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회사무처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국회와 관련된 연구·조사, 연수, 국회의원 및 국회공무원에 대한 후생복지 등 국회활동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회 법인으로 등록된 단체는 국회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 하지만 일부 법인 단체들이 활동 내용 및 성과에 비해 지원규모가 과도한 데다 비공개적인 활동을 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일요시사>는 국회 소관 법인·단체에 투입된 지난 3년간 보조금 현황을 입수해 이들의 운영 실태를 들여다봤다.
지난 3년간 ‘국회 소관 법인·단체 보조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매년 100억원의 국고가 국회 소관 법인 및 단체에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대한민국헌정회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 ▲한국아동환경인구의원연맹 ▲아시아정당국제회의의원연맹 ▲아시아인권의원연맹 ▲한일의원연맹 ▲(재)한국의회발전연구회 ▲(사)한국여성의정 ▲(사)한국의정연구회 등 총 8개 법인 및 단체가 국회로부터 보조금을 지원 받고 있다.
‘억’소리
대한민국헌정회(이하 헌정회)부터 살펴보면, 예산액 기준으로 헌정회는 지난 2014년 101억원, 2015년 84억원, 2016년 76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국회 전체 소관 법인 및 단체에 지급 되는 보조금의 70% 이상 달하는 금액이다.
헌정회는 1968년 ‘국회의원 동우회’란 이름으로 창립해 1994년 국회 법인으로 등록됐다. 회원은 전·현직국회의원으로 구성됐고, 사무국 직원은 10명 안팎이다.
헌정회의 주요 사업은 ‘헌정발전을 위한 정책연구와 건의’ ‘헌정기념 사업’ ‘사회 발전정책과 사회복지문제의 연구와 건의’ 등이다. 헌정회 업무의 ‘꽃’으로는 단연 국회의원 연금 지급(연로회원 지원금)이 꼽힌다.
국회의원 연금은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에 따라 지급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2012년 5월29일 이전에 국회의원으로 재직한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이 지급 대상이다. 지급 금액은 헌정회 정관으로 결정하도록 돼있지만 국민 혈세로 연금이 지금 되는 만큼 국회 예산심사와 동의가 필수적이다.
불과 18대 국회까지만 하더라도 헌정회는 구설의 대상이었다.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 신분을 가졌던 전직 의원에게 120만원가량이 연금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2013년 8월13일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개정을 통해 대폭 삭감됐다.
개정을 통해 자격 요건이 과거에 비해 까다로워 졌지만 아직도 예산의 대부분은 전직 의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014년도 헌정회 예산집행 및 사업실적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도에 정부보조금의 60억원가량이 연금으로 사용됐다. 지난 2015년는 전체 예산금의 85% 가량이 72억800만원이 책정됐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로 85% 규모서 연급이 지급됐다.
불투명한 산정 기준도 문제다. 지급액 산정 및 수령 대상 선정에 대한 기준이 헌정회 정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지급내역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만큼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정회 다음으로 보조금 액수가 많은 법인은 한일의원연맹(이하 의원연맹)이다. 예산액 기준으로 의원연맹은 지난 2014년 4억8000여만원, 2015년 6억3000만원, 2016년 6억3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8개 법인…매년 100억 지급 받아
폐쇄적인 운영…홈피 관리도 엉망
지난해 7월 의원연맹은 법적 근거 없이 20년 동안 116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국회 소관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 근거가 없었던 것.
‘국회 소관 법인 설립 및 감독에 관한 지침’(국회 내규)에 따라 국회사무처는 소관 법인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돼있다.
현재 의원연맹은 국회 소관 법인에 포함됐다.
취재 결과 의원연맹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으로 승인이 났다”고 말해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로 높은 보조금을 받는 곳은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이다. 제11대 국회인 1983년 국회의원 스카우트동우회 창립총회 동시에 시작됐다.
주요 사업으로는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회원국 청소년 교류사업, 회원국 인사 영접, 회원국 방문 등이다. 해당 연맹은 지난 2014년 4억200만원, 2015년 3억8000만원, 2016년 3억8000만원을 지급받았다.
현재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아프리카 주요 국가 방문에 나서 2023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활동을 벌였다. 단 이러한 활동은 언론을 통해서 공개됐다.
정작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 활동을 알리는 창구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홈페이지는 2013년에 멈춰있다. 국내사업 및 국제사업에 대한 개요 및 실적도 2002년부터 2013년까지에 불과했다. 또, 홈페이지상 자료실도 2013년 7월24일자 게시물을 끝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네 번째로 높은 보조금을 받고 있는 한국아동환경인구의원연맹의 경우 아예 홈페이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연맹은 2014년 3억8000만원, 2015년 3억8000만원, 2016년 3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이밖에 아시아정당국제회의의원연맹도 홈페이지가 없다.
국회 소관 법인이라고 해서 당연히 홈페이지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관이 그 활동 상황을 국민들에게 수시로 알릴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폐쇄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친목단체에도…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은 <국회 보조금을 받는 법인단체의 현황과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회등록 법인단체의 회원은 대부분 의원들이며 사실상 전·현직의원들의 친목단체인 헌정회에 사실상의 의원연금을 지급토록 위임한 것이나 해당 법률까지 제정한 것은 의원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단체가 실질적인 활동을 한다면 ‘의원외교단체’나 ‘의원연구단체’로 등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국회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면 규모와 사업내용을 국회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 내규 비공개 왜?
기자는 국회 보조금 지급 현황을 취재하던 중 ‘국회 소관 법인 설립 및 감독에 관한 지침’을 국회에 문의했다. 이에 국회 담당자는 “국회 홈페이지를 뒤져본 뒤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에게 회신한 담당자는 해당 지침은 “‘내규’이기 때문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만약 일반 국민이 해당 지침을 살펴보기 위해선 정보공개를 통해 대략 10일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내규 비공개를 통해 국회가 국민의 감시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 결과 행정부의 경우 국회와 다르게 각 부처가 국가법령정보센터 및 각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각 부처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을 공개하고 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