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풀어야 할 이명박 7대 의혹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25 10:37:32
  • 호수 1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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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MB몰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정원 댓글·블랙리스트에 이어 ‘언론장악’ 문건까지 공개됐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와 정치권의 BBK 재수사까지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겨누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 칼끝이 매섭다. <일요시사>는 현 정부서 시작된 MB 겨냥 프로젝트를 들여다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4년7개월 만에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정부에 날을 세운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탄압한 혐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로 수사에 불씨가 당겨졌지만 국정원의 방송장악·블랙리스트 문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도 청와대에 보고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의혹의 몸통’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외압 의혹
연예인 선봉

MB정부 시절 국정원 주도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MB정부 당시 국정원이 김주성 전 기획조정실장 주도로 문화·연예계 대응을 위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 퇴출 및 반대 등 압박 활동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블랙리스트 압박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 측근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 확인됐다. 해당 명단에는 문화계 6명, 배우 8명, 영화감독 52명, 방송인 8명 등 총 82명이 포함됐다. 

이튿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국정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고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받아 보고 수사팀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MB정부 블랙리스트에 메스를 대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이후 검찰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각각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국정원의 퇴출 압박 활동과 그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피해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수사 의뢰 내용을 토대로 피해 정도가 크거나 본인의 진술 의사가 있는 피해자들 위주로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 필요성이 생긴다면 기존 소환자들을 다시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MB정부의 블랙리스트는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와 규모 및 질적 차이를 보인다. 규모면에선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대상자가 9473명에 달해 압도적이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선언 참여자 등을 모두 넣어 정교하지 못했다.

반면에 MB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질적으로 앞선다. 2010년 10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요청으로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예술단체 내 좌파인사 현황, 제어 관리방안 보고’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정부 비판 촛불집회에 적극 가담한 인물들 15명을 A급으로 두고, 단순 동조자 18명을 B급으로 분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A급은 연예활동에 대한 실질적 제재조치를 받았고, B급은 계도조치를 받는 등 철퇴를 맞았다. 아울러 연예인 소속 기획사 세무조사·특정 프로그램 폐지·라디오 제작자 지방 발령 유도 등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언론도 관리
뿔난 시장님


뿐만 아니라 MB정부는 KBS·MBC 등 방송장악에도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18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원세훈 전 원장 재임 당시 국정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방안’ 등 2건의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기자와 PD의 성향을 사찰해 ‘좌파’로 분류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폐지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공작을 펼쳤다. MBC 문건에는 "참여정부 시절 편파방송을 주도한 인맥이 건재, 노조를 방패막이로 정부시책에 저항하며 주류를 형성한다"며 인적 쇄신을 주문하는 내용이 나온다.
 

또 MBC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3단계 세부 추진 방안을 제시키도 했다. 1단계 ‘간부진 인적 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 2단계 ‘노조 무력화’ 3단계 ‘소유구조 개편 논의’ 등으로 구분됐다.

KBS 문건의 경우도 MBC 문건과 동일한 구조를 보인다. 지난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 담당 부서에서 작성해 같은 해 6월3일 보고된 것으로 확인된 해당 문건에는 면밀한 인사검증을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할 필요가 있다고 기재돼있다.

퇴출 대상으로는 ▲좌편향 간부▲무능·무소신 간부▲비리연루 간부를 지목했다. 

검찰은 MB정부서 벌어진 언론 장악 계획에 대해 실행 여부를 조사할 방침일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 고위층과 방송사 경영진 또는 방송사 담당 정보관과 간부들 간 부적절한 의사 교환이 있었는지도 다뤄질 예정이다.

또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 활동의 일환으로 연예인 출연·섭외권을 가진 PD들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발 블랙리스트·댓글부대 도마
언론 주무르다 역풍 맞나…바짝 긴장

MB정부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동원해 벌인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한 국정원 댓글부대도 빼놓을 수 없다. 댓글부대 활동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본궤도에 오른 상황이다.

