로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 필요성이 생긴다면 기존 소환자들을 다시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MB정부의 블랙리스트는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와 규모 및 질적 차이를 보인다. 규모면에선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대상자가 9473명에 달해 압도적이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선언 참여자 등을 모두 넣어 정교하지 못했다.

반면에 MB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질적으로 앞선다. 2010년 10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요청으로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예술단체 내 좌파인사 현황, 제어 관리방안 보고’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정부 비판 촛불집회에 적극 가담한 인물들 15명을 A급으로 두고, 단순 동조자 18명을 B급으로 분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A급은 연예활동에 대한 실질적 제재조치를 받았고, B급은 계도조치를 받는 등 철퇴를 맞았다. 아울러 연예인 소속 기획사 세무조사·특정 프로그램 폐지·라디오 제작자 지방 발령 유도 등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언론도 관리
뿔난 시장님


뿐만 아니라 MB정부는 KBS·MBC 등 방송장악에도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18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원세훈 전 원장 재임 당시 국정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방안’ 등 2건의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기자와 PD의 성향을 사찰해 ‘좌파’로 분류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폐지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공작을 펼쳤다. MBC 문건에는 "참여정부 시절 편파방송을 주도한 인맥이 건재, 노조를 방패막이로 정부시책에 저항하며 주류를 형성한다"며 인적 쇄신을 주문하는 내용이 나온다.
 

또 MBC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3단계 세부 추진 방안을 제시키도 했다. 1단계 ‘간부진 인적 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 2단계 ‘노조 무력화’ 3단계 ‘소유구조 개편 논의’ 등으로 구분됐다.

KBS 문건의 경우도 MBC 문건과 동일한 구조를 보인다. 지난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 담당 부서에서 작성해 같은 해 6월3일 보고된 것으로 확인된 해당 문건에는 면밀한 인사검증을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할 필요가 있다고 기재돼있다.

퇴출 대상으로는 ▲좌편향 간부▲무능·무소신 간부▲비리연루 간부를 지목했다. 

검찰은 MB정부서 벌어진 언론 장악 계획에 대해 실행 여부를 조사할 방침일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 고위층과 방송사 경영진 또는 방송사 담당 정보관과 간부들 간 부적절한 의사 교환이 있었는지도 다뤄질 예정이다.

또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 활동의 일환으로 연예인 출연·섭외권을 가진 PD들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발 블랙리스트·댓글부대 도마
언론 주무르다 역풍 맞나…바짝 긴장

MB정부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동원해 벌인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한 국정원 댓글부대도 빼놓을 수 없다. 댓글부대 활동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본궤도에 오른 상황이다.

MB정부 시절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해 민간인을 동원해 ‘댓글 부대’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지난 19일 구속됐다. 사건의 핵심 고리 중 하나인 민 전 단장이 구속돼 원 전 원장을 포함한 ‘윗선’을 향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민 전 단장은 민간인 외곽팀 운영 혐의가 드러나면서 4년 만에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2010∼2012년 당시 외곽팀을 운영해 불법 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도모하고 수십억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국가 예산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민 전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외곽팀 운영 혐의를 대체로 시인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선 “문제가 되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글 등이 쓰여진 것을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부대 의혹은 ‘최윗선’인 MB를 정면으로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정원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 회의에 참석해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며 “그동안 (국정원)은 저 자신과 제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 댓글로 공격을 일삼았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국가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권력의 모든 책임은 법, 제도에 따라 해야 하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고소·고발 내용의 사실관계 조사를 마친 뒤 이 전 대통령 등 피고소·고발인 조사 일정을 결정할 전망이다. 

탈탈 털기
검 윗선 겨냥

청와대와 여당은 MB를 둘러싼 각종 의혹 중 국정원에 머물지 않고 BBK의혹까지 거론하면서 MB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BBK 가짜 편지’ 사건을 거론했다.


BBK 가짜 편지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김경준씨가 국내로 들어온 것이 이명박 후보를 낙마시키려는 측의 ‘기획’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됐다. 바로 이 편지가 조작된 편지였다는 것이다. 

당시 이 편지를 발표한 사람은 지금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였다. 당시 홍 대표는 자신도 조작 여부를 몰랐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수사 후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박 의원은 당시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가짜 편지에 윗선은 없다고 해서 꼬리를 잘라버렸다. 검찰이 다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만약 박 의원의 주장처럼 BBK 가짜 편지 사건의 윗선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다면 검찰의 칼끝은 MB의 최측근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정부질문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새로운 단서가 추가로 확인되면 재수사 필요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태풍을 예고했다. 

현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유세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이명박정부의 4대강, 자원 외교·방산 비리 등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비리 조사의 핵심은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부정축재 의혹이다. 

야권도 MB에 칼을 겨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 “단군 이래 최대 환경적폐라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진상과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성공한 사업이라 주장하지만 4대강은 ‘보’로 인해 느려져 녹조가 일어나고 생태계 파괴와 농작물피해 등이 발생했다”며 “(4대강 사업은) 생태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적폐”라고 주장했다. 

윗선 겨냥…누구까지 끌고 가나?
위기의 사자방…측근 “정치보복”

감사원은 지난 6월14일 4대강 사업에 대한 4번째 감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예비조사 1차 실지감사를 거쳐 2차 실지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범위는 정책결정부터 성과까지 전방위에 걸쳐 있다.

감사원은 MB정부서 관계 부처들에 탈법·편법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손질하는 과정서 청와대 및 정권 위선의 비정상적인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관계자들에게 추궁할 방침이다. 
 

MB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여당의 공세는 매섭다.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자원외교 부실을 언급했다. 그는 “무리한 자원 개발로 총 20조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했는데 이에 대한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게 누구냐.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10일 당 회의서도 MB의 자원외교는 도마 위에 올랐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해외 자원 개발은 무풍지대로 이명박정부가 수십조원을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사업”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장관, 박영준 전 차관 등 모든 분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구체적으로 수사대상을 언급했다.

당내 적폐청산위원회를 운영 중인 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에 맞춰 자원외교 부분을 공격 포인트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MB정부의 방산비리는 문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두는 부분으로 알려진다.

지난 7월17일 문 대통령은 노무현정부 때 설립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의 재가동을 지시하면서 방산비리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수리온 헬기 납품과 관련해 방사청장의 비리 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도 제시했다. 그는 “개별 방산비리 사건에 대한 감사와 수사는 감사원과 검찰이 자체적, 독립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정기관 일각에선 방산비리 수사가 전 정권 실세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전 정권 실세였던 A씨가 방산업체 K사와 연결돼있어 검찰이 내사 중’이라거나 ‘이명박정부 때 국정원 등에서 해외무기 구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서 정권 핵심인사가 개입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말이 떠돌 정도다.

정가에선 방산비리 수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특혜 비리 의혹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강하게 반발
분열과 갈등

현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MB 측근들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졸렬한 정치보복”이라며 “법적 근거도 약한 적폐청산위원회 등에서 임의로 국가기밀을 다루고 보고하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됐던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도 “무엇을 위한 적폐청산인지 지금 하는 행태들을 보면 되묻고 싶다”며 “결국 피는 피를 부르고 결과적으로 적폐를 청산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분열과 갈등만 남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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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