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추다르크 1년 성적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8 10:41:41
  • 호수 1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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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킹메이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대선 승리를 위해 당권 도전에 나섰던 그는 정치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선 승리를 일궈냈다. 최근에는 친문(친 문재인)계와 각을 세우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터닝포인트를 지난 추 대표의 공과를 분석해봤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취임 1주년을 기점으로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당 대표로서 공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추 대표는 지난해 8월27일 민주당 전당대회서 친문계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 대표에 올랐다. 

혜성처럼 등장
공과 재조명

당시 당 대표 수락연설서 추 대표는 “흩어진 지지자들을 강력한 통합으로 한 데 묶어 기필코 이기는 정당, 승리하는 정당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다”며 “우리 대선승리를 위해 모두 땀 흘리는 전사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당내 통합을 바탕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나설 것으로 보였던 추 대표는 당 대표에 오르자마자 ‘돌출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9월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당시 예방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 추 대표는 “민주주의 역사의 피가 흐르는 민주당의 대표로서 당과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예방 목적은 모든 세력을 포용하고자 했던 마음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반성과 성찰을 거부한 상태서의 예방은 적절치 않다는 당과 국민의 마음이 옳다고 보여진다”고 해명했다. 


한 번의 돌출 행동 이후 추 대표가 당을 재정비할 여유 없이 곧바로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청와대와 당시 여권을 향해 추 대표는 날선 공세를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 국정 농단 사과를 요구하고,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등 전 정권을 압박했다. 

광폭행보를 보이던 추 대표는 지난해 11월 ‘돌출 행동’으로 다시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 및 하야 요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14일 추 대 표가 박 전 대통령에게 양자 회담을 단독으로 제안한 것이다. 

취임 1주년…촛불, 탄핵, 대선 치러
당 통합 일등공신…대선 승리 견인

당시 추 대표는 “오늘 이른 아침에 제1 야당 대표로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청와대에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전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 제안을 즉각 받아들여 다음날 영수회담이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양자 회담에서 배제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야 3당 대표 회담이 예상되는데 아침에 느닷없이 추미애 대표가 양자 회담으로 결판을 내자고 제안했다”며 “과연 야권 공조는 어떻게 하고 야권의 통일된 안이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야권 공조가 파기된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야당도 필요하면 청와대와 순차적으로 (영수 회담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 공식 창구서 추 대표를 감싸는 발언을 했지만 당내 반발은 거셌다.


결국 추 대표는 영수회담 계획을 철회했고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박 전 대통령과 양자 영수회담을 하기로 덜컥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셈이다.

추다르크 리더십 
대선 관리 호평

추 대표가 오락가락 행보만 보인 것은 아니다. 원내 제1야당으로서 탄핵정국을 주도하며 촛불집회를 견인한 점에서 추 대표의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3월 박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서 탄핵이 인용된 후에는 곧바로 이어진 조기대선 국면서 당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경선 이후에는 문재인 대통령 선대위의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최일선서 진두지휘했다. 

실제로 이번 대선을 두고 정치권에선 인물 중심의 대선이 아닌 당 중심의 선거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당내 경선과정서 후보간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추 대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당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통합을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대표에 대해 “이런 큰일을 겪으며 민주당이 별다른 잡음 없이 단일 대오를 유지한 데에는 분명 추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번 대선 때는 지난 2012년 대선 때와는 다르게 당이 혼연일체가 돼 선거를 치렀다. 문 대통령도 ‘이번 정부는 민주당 정부’라고 말했을 정도”라며 “그만큼 당의 위상도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또 다른 인사는 “민주당은 대선 이후 50% 이상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강한 정당’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며 “추 대표가 당 수장의 역할을 잘한 셈”이라고 말했다. 대선 승리를 이끈 그는 대선을 전후로 해서 청와대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추 대표는 대선 본선 과정서 중앙선대위 종합상황본부장에 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내정했다. 이에 임종석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은 ‘일방적 발표’라며 재조정을 공개 요구키도 했다.

추 대표 측은 후보의 동의를 구한 인선이라며 임 실장 사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추 대표가 김 전 의원을 민주연구원장에 앉히면서 친문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었다. 

대선을 치른 지 6일 만인 지난 5월15일 추 대표는 당직 인선 발표하면서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친문계 인사들을 다수 기용했지만 당 일각에선 “대선 승리 위해 뛰었던 당직자들을 해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당시 인사를 반대해온 대표적 친문계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은 추 대표가 마련한 점심식사도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 대통령 측근 인사는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까 봐 일단 참지만 언제 불만이 폭발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한 리더십 및 강경 발언으로 당 통합을 이끈 그지만 제보조작 파문 당시 ‘머리자르기’ 발언은 추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혔다. 

