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덮친’ 국정 농단 그림자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04 10:35:06
  • 호수 1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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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커넥션에 최순실 아른아른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거제에 국정 농단의 그림자가 덮쳤다. 현대산업개발과 거제시의 ‘1조-70억 짬짜미’ 논란에 최순실씨가 언급된 것. 지역 정가에선 ‘최순실-박창민-권민호’ 3인방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요시사>는 현재 진행형인 거제시 짬짜미 논란의 전후를 살펴봤다. 
 

우선 거제와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관계는 2005년 시작됐다. 거제 장승포(옥포) 하수관거정비공사 사업(2005년 8월1일∼2008년 4월30일)을 현산이 맡으면서부터다. 해당 공사에 비리가 드러나면서 현산 직원 등 9명이 배임수재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다. 

1조-70억 짬짜미

이때부터 현산에 대한 거제시의 맹공이 시작된다. 2009년 9월10일 부정당업자 제한처분을 가한다. 이로써 현산은 지방계약법 제31조에 의거해 5개월간 입찰참가 자격제한을 받는다. 해당 제한으로 현산이 주장한 수주손실액은 약 1조2629억에 이른다.

이듬해 현산은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진행한다. 현산은 1심서 승소했지만 2심 법정은 거제시 손을 들어줬다. 발에 불이 떨어진 현산은 2013년 4월1일 거제시에 ‘현대산업개발 입찰참가제한 재심의 신청’을 진행한다.

이는 ‘1조-70억 짬짜미’의 시발점이 됐다. 현산은 2013년 5월4일 장승포·망산 공원개발에 참여할 뜻을 밝히면서 지역 여론 반전을 꾀했다. 이틀 뒤 당시 현산 박창민 대표는 ‘향후 지역발전과 새로운 관광개발 콘텐츠 개발 등 주민숙원사업에 대한 지원’(70억 상당)을 약속한다. 


이후 4차례 계약심의회 회의가 열린 뒤 2013년 6월4일 거제시는 현산에 행정처분 변경을 통보한다. 입찰제한을 5개월서 1개월로 줄여준 것. 사흘 뒤 현산은 대법원 상고를 취하하면서 ‘1조-70억 짬짜미’는 완성됐다. 

거제시민단체는 현산이 제시한 70억을 뇌물로 보고 감사원에 의뢰 및 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피고발인은 권민호 거제시장, 현산 정몽규 회장, 박창민 대표 등 3인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감처분이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현산의 제안이 자발적이며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거제 한 변호사는 “공개적인 뇌물은 뇌물이 아니라는 것으로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며 “대부분의 뇌물 제안이 자발적이란 점도 검찰이 간과했다”고 전했다. 

이어 “권 시장이 ‘사회공헌약속’을 대가로 경감처분 했고, 거제시의회는 ‘현산이 조건을 제시한 것을 거제시가 받아들인 것’이라 결론지었다”며 “검찰 무혐의 처분은 상식과 법리에 반하고 판례와 증거에 배치된다”고 분석했다.  

해당 고발 건에 검찰은 피의자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즉 피의자 측 참고인조사와 자료만을 토대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셈이다. 

검찰의 처분을 차치하더라도 지역 정가에선 해당 행정처분을 두고 ‘박창민-권민호’ 두 사람의 물밑 접촉 가능성을 제기했다. 거제시의 경감처분 직후 거제시의회는 지역 여론을 의식해 해당 처분에 대한 행정사무조사특위를 구성했다.


현재는 비공개 처리된 시의회가 발표한 보고서(행정처분 재심의 처분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결과보고서) 주요일지를 보면 ‘2013년 3월 중순/현산 입찰참가제한 재심의 신청 사전검토’라는 내용이 나온다. 
 

현산의 재심의 신청서 접수가 같은 해 4월15일인 점을 볼 때 접수 한 달 전 현산과 거제시의 교감 가능성이 나온다. 

또, 신청서 결재 사본을 보면 신청서 접수 날짜와 함께 권 시장이 ‘선결’이란 결재 방식을 취한 것을 알 수 있다. 선결은 최종결재자가 중간결재자 보다 먼저 결재해 결재완료를 취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에 거제지역 한 언론인은 “선결로 인해 결재라인에 있던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청서를 받아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고 지적했다.  

최순실-박창민-권민호 수상한 고리 
박근혜 저도 휴가도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왜 지역정가에선 1조-70억 짬짜미 사건을 두고 최순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일까. 이는 ‘최순실-박창민’ 두 사람의 관계서 시작된다. 

지난달 14일 박창민 대우건설 전 사장은 자진사퇴했다.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자신에 대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앞서 ‘국정 농단 사건’을 맡은 박영수 특검팀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입수했다. 여기서 특검팀은 지난해 7월 이 전 본부장이 최순실씨에게 박창민 전 사장을 대우건설 사장에 추천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전 사장의 이력을 보면 2011년 3월 현산 대표를 지낸 뒤 2014년 12월 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이후 지난해 8월 대우건설 사장으로 영전했다. 

박 전 사장 영전에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해서 1조-70억 짬짜미에 최씨가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중론이다. ‘최순실-권민호’ 두 사람의 관계가 언론을 통해 드러나지도 않았다. 
 

다만, 지역 언론은 최씨의 거제 방문 시점과 1조-70억 짬짜미 시점을 연결시켜 두 사람의 관계를 짚었다. 앞서 최씨는 2013년 7월 거제도 내 저도서 박 전 대통령이 휴가를 보낼 당시 동행한 의혹을 받았다. 

당시 지난해 10월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페이스북에 ‘최순실 가카는 여름휴가를 거제도에서 보냈다’는 글을 올렸다. 주 기자는 “최씨는 거제 드비치골프장서 공을 치고, 대명콘도서 제일 좋은 방을 숙소로 잡았다. 공무원으로부터 성대한 대접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단 그는 “최씨가 그곳서 잠을 잤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거제지역 한 언론인도 당시 상황을 올 봄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해당 내용은 풍문을 전제로 ‘최씨가 당시 박 대통령 휴가에 동행해 청해대(저도)에 머물 수 없어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숙박시설에 묵고 지역 유력 인사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내용이다.

최씨가 거제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당시(2013년 7월)는 비선 실세 최씨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 시점이다. 

이를 두고 거제 한 지역 언론은 ‘결국 그 누군가는 이미 4개월 전(2013년 3월)에 최씨의 존재를 알았고, 경우에 따라서 그 누군가가 그녀를 봤을 수도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즉, 거제시의 현산에 대한 경감처분이 있던 당시 비선 실세였던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비선 실세가…

현재 현산이 거제시에 약속했던 70억원의 사회공헌은 4년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거제시 의회는 ‘현산의 70억 사회공헌 약속 이행촉구 및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 등에 대한 협의요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시의회는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데도 미루는 것은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거제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권 시장은 “그땐 (뇌물)받는다고 난리더니 이제는 안 받는다고 난리”라며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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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