MB정부 시절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해 민간인을 동원해 ‘댓글 부대’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지난 19일 구속됐다. 사건의 핵심 고리 중 하나인 민 전 단장이 구속돼 원 전 원장을 포함한 ‘윗선’을 향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민 전 단장은 민간인 외곽팀 운영 혐의가 드러나면서 4년 만에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2010∼2012년 당시 외곽팀을 운영해 불법 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도모하고 수십억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국가 예산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민 전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외곽팀 운영 혐의를 대체로 시인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선 “문제가 되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글 등이 쓰여진 것을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부대 의혹은 ‘최윗선’인 MB를 정면으로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정원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 회의에 참석해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며 “그동안 (국정원)은 저 자신과 제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 댓글로 공격을 일삼았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국가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권력의 모든 책임은 법, 제도에 따라 해야 하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고소·고발 내용의 사실관계 조사를 마친 뒤 이 전 대통령 등 피고소·고발인 조사 일정을 결정할 전망이다. 

탈탈 털기
검 윗선 겨냥

청와대와 여당은 MB를 둘러싼 각종 의혹 중 국정원에 머물지 않고 BBK의혹까지 거론하면서 MB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BBK 가짜 편지’ 사건을 거론했다.


BBK 가짜 편지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김경준씨가 국내로 들어온 것이 이명박 후보를 낙마시키려는 측의 ‘기획’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됐다. 바로 이 편지가 조작된 편지였다는 것이다. 

당시 이 편지를 발표한 사람은 지금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였다. 당시 홍 대표는 자신도 조작 여부를 몰랐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수사 후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박 의원은 당시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가짜 편지에 윗선은 없다고 해서 꼬리를 잘라버렸다. 검찰이 다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만약 박 의원의 주장처럼 BBK 가짜 편지 사건의 윗선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다면 검찰의 칼끝은 MB의 최측근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정부질문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새로운 단서가 추가로 확인되면 재수사 필요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태풍을 예고했다. 

현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유세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이명박정부의 4대강, 자원 외교·방산 비리 등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비리 조사의 핵심은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부정축재 의혹이다. 

야권도 MB에 칼을 겨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 “단군 이래 최대 환경적폐라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진상과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성공한 사업이라 주장하지만 4대강은 ‘보’로 인해 느려져 녹조가 일어나고 생태계 파괴와 농작물피해 등이 발생했다”며 “(4대강 사업은) 생태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적폐”라고 주장했다. 

윗선 겨냥…누구까지 끌고 가나?
위기의 사자방…측근 “정치보복”

감사원은 지난 6월14일 4대강 사업에 대한 4번째 감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예비조사 1차 실지감사를 거쳐 2차 실지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범위는 정책결정부터 성과까지 전방위에 걸쳐 있다.

감사원은 MB정부서 관계 부처들에 탈법·편법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손질하는 과정서 청와대 및 정권 위선의 비정상적인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관계자들에게 추궁할 방침이다. 
 

MB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여당의 공세는 매섭다.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자원외교 부실을 언급했다. 그는 “무리한 자원 개발로 총 20조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했는데 이에 대한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게 누구냐.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10일 당 회의서도 MB의 자원외교는 도마 위에 올랐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해외 자원 개발은 무풍지대로 이명박정부가 수십조원을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사업”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장관, 박영준 전 차관 등 모든 분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구체적으로 수사대상을 언급했다.

당내 적폐청산위원회를 운영 중인 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에 맞춰 자원외교 부분을 공격 포인트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MB정부의 방산비리는 문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두는 부분으로 알려진다.

지난 7월17일 문 대통령은 노무현정부 때 설립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의 재가동을 지시하면서 방산비리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수리온 헬기 납품과 관련해 방사청장의 비리 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도 제시했다. 그는 “개별 방산비리 사건에 대한 감사와 수사는 감사원과 검찰이 자체적, 독립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정기관 일각에선 방산비리 수사가 전 정권 실세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전 정권 실세였던 A씨가 방산업체 K사와 연결돼있어 검찰이 내사 중’이라거나 ‘이명박정부 때 국정원 등에서 해외무기 구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서 정권 핵심인사가 개입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말이 떠돌 정도다.

정가에선 방산비리 수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특혜 비리 의혹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강하게 반발
분열과 갈등

현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MB 측근들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졸렬한 정치보복”이라며 “법적 근거도 약한 적폐청산위원회 등에서 임의로 국가기밀을 다루고 보고하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됐던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도 “무엇을 위한 적폐청산인지 지금 하는 행태들을 보면 되묻고 싶다”며 “결국 피는 피를 부르고 결과적으로 적폐를 청산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분열과 갈등만 남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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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