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영풍그룹’ 사외이사 막전막후

빵빵한 사람들로 꽉꽉…방패막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영풍그룹의 관료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평균이 43%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 ‘관피아’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수치라 비난이 불가피하다. 논란의 사외이사를 <일요시사>서 정리했다.
 

관료출신 사외이사에게 붙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와 관료의 합성어 ‘관피아’다. 관피아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민관 유착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점이 수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관 유착
전관예우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5년 3월31일부터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공무원이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나 대학 병원 등 비영리법인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법망을 교묘히 피해 관료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관피아 논란은 여전하다.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앞장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금지법 등의 규제정책을 내놓다보니 소위 힘센 기관 출신들이 기업서 방패막이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18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609명과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상위 100대 기업 사외이사 815명의 출신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한국은 ‘관료’, 미국은 ‘재계’ 출신 사외이사를 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235명으로 38.6%에 달했다. 다음은 186명을 배출한 학계로 30.5%를 차지했다. 
 

미국기업들이 사외이사로 가장 선호하는 재계 인사는 97명으로 15.9%에 불과했다. 그외 언론(25명, 4.1%), 공공기관(24명, 3.9%), 법조(17명, 2.8%), 세무회계(14명, 2.3%), 정계(4명, 0.7%) 출신 순이었다.

반면 포춘 100대 기업의 경우는 815명의 사외이사 중 재계 출신이 603명(74.0%)으로 4분의 3에 달했다. 반대로 관료 출신은 10%도 못되는 81명(9.9%)에 그쳤다. 그 다음은 학계 57명(7.0%), 세무회계 31명(3.8%), 언론 15명(1.8%), 법조 12명(1.5%), 정계 8명(1.0%) 순이었다.

미국의 경우는 경쟁사 CEO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정도로 재계 전문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국내 대기업은 권력기관 출신을 더 선호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방패용 사외이사가 더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관계 유력 인사들 포진
관료 출신 비중 70% 달해 

이 같은 상황서 영풍그룹의 사외이사에 눈길이 쏠렸다. 재계서열 30위인 영풍그룹은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일요시사>가 영풍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회사 사외이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영풍, 고려아연, 시그네틱스, 코리아써키드, 영풍정밀, 인터플렉스 등 6개사의 사외이사 가운데 관료출신의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영풍의 경우 최문선, 장성기, 신정수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최문선 이사의 경우 영풍통산 대표이사와 영풍 상근감사를 겸하고 있다. 최 이사의 경우 올해 나이 77세로 대기업 사외이사 가운데 최고령(2015년 기준)으로 재계 출신이다. 

최 이사의 경우 사외이사 자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 이사는 1964년 영풍에 입사해 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또,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계열사 영풍통상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이하 CGCG)는 “계열회사 전현직 임원으로 근무했던 최 이사의 경우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장성기, 신정수 이사 등은 모두 관료출신으로서 관피아 논란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장 이사는 전 환경부 경인지방청장 출신이다. 그의 선임이 논란이 된 것은 관료출신이라는 점 뿐아니라 장기 재임으로 인한 독립성 훼손 문제도 부각됐다.

지난 3월 재선임에 성공한 장 이사는 2009년 처음으로 사외이사직에 올랐다. 2005년부터 2015년 3월가지는 계열사 코리아써키트의 사외이사직을 맡았으며 코리아써키트가 최대주주인 인터플렉스 사외이사를 2005~2009년까지 지낸 바 있다.

다른 그룹보다 
2배나 많네∼

CGCG는 “회사 및 계열회사에 9년 이상 장기간 사외이사로 활동할 경우 지배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이미 10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한 장성기 사외이사의 재선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신 이사 역시 관료 출신으로서 자격 논란이 있었다. 그는 전 국무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15년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영풍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문제는 그의 선임이 상법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CGCG는 “상법에서는 ‘해당 상장회사의 정기주주총회일 현재 그 회사가 자본금의 100분의 5 이상을 출자한 법인의 이사·집행임원·감사 및 피용자는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영풍이 36.13%을 보유하고 있는 코리아써키트의 사외이사는 영풍의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 이사의 사외이사 활동이 상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이들 사외이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영풍의 사외이사가 처리한 안건은 ▲외부회계감사인 선임건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평가보고 ▲제66기 감사보고서 확정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장 선임의 건 등 총 4건으로 이들은 모두 찬성에 표를 던졌다.

관료출신 사외이사는 영풍 외 계열사에도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해 이들 이사는 1인당 평균 2010만원을 보수로 가져갔다.

고려아연은 사외이사로 김종순, 이진강, 한철수, 주봉현, 이채필 이사 등 전부 관료출신으로 채웠다. 김 이사의 경우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다. 

