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영풍그룹’ 사외이사 막전막후

빵빵한 사람들로 꽉꽉…방패막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영풍그룹의 관료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평균이 43%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 ‘관피아’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수치라 비난이 불가피하다. 논란의 사외이사를 <일요시사>서 정리했다.
 

관료출신 사외이사에게 붙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와 관료의 합성어 ‘관피아’다. 관피아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민관 유착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점이 수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관 유착
전관예우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5년 3월31일부터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공무원이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나 대학 병원 등 비영리법인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법망을 교묘히 피해 관료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관피아 논란은 여전하다.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앞장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금지법 등의 규제정책을 내놓다보니 소위 힘센 기관 출신들이 기업서 방패막이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18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609명과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상위 100대 기업 사외이사 815명의 출신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한국은 ‘관료’, 미국은 ‘재계’ 출신 사외이사를 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235명으로 38.6%에 달했다. 다음은 186명을 배출한 학계로 30.5%를 차지했다. 
 

미국기업들이 사외이사로 가장 선호하는 재계 인사는 97명으로 15.9%에 불과했다. 그외 언론(25명, 4.1%), 공공기관(24명, 3.9%), 법조(17명, 2.8%), 세무회계(14명, 2.3%), 정계(4명, 0.7%) 출신 순이었다.

반면 포춘 100대 기업의 경우는 815명의 사외이사 중 재계 출신이 603명(74.0%)으로 4분의 3에 달했다. 반대로 관료 출신은 10%도 못되는 81명(9.9%)에 그쳤다. 그 다음은 학계 57명(7.0%), 세무회계 31명(3.8%), 언론 15명(1.8%), 법조 12명(1.5%), 정계 8명(1.0%) 순이었다.

미국의 경우는 경쟁사 CEO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정도로 재계 전문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국내 대기업은 권력기관 출신을 더 선호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방패용 사외이사가 더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관계 유력 인사들 포진
관료 출신 비중 70% 달해 

이 같은 상황서 영풍그룹의 사외이사에 눈길이 쏠렸다. 재계서열 30위인 영풍그룹은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일요시사>가 영풍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회사 사외이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영풍, 고려아연, 시그네틱스, 코리아써키드, 영풍정밀, 인터플렉스 등 6개사의 사외이사 가운데 관료출신의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영풍의 경우 최문선, 장성기, 신정수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최문선 이사의 경우 영풍통산 대표이사와 영풍 상근감사를 겸하고 있다. 최 이사의 경우 올해 나이 77세로 대기업 사외이사 가운데 최고령(2015년 기준)으로 재계 출신이다. 

최 이사의 경우 사외이사 자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 이사는 1964년 영풍에 입사해 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또,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계열사 영풍통상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이하 CGCG)는 “계열회사 전현직 임원으로 근무했던 최 이사의 경우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장성기, 신정수 이사 등은 모두 관료출신으로서 관피아 논란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장 이사는 전 환경부 경인지방청장 출신이다. 그의 선임이 논란이 된 것은 관료출신이라는 점 뿐아니라 장기 재임으로 인한 독립성 훼손 문제도 부각됐다.

지난 3월 재선임에 성공한 장 이사는 2009년 처음으로 사외이사직에 올랐다. 2005년부터 2015년 3월가지는 계열사 코리아써키트의 사외이사직을 맡았으며 코리아써키트가 최대주주인 인터플렉스 사외이사를 2005~2009년까지 지낸 바 있다.

다른 그룹보다 
2배나 많네∼

CGCG는 “회사 및 계열회사에 9년 이상 장기간 사외이사로 활동할 경우 지배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이미 10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한 장성기 사외이사의 재선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신 이사 역시 관료 출신으로서 자격 논란이 있었다. 그는 전 국무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15년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영풍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문제는 그의 선임이 상법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CGCG는 “상법에서는 ‘해당 상장회사의 정기주주총회일 현재 그 회사가 자본금의 100분의 5 이상을 출자한 법인의 이사·집행임원·감사 및 피용자는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영풍이 36.13%을 보유하고 있는 코리아써키트의 사외이사는 영풍의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 이사의 사외이사 활동이 상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이들 사외이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영풍의 사외이사가 처리한 안건은 ▲외부회계감사인 선임건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평가보고 ▲제66기 감사보고서 확정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장 선임의 건 등 총 4건으로 이들은 모두 찬성에 표를 던졌다.

관료출신 사외이사는 영풍 외 계열사에도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해 이들 이사는 1인당 평균 2010만원을 보수로 가져갔다.

고려아연은 사외이사로 김종순, 이진강, 한철수, 주봉현, 이채필 이사 등 전부 관료출신으로 채웠다. 김 이사의 경우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다. 

