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민중정당 창당의 비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1 10:22:15
  • 호수 1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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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에 그 색깔…제2의 통진당?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새민중정당이 공식 출범했다. 새민중정당은 ‘국민주권시대 완성’ ‘민중의 직접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해산된 통진당 출신들이 새민중정당의 주축을 이뤄 사실상 ‘제2의 통진당’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민중정당이 노동자와 농민, 빈민과의 적극적 연대를 기치로 내걸로 지난 3일 공식 창당을 선언했다. 새민중정당 창당준비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서 당원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당대회를 열고 ‘민중의 단합에 기초한 당’ ‘자주와 평등의 새 시대를 여는 당’ ‘촛불시대 정당’을 다짐했다. 

부활 신호탄?

새민중정당 당 대표에는 무소속 김종훈 의원이, 원대대표에는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 각각 추대됐다. 강규혁 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노동대표로,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치위원장은 농민대표로, 이영순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여성대표로 각각 합류했다. 

민중정당은 10대 기본정책으로 ▲직접민주주의 구현 통한 국민주권시대 완성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 건설 ▲민중의 직접 정치 실현 ▲진보 집권 ▲종속적 한미동맹 체제 폐기 등 민족의 자주권 확립 ▲민중이 경제의 주인이 되는 평등사회 실현 ▲전쟁과 분단 체제 해체 ▲존중과 포용의 사회 실현 ▲성평등 실현 ▲생태위기 극복 등을 내세웠다. 새민중정당은 다음 달 중순 민중연합당과의 합당도 준비하고 있다.

새민중정당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 할 김 대표, 윤 원내대표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동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출신이며 윤 원내대표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출신이다. 


두 사람을 출신뿐만 아니라 정치적 행보도 유사하다. 김 대표는 울산광역시의원, 울산광역시 동구청장을 지낸 뒤 지난해 국회에 입성했다. 윤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울산시의원, 울산북구청장을 거쳐 지난해 총선서 승리했다. 

두 사람 모두 우리겨레하나되기란 단체에 몸담기도 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는  ‘북한 동포 지원’ ‘남북 사회문화교류’ ‘평화와 통일 가치’란 목표를 가지고 2004년에 창립한 대북지원 NGO다. 또 다른 공통점은 ‘노동자’ 중심의 의정활동을 들 수 있다.

김 대표의 경우 지난 6월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앞에서 민노총과 함께 단식을 진행해 노동자 권익을 대변했다. 또, 고용관련 법인 ‘고용정책기본법 일부법률개정안’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윤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지위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특고 노동자 행정지침으로 노조설립을 인정하라”고 촉구키도 했다. 지난해에는 ‘쉬운해고금지법’을 1호법안으로 내 노동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최근 새민중정당 창당으로 함께 뭉친 두 사람은 새민중정당의 세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유능한 정치인을 선별·선출하던 시대는 갔다”며 “특정 정치인보다 민중의 단결과 행동이 보다 유능하다는 것을 촛불혁명은 보여줬다”며 새민중정당의 창당 배경과 역할을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도 새민중정당 창당에 앞서 “새로운 진보정당은 촛불시민혁명 정신을 제대로 모아 가는 정당이어야 한다”며 “정치적 소외계층인 비정규직·농민·노점상·아이엄마가 직접 정치에 참여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정당은 대부분 지역정당”이라며 “이를 극복하는 철저한 계급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훈·윤종오 주축 공식 출범
민중연합당과 합당 앞두고 뒷말

새민중정당이 진보진영의 새로운 이정표 역할을 자임하며 정당을 창당했지만 일각에선 과거 해산된 ‘통진당’의 부활이 아니겠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통진당 출신들이 새민중정당 창당에 주축 멤버들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 윤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중의 꿈’ 강병기 상임대표, 김창현 진보대통합추진위원장 등이 통진당 출신이다. 

새민중정당의 주요 인물들의 출신뿐만 아니라 강령에 있어서도 ‘제2의 통진당’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졌다. 지난 5일 중앙선관위가 공고한 새민중정당 기본정책(강령)에 따르면 통진당이 핵심 강령으로 도입한 ‘진보적 민주주의’는 담지 않았지만 이는 통진당과의 유사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결정문을 통해 “폭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입장이 이석기 전 의원 등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됐다”며 진보적 민주주의를 해산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그 대신 새민중정당은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청년학생 등 민중의 직접정치를 실현하고 민중 자신의 힘으로 노동 존중, 인간 존중의 새로운 사회를 실현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한미동맹 등에 대해선 과거 통진당과 강령이 유사하다. 

새민중정당은 “종속적 한미동맹 체제를 폐기해 사회 전 분야서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한다”고 주장했다. 통진당도 “주한민군을 철수시키고 종속적 한미동맹 체제를 해체해 동북아 다자평화협력체제로 전환한다”고 강령을 내세운 바 있다. 

또 새민중정당이 “초국적 자본 및 재벌독점체제를 해체한다”고 주장한 부분과 통진당이 “초국적 독점 자본과 재벌의 횡포와 수탈로 얼룩져온 오욕의 역사를 바로잡는다”고 한 점도 유사하다. 

이밖에 새민중정당은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외에도 “갑오농민전쟁과 7∼9월 노동자 투쟁, 촛불혁명 등 도도히 이어져온 민중투쟁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한 정당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세상을 건설한다”고 기본정책에 담았다.

이는 통진당이 3·1운동 등 외에도 강령에 “갑오농민전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 촛불항쟁 등 도도히 이어져온 민중이 저항과 투쟁을 계승하는 정당”이라고 한 부분과 사실상 일치한다. 


유사한 강령

정당법 40조에 따르면, 정당이 헌재의 결정으로 해산된 때에는 해산된 정당의 강령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사 정당 창당을 제한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새민중정당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헌재의 해산 결정이 선례가 없었고 정당 활동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해석했다”며 “북한 체제를 따른다는 내용 등이 있는지를 위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진보당은?

통진당은 2011년 12월6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통합해 창당했다.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 위해 뭉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보편적 복지사회 실현, 보편적 의료보장체계 구축, 교육의 공공성 확보, 국민 기본생활 보장,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요 강령으로 했다. 


19대 총선에선 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을 얻어 당시 새누리당·민주통합당에 이어 원내 제3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 직후 비례대표 경선 과정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내분으로 당은 약 10개월 만에 분당 수순을 밟는다. 

2013년 8월에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면서 통진당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국정원은 이석기 전 의원을 내란음모와 선동 및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국회에서는 이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같은 해 11월 통진당은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으로 헌재에 넘겨진다. 

결국 통진당은 2014년 12월19일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고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노선을 같이 한다’는 이유로 해산됐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법으로 정당이 해산된 것이고 소속 국회의원들도 자연 의원직을 상실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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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