중부지방국체청 조사3국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국세청 조사1국 과장을 거쳤으며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과장의 경험까지 있으며 역삼세무서장을 끝으로 35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현재는 세무법인 세율의 회장으로 법인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진강 사외이사는 검찰 출신이다. 1943년 생인 그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1965년 제5회 사법시험을 합격했다. 1988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1993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지청장 등을 거쳤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철수 이사는 ‘재계의 검찰’이라 불리우는 공정거래위원회서 공직 생활을 했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인 한 이사는 경제기획원 핵심부서 종합기획관과 총괄사무관을 역임했다. 공정위서는 제도개선기획단장과 카르텔조사단 등 요직을 거쳤다. 

사무처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친 한 이사는 올 3월 고려아연의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육사 출신인 주봉현 사외이사도 관료 출신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행정대학원을 거친 그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 조정위원장(1급)을 역임했다.

이채필 사외이사는 1992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2002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을 거쳤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3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하이마트서도 사외이사 직을 맡고 있어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상법상 상장법인의 사외이사는 해당 상장법인을 제외한 2개 이상의 다른 회사(비상장기업 포함)의 이사·집행임원·감사를 겸직할 수 없다.

고려아연의 사외이사들은 모든 안건에 찬성 표를 던졌다. 올해 이사회의 주요 의결사항은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 잔여지분 인수의 건 ▲대표이사 선임 및 직위 선정의 건 ▲이사 경업 승인 건 등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사외이사에게 1인당 평균 6600원의 보수를 챙겨줬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서 책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100% 찬성
두둑한 보수

시그네틱스는 심일선, Neil Yoohoon Kim 등 2명이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심 이사는 정치인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주요 기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는 한국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산재의료관리원 감사 등을 역임했다. 

제6대 산재의료관리원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내 이사장으로 활동한 심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사퇴압력을 받고 물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Neil Yoohoon Kim은  버클리공대를 졸업하고 (전)브로드컴 캘리포니아 기술 생산 부사장,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시그네틱스 사외이사 역시 올해 처리된 중요 의결사항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심 이사는 100% 참석률을 보였으나 Neil Yoohoon Kim 이사는 올해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의안 내용은 ▲한국산업은행 산업시설자금대출 기한 연장의 건 ▲ KEB하나은행 운전자금 약정내용 변경의 건 ▲ 한국산업은행 외화 및 산업시설자금대출 기한 연장의 건 등이다. 주로 은행 관련 의안내용이 처리된 점이 눈길을 끈다. 

시그네틱스는 지난해 이들 사외이사에 41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코리아써키트에는 앞서 소개한 영풍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정수 이사가 상반기 기준 유일하게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Neil Yoohoon Kim은 올해 3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퇴임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사외이사 한명당 평균 38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Neil Yoohoon Kim 이사는 안건 회의에 전부 불참했으나 신 사외이사는 100%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 안건 내용은 ▲이사 선임의 건(사외이사 포함)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이사회 의장 선임의 건 ▲ 대표이사 선임의 건 등이다.

영풍정밀은 정관계와 재계 인사를 고루 선임했다. 한봉훈 사외이사의 경우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출신으로 현재 액센추어 코리아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관피아 논란에도 비중 확대
정치인 공공기관장도 선호

김선우 사외이사는 언론인 출신이다. 한국방송공사 이사, 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총 5회 사외이사로 활동했는데 영풍그룹 비관료 출신 가운데 연임횟수가 가장 많았다.

신재국 이사는 국세관료 출신이다. 그는 9급 공채로 국세청에 투신해 역삼·서초 ·반포·용산·광화문·구로·남대문·중부산 세무서를 거쳐 국세청 국제조사과,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등에서 근무했다. 
 

또한 서초·홍천 세무서장을 역임했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과장, 국세청조사2과장, 광주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직 등 요직을 거쳤다.

이들 역시 주요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졌다. 안건 내용은 ▲이익배당(안) 결의의 건▲감사위원회위원 후보자 추천의 건▲이사 보수한도 승인요청액 결정의 건 ▲대표이사 선임의 건 등이었다. 

회사는 이들에게 1인 평균 5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인터플렉스는 코리아써키트 사외이사인 심일선 사외이사에 직을 또 맡겼다. 올해 심 이사는 인터플랙스에서도 주요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내용은 ▲KEB하나은행(전 외환) 여신변경의 건▲금전채권신탁계약의 건▲유상증자 결의의 건 ▲미국지사 설립의 건 등이다. 

인터플렉스는 심 이사에게 지난해 3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결과적으로 영풍그룹의 총 15명(중복허용)의 사외이사 가운데 10명이 관료출신이었다. 총 사외이사대비 66% 비중. 이는 전년 56% 대비 10% 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또한 공공기관장과 정치인까지 포함하면 13명이 정관계 출신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들 사외이사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 독립성에 의문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풍그룹의 사외이사는 평균 3.6번 연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함없는 고집
도대체 이유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 상위권인 영풍그룹은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 많은 논란 요소가 있지만 적극적인 개선 방안엔 미온적인 모습”이라며 “관료출신 사외이사 역시 매년 논란이 되는 가운데 올해 그 비중을 대폭 늘리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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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