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표 12개 증권사 대표, 무더기 해직 위기

ELW 부정거래 수사 핵폭탄에 여의도 ‘초토화’

여의도 증권가가 발칵 뒤집혔다. 스캘퍼(초단타매매자)의 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와 관련, 수사선상에 오른 12개 증권사 대표가 모두 법정에 서게 된 때문이다. 만일 유죄가 확정될 경우 해당 증권사 대표들은 사실상 퇴출된다. 최악의 경우 12개 회사의 대표직이 공석이 될 수도 있다. 초유의 사태에 증권가는 새파랗게 질렸다. 여기서 해당 증권사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굴려 봐도 대책이 잘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죄 판결 시 퇴출…최악의 경우 12개사 대표 공석
파생상품시장 불공정 거래 처벌 강화 추세에 ‘덜덜’

검찰이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 수사선상에 올랐던 증권사 12개의 대표이사 전원을 재판에 넘겼다. 하위 직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한 법인 대표를 처벌하는 양벌 규정을 적용하는 대신 공범으로 기소했다. 대표들이 단순히 범행을 방조한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올라온 서류 결재 등을 통해 사실상 지시했다는 것이다.

3만 개미들 울려

해당 증권사는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HMC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전직), LIG증권, 현대증권, 한맥증권 등이다. 검찰은 증권사 대표들 외에도 스캘퍼와 증권사 임·직원 등 36명을 구속·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또 해당 법인을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12개 증권사는 2009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스캘퍼들에게 주문체결 전용시스템 등의 특혜를 제공한 혐의다. 또 이들은 각종 특혜를 제공해 유치한 스캘퍼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최대 약 3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증권사들은 주문이 거래소에 도달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초단타 매매에 유리하다는 점을 악용해 전용회선을 제공하는 특혜를 줘 스캘퍼에게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스캘퍼가 쓰는 회선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려고 회선 보안장치를 거치지 않게 하거나 스캘퍼의 매매 프로그램이 탑재된 컴퓨터를 증권사 내부 전산망에 직접 연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반투자자는 주문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21개 항목을 점검하지만 스캘퍼에게는 일부 항목만 확인하게 했다. 스캘퍼를 아예 증권사 직원으로 고용해 거래 컴퓨터를 증권사 서버에 접속시킨 사례도 있었다. 그 결과 스캘퍼들은 일반투자자보다 3~8배 빠르게 거래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스캘퍼와 증권사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거액을 챙기는 동안 이를 알 리 없는 3만여 일반투자자들은 약 4143억원(2009년 12월말 기준)을 날렸다. ELW가 ‘개미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수사는 ELW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해 최초로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수사한 사례다. 이번 초유의 사태에 해당 증권사엔 비상이 걸렸다.

만일 12개 증권사 대표에 유죄가 확정될 경우 자본시장법에 근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증권사 사장 및 임원은 바로 면직되고 앞으로 5년간 취업도 금지된다. 만약 재판을 통해 벌금형이라도 받으면 사실상 증권업계에서 ‘퇴출’된다는 얘기다. 증권사 대표와 함께 기소된 15명의 임원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또 법인인 증권사는 ‘기관경고’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번 검찰의 기소는 증권사 대표에게 본보기 차원의 징계를 내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캘퍼와 한통속이 돼 개미 투자자의 주머니를 털어간 금융사의 조직적 범죄 혐의에 대한 경종이라는 것이다.

공동전선 마련?

하지만 증권사들은 마음이 불편하다. 법원이 최근 파생상품시장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 대한전선과 도이치증권 간의 옵션 관련 시세조종 사례인 ‘6초의 전쟁’ 재판에서 법원은 “한국의 금융시장이 발전하고 주식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파생상품에 대한 이익을 향유할 가능성이 높아 이런 유형의 범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양사 직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최악의 경우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증권사 사장들이 한꺼번에 현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동시에 12개 사에 경영공백이 생길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12개 증권사가 ‘공동전선’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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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