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위협하는 암초 ‘넷’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04 19:21:27
  • 호수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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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 시동…끝까지 밀고 나갈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추경 정국을 돌파한 문재인정부가 암초를 만났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대북·외교 정책부터 증세 방안까지 야당에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첫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정부가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달 29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기습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의식해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토록 지시했다. 그는 “필요시엔 우리의 독자적 대북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며 강경 대응했다. 

사드 임시배치 
오락가락 행보

북한의 실질적 위협에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추가를 지시했지만 각 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일부서 반발 조짐이 감지됐다. 당 지도부 공식 입장은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에 공감한다”였지만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이 되면 이런 식으로 (사드 관련 입장을) 바꿔도 되느냐”며 “노무현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 결정처럼 지지층 균열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민주당 사드특별대책위원회는 이번 주 비공개회의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드특위 소속 김영호 의원은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결정에 깜짝 놀란 의원들이 많다. 상황이 바뀐 진짜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며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드 강경파’들의 반발 조짐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비판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드 임시 배치 결정이 충분한 소통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 문제를 놓고 민주당 지지층 내부서 균열이 생길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싸늘한 야3당…대 정부 파상공세
사드 임시배치 강행 ‘이랬다저랬다’ 

청와대가 사드 임시배치를 결정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염두에 둔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도무색해지는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1일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일관되게 하겠다고 했던 것이고 사드 발사대를 임시 배치해도 나중에 최종 배치 여부를 확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문재인정부의 ‘선 사드 임시 배치, 후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말장난’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국내법에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하도록 돼있는데 환경영향평가를 포기하고 임시 배치를 한다고 한다. 그럼 배치를 했다가 환경영향평가서 곤란하다고 나오게 되면 철수 시킬 거냐”고 지적했다. 

비단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안팎서도 북한의 도발·위협이 새롭게 불거진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연내 불가능하다는 듯이 했다가 급작스럽게 임시배치로 돌아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동산 대책
노정부 시즌2?

사드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문재인정부는 서울 강남권과 세종시 등에 대한 투기과열지역·투기지역 지정 등을 골자로 한 8·2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업계는 8·2부동산대책이 노무현정부 때 발표된 8·31부동산대책에 버금가는 규제로 평가했다. 투기수요 억제를 통해 부동산 상승요인을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부동산 대책을 놓고 여·야의 입장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지난 2일 8·2부동산대책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 우선적인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 모두발언을 통해 “서민 주거문제 해결이야말로 최고의 민생 대책이고 정치가 해야하는 일”이라며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의 투기수요인 만큼 강력한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제2의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듭할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한국당 송석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시장 경제 추체들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측면서 경제활동을 도모해야 하는데 반시장 정책이 너무 난무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수도권 규제와 같은 시대착오적 규제 등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정부는 8월에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단 한가한 소리하다 발표했지만 결국 뒷북”이라며 “미온적 대책이란 평가를 받고 정책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노무현정부의 시즌2 정책’이라는 비판을 한귀로 듣고 흘리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정부 주도 성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주도 성장은 증세와 연결된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일 소득세와 법인세를 동시에 인상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연 3억∼5억원에 달하는 과표구각능 신설해  현재 38% 세율을 40%로 상향조정했고, 5억원 초과 구간은 현행 40%서 42%로 올렸다. 소득세 증가분에 적용되는 대상자는 약 10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추가세수분은 2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부자 잡는 부동산 정책
노무현 정권이 보인다

이명박정부서 22%로 낮춘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도 25%로 상향 조정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일 “비과세 감면 등 일부 정비를 통해 세입보충 노력을 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세율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계층과 일부 대기업을 대상으로 세율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특징 중 하나는 문재인정부의 역점사업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시근로자 수를 늘리고 2년 동안 고용을 유지하면 1인당 중소기업은 1400만원, 중견기업은 1000만원의 세금이 감면된다. 

문 대통령이 대선과정부터 심혈을 기울인 정부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야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야당은 일제히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졸속 개편’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법인세 인상 반대를 주장한 자유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증세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아 온도차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 브리핑을 갖고 “정부의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의 세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그 부담은 결국 모든 주주, 근로자, 협력중소기업,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증세이자 기업 발목 잡는 증세, 일자리 감소 증세”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재정개혁을 위한 청사진 제시를 요청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서면논평을 통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생색내기용 세제개편안”이라며 “100대 국정과제에  필요한 소요재원 마련 등 향후 재정소요 및 조달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없다”고  꼬집었다.  

바른정당도 청와대의 ‘불도저식’ 행정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증세 논의는 하루 만의 말바꾸기 증세”라며 “여야청 협의를 하자더니 그대로 밀어붙인 독선·독주 증세”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의 최대 쟁점은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상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번 증세법안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문재인정부의 철학이 담긴 만큼 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당 개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과의 공조가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오는 22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8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달 1일 정기국회에 넘겨질 예정이다. 

법인세 딜레마
불안한 탈원전

정부 초기 문재인정부는 탈원전을 화두로 던졌다.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 문 정부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 과정서 문 대통령은 탈원전 로드맵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원전 제로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6기의 원전 신규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등 단계적 원전 감축계획을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특히 이 계획에는 신고리 5·6기 건설 중단 여부도 포함돼 여야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에 돌입했다. 정부는 신고리 5·6기 공론화위원회를 지난달 24일 출범시켰다. 공론화위는 오는 10월21일까지 3개월간 활동하면서 설문조사, 배심원단 구성, 공청회 등을 진행한다.

공사 중단 혹은 재개 결정은 실질적으로 시민배심원단이 내리도록 했다. 이에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신고리 5·6기 건설중단은)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며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배임행위를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고리 원전 중단
혈세 낭비 시작?  

국민의당도 공론화위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탈원전 TF팀장을 맡고 있는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론화위가 지난달 27일 원전 중단 여부는 공론조사를 통해서가 아닌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명분을 만들기 위한 위원회 구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역시 신고리 원전 중단은 국회서 먼저 논의돼야 하는 것이 맞다며 공론화위 활동을 부정적으로 봤다. 야권의 공세가 계속되자 민주당은 지난 1일 탈원전 정책에 대한 야당과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서 “2022년 이후 원전 설비 감소로 10GW(기가와트) 설비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15년 동안 신재생 에너지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건설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며 “(항간의) 전력 대란이나 블랙아웃을 우려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서도 “탈원전 정책이 오해를 사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키도 했다. 

막연한 과제
매서운 공세

내각을 모두 마친 문재인정부는 대북·외교, 정부주도 성장, 부동산 대책, 탈원전 등에 있어서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야권은 더욱 공세 수위를 높일 수밖에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행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나라의 진로와 미래를 급격하게 변경하는 정책을 결정할 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정책 효과를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정책 과제가 성과를 내고 국민들이 체감하기 위해선 막연하게 100대 과제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하기 보다는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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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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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