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친 세풍 ‘키워드5’

세무조사도 적폐청산…걸리면 털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을 목표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정부 기조에 맞춰 세무조사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물론 재계도 예외일 수 없다. 적폐로 분류되면 시작되는 세무조사. 정부의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세무조사를 분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청와대 여민관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서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 문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의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산비리

문 대통령의 일성에 방산업계에 시선이 쏠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3일전인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원가 조작을 통해 개발비를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방산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자연스레 방산관련 업체에 눈길이 쏠리는 모양새가 됐다.


사정당국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동력 삼아 KAI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관련 임직원들을 출국금지하고 협력사 등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하성용 KAI 대표가 20여개 협력업체들 중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과대계상한 후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수사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큰 성과는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수사당국은 당초 분식회계 혐의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수사의 틀을 짰지만 수사 착수 두 달이 흐른 현재 핵심 인물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지 않다. 

특히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채용 관련 의혹이라 전체적인 수사 방향이 이미 틀어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MB 4대강 관련 건설사 정조준
방산비리 일성에 대기업 벌벌

이 같은 상황서 지난달 25일, 국세청서 한화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자 방산비리와 관련된 전선을 넓히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화 측은 통상적인 세무조사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렸다. 조사 4국은 일반적으로 탈세와 관련한 혐의점을 발견했을 경우 조사에 착수한다.
 

따라서 최근 방산비리와 관련해 정부의 의지가 높은 상황서 정부가 KAI 조사에 이어, 방산 관련 주요 계열사가 많은 한화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실제 조세당국은 방산비리 계열사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한화 방산부분, 한화테크원,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김승연 회장 비서실 등 4곳에 대해 회계와 재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한화테크원의 경우 KAI의 수리온 헬기와 고등훈력기 T-50, 경공격기 FA-50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한화시스템은 전장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한화는 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와의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된 기업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앞서 세 차례의 면세점 특허심사서 관세청이 점수 조작으로 결과가 바뀌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락이 바뀐 업체 가운데 심사에 통과한 업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특히 시기가 박근혜정부 시절이었기 때문에 최순실 국정 농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면세점 사업권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은 고조됐다.

한화 역시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된 업체 가운데 한 곳이었다. 2015년 11월 면세점 사업권을 땄지만 이 과정서 점수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박근혜정부 시절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서 비리가 있었다고 발표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이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세무조사에 따라 수상한 자금의 흐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한화의 상황이 더욱 비관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는 현재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이태종 한화 대표이사는 최근 세무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배경을 잘 모른다. 정도경영을 해왔으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선 정부의 사정기관이 칼날을 겨누고 있는 한화의 상황을 ‘시계 제로’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면세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한화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때문만은 아니다. 건설사로서 면세점을 새먹거리로 택한 현대사업개발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요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소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회계장부를 영치하는 등 세무조사에 나섰다. 현대산업개발 본사뿐만 아니라 HDC그룹 계열사 일부에도 조사요원이 파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HDC신라면세점 관련 의혹을 겨냥한 세무조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손을 잡고 사업권을 따내 현재 서울 용산서 영업 중이다.

물론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사인 만큼 건설업계 역시 이번 세무조사를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후 이명박정부 시절 국책 사업인 4대강 관련 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당시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의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었다.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SK건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4대강 관련 감사를 위한 세무조사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요원들이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건설 본사에 투입되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2012년 4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조사를 받은 지 5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정부가 4대강 관련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국정 농단

또 공정거래위원회서 적폐로 분류되는 불공정하도급 문제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기조에 발맞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월 공정위원장직에 오르면서 불공정하도급 문제를 척결할 것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 부는 긴장감은 상당했다. 현재 공정위의 행보는 불공정하도급을 개선하기 위해 실태 조사에 착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정위는 최근 대림산업의 최대주주 대림코퍼레이션과 부영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이번 SK건설의 세무조사를 두고 불공정하도급 조사에 대한 전초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 것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SK건설이 하도급업체와 체결한 공사계약서와 달리 대금을 부풀려 계산서를 발행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하청업체에 부당한 갑질 또는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조세를 포탈한 흔적은 없는지, 그리고 정상적으로 법인세를 신고 및 납부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으로 보인다.

최순실 그림자 면세업계 긴장
프랜차이즈 갑질에도 ‘메스’

SK건설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기업에도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마무리돼 추후 상황에 주목되고 있다. 국세청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조세회피 행위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방침을 세워 관심이 모이고 있다. 

<조세일보>에 따르면 앞서 미국의 종합금융회사인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다국적기업

지난 4월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조사요원들은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에 들어가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세거래조사국은 통상 기업의 역외탈세와 해외거래 흐름을 조사한다. 일정 지분율 이상의 외국 투자법인 등을 주로 조사하며 국내법인 가운데서도 국제거래가 활발한 기업에 대해 조사하기도 한다.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측은 올해 1월10일부터 현재까지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 국제조사1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세무조사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 조사 결과에 따라 세금 리스크가 같은 씨티그룹 기업집단에 속한 한국씨티은행까지 옮겨 붙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앞선 2015년 2월부터 5월까지 해외용역비 과다 문제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경영자문료라는 명목으로 미국 본사 등 해외에 자금을 송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계 기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커피브랜드 스타벅스, 명품브랜드 루이뷔통, 구찌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수익은 본사인 외국으로 송금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로열티나 배당, 용역비 등을 통해 본사에 수익을 보내는 데 그 규모가 비공개라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씨티그룹의 세무조사는 단순 세무조사로 그칠지 전선이 확대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국세청이 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을 세무조사 실시하면서 프랜차이즈 관련 업체를 사정 칼날 위에 올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선 미스터피자의 MP그룹이나 bbq의 제너시스와 같이 논란이 있었던 프랜차이즈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 25일 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박기영 회장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프랜차이즈 본부의 편법적 탈세를 엄정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갑질 사태 등과 무관하게 지난해 주식 변동이 있어 그와 관련된 문제로 세무조사를 받은 것”이라며 “2주 전에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 세무조사 사항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박기영 회장은 영유아 놀이 교육 프로그램 ‘짐보리’를 국내에 들여온 짐월드 대표다. 지난 1월 제6대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편법 승계

대표적인 적폐 의혹 기업으로 분류돼 사정 칼날에 선 기업도 있다. 하림이 그 주인공이다. 하림은 얼마 전인 2015년 특별 세무조사가 있은 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세무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림은 공정위가 적폐라고 판단하고 있는 ‘경영권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두 가지 사항 모두 해당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최근 편법 경영권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10조원에 달하는 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서 증여세 100억원을 내는데 그쳤으며 이 또한 사실상 회사가 대납해줬다는 비난이 일었기 때문이다.

준영씨는 20살이던 2012년 김 회장으로부터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받았고,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통해 하림그룹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지배력을 확보했다. 

에코캐피탈은 올품의 100% 자회사로, 2015년 올품이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로부터 매수한 후 사실상 준영씨 개인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하림 역시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후 상황이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논란의 세무조사 “다시 꺼낸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달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 없이는 국민이 바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일부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지난달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세청은 이날 발표한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통해 과거 정치적 논란이 됐던 세무조사를 돌이켜보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한 청장은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별도 TF를 구성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세정집행의 공과를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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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