중부지방국체청 조사3국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국세청 조사1국 과장을 거쳤으며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과장의 경험까지 있으며 역삼세무서장을 끝으로 35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현재는 세무법인 세율의 회장으로 법인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진강 사외이사는 검찰 출신이다. 1943년 생인 그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1965년 제5회 사법시험을 합격했다. 1988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1993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지청장 등을 거쳤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철수 이사는 ‘재계의 검찰’이라 불리우는 공정거래위원회서 공직 생활을 했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인 한 이사는 경제기획원 핵심부서 종합기획관과 총괄사무관을 역임했다. 공정위서는 제도개선기획단장과 카르텔조사단 등 요직을 거쳤다. 

사무처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친 한 이사는 올 3월 고려아연의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육사 출신인 주봉현 사외이사도 관료 출신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행정대학원을 거친 그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 조정위원장(1급)을 역임했다.

이채필 사외이사는 1992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2002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을 거쳤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3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하이마트서도 사외이사 직을 맡고 있어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상법상 상장법인의 사외이사는 해당 상장법인을 제외한 2개 이상의 다른 회사(비상장기업 포함)의 이사·집행임원·감사를 겸직할 수 없다.

고려아연의 사외이사들은 모든 안건에 찬성 표를 던졌다. 올해 이사회의 주요 의결사항은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 잔여지분 인수의 건 ▲대표이사 선임 및 직위 선정의 건 ▲이사 경업 승인 건 등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사외이사에게 1인당 평균 6600원의 보수를 챙겨줬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서 책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100% 찬성
두둑한 보수

시그네틱스는 심일선, Neil Yoohoon Kim 등 2명이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심 이사는 정치인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주요 기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는 한국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산재의료관리원 감사 등을 역임했다. 

제6대 산재의료관리원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내 이사장으로 활동한 심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사퇴압력을 받고 물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Neil Yoohoon Kim은  버클리공대를 졸업하고 (전)브로드컴 캘리포니아 기술 생산 부사장,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시그네틱스 사외이사 역시 올해 처리된 중요 의결사항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심 이사는 100% 참석률을 보였으나 Neil Yoohoon Kim 이사는 올해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의안 내용은 ▲한국산업은행 산업시설자금대출 기한 연장의 건 ▲ KEB하나은행 운전자금 약정내용 변경의 건 ▲ 한국산업은행 외화 및 산업시설자금대출 기한 연장의 건 등이다. 주로 은행 관련 의안내용이 처리된 점이 눈길을 끈다. 

시그네틱스는 지난해 이들 사외이사에 41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코리아써키트에는 앞서 소개한 영풍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정수 이사가 상반기 기준 유일하게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Neil Yoohoon Kim은 올해 3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퇴임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사외이사 한명당 평균 38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Neil Yoohoon Kim 이사는 안건 회의에 전부 불참했으나 신 사외이사는 100%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 안건 내용은 ▲이사 선임의 건(사외이사 포함)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이사회 의장 선임의 건 ▲ 대표이사 선임의 건 등이다.

영풍정밀은 정관계와 재계 인사를 고루 선임했다. 한봉훈 사외이사의 경우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출신으로 현재 액센추어 코리아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관피아 논란에도 비중 확대
정치인 공공기관장도 선호

김선우 사외이사는 언론인 출신이다. 한국방송공사 이사, 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총 5회 사외이사로 활동했는데 영풍그룹 비관료 출신 가운데 연임횟수가 가장 많았다.

신재국 이사는 국세관료 출신이다. 그는 9급 공채로 국세청에 투신해 역삼·서초 ·반포·용산·광화문·구로·남대문·중부산 세무서를 거쳐 국세청 국제조사과,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등에서 근무했다. 
 

또한 서초·홍천 세무서장을 역임했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과장, 국세청조사2과장, 광주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직 등 요직을 거쳤다.

이들 역시 주요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졌다. 안건 내용은 ▲이익배당(안) 결의의 건▲감사위원회위원 후보자 추천의 건▲이사 보수한도 승인요청액 결정의 건 ▲대표이사 선임의 건 등이었다. 

회사는 이들에게 1인 평균 5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인터플렉스는 코리아써키트 사외이사인 심일선 사외이사에 직을 또 맡겼다. 올해 심 이사는 인터플랙스에서도 주요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내용은 ▲KEB하나은행(전 외환) 여신변경의 건▲금전채권신탁계약의 건▲유상증자 결의의 건 ▲미국지사 설립의 건 등이다. 

인터플렉스는 심 이사에게 지난해 3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결과적으로 영풍그룹의 총 15명(중복허용)의 사외이사 가운데 10명이 관료출신이었다. 총 사외이사대비 66% 비중. 이는 전년 56% 대비 10% 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또한 공공기관장과 정치인까지 포함하면 13명이 정관계 출신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들 사외이사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 독립성에 의문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풍그룹의 사외이사는 평균 3.6번 연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함없는 고집
도대체 이유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 상위권인 영풍그룹은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 많은 논란 요소가 있지만 적극적인 개선 방안엔 미온적인 모습”이라며 “관료출신 사외이사 역시 매년 논란이 되는 가운데 올해 그 비중을 대폭 늘리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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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