지난달 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한 추 대표는 국민의당이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을 사실상 이유미씨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린 것에 대해 “단독 범행이라는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맹비난했다. 머리자르기 발언은 곧바로 추 대표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해당 발언에 국민의당은 발끈했다. 전직 대표이자 대선 후보를 향해 ‘머리자르기’란 표현을 썼다는 것이 정치 도의적으로 볼 때 수위가 너무 심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국민의당의 도움으로 추경 통과를 바라던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아울러 추경안 통과를 국정운영의 시발점으로 본 청와대도 입장이 곤란해졌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을 찾아 대리사과를 하면서 이른바 ‘추미애 패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추 대표는 그는 그러면서 “대표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은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정권을 받쳐주는 그릇이 부서지는 것”이라고 말해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정발위 파문
일시적 갈등?


최근에는 정당발전위원회(이하 정발위)를 두고 친문계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지난 18일에는 정발위 구성을 논의하는 의총장에서 추 대표와 친문 의원들은 논쟁을 이었다.

추 대표는 혁신안 변경이 “당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지만 친문계 한 의원은 “새로운 룰을 적용하더라도 다음 지방선거는 아니다. 이미 ‘1년 전 경선룰 발표’라는 당헌·당규를 어긴 상황서 룰을 뒤집는다면 새롭게 만든 룰도 다음 지도부가 지키지 않을 수 있는 개연성을 남길 뿐”이라고 반발했다.   

표면적으론 정발위 때문에 빚어진 일시적 갈등으로 보이지만, 친문계의 집단 반발은 단순히 정발위 때문이 아닌 추 대표에게 쌓여온 불만이 이번 기회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 대표는 대선 직후 당이 국무위원 공직자 인선 관련 추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친문계와 갈등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은 추 대표와 친문계 간 갈등이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당 최고위는 지난 23일 비공개 회의서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룰은 정발위서 논의하지 않고 사무총장 직속의 ‘지방선거기획단’을 구성해 다루기로 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서 “정발위는 당원권 강화와 당의 체질·문화 개선, 100만 당원 확보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구로 활동할 것”이라며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지방선거기획단에서 당헌·당규 해석과 시행 규칙을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앞서 추 대표는 정발위서 지방선거 공천 방안까지 논의하려 했다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와 시·도당 위원장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오락가락 행보…거친 발언으로 구설
추vs친문 갈등…지방선거서 또 중책

이번 발표로 정발위 사태는 표면적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양 측이 전면전 직전까지 가는 갈등을 드러낸 만큼 앞으로 당 운영과 지방선거 공천 방식을 놓고 불협화음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특히 친문계와의 정발위 갈등이 추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추 대표는 청와대의 대리 사과로 관계가 불편했던 임 비서실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만찬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정책적 논의는 없었고 순수하게 격려하는 자리였다”며 “25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정책 얘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무거운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 정부이며 튼튼한 당·청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한 마음으로 국정과제를 실현하고 정기국회에 임할 것임을 다짐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측에선 추미애 대표, 이춘석 사무총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전병헌 정무수석 등 12명이 참석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낸 추 대표는 남은 1년 동안은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도 개혁 작업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우선 이번 정기국회서 국정의 주도권을 쥐고서 민생·개혁 법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입법하느냐가 당면 과제다. 여소야대 국회서 다른 정당과 잘 협치를 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와도 생산적인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6·13 지방선거
선거 여왕으로?

정기국회 이후에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추 대표의 리더십은 확실한 검증을 받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개혁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도, 반대로 힘이 빠질 수도 있다”며 “추 대표 개인의 정치적 위상 역시 지방선거 결과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뜨는 추미애 한양대 라인

지난 5월 당직 인선에서는 한양대 출신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정치외교학과 85학번)을 비롯해 대변인으로 발탁된 김현 전 의원(사학과 84학번), 당 대표실 소속으로 신설된 정무조정실장을 맡은 강희용 전 당 대표 메시지 실장(정외과 90학번)이 한양대를 졸업했다. 

당 관계자는 “윤관석 수석대변인(신방과 79학번)의 교체 배경에 한양대가 당직에 지나치게 많다는 고려도 작용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한양대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한양대 출신의 대거 등용을 두고 추 대표가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서울시장 출마 등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추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대선 승리를 이끈 당직자 교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추 대표가 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려다 당내 안팎의 반발이 심하자 민주연구원장으로 보직을 바꾸고 그 김에 대대적인 당직 개편에 나섰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훈>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넘긴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8월 3주차 민주당은 지지율 52.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주 동안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에 선공한 것이다.

이 같은 반등세는 문 대통령 100일 관련 언론보도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추진된 각종 시민·약자 중심의 개혁정책과 탈권위 소통행보과 여론의 긍정적 평가를 받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취임 100일 문 대통령 기자회견’이 있었던 지난 17일 에는 54.5%를 기록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16.9%를 기록해 민주당에 3배 가까운 지지율 차를 보였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6.4%와 5.5%를 기록해 한자릿 수에 머물렀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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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