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위협하는 암초 ‘넷’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04 19:21:27
  • 호수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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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 시동…끝까지 밀고 나갈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추경 정국을 돌파한 문재인정부가 암초를 만났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대북·외교 정책부터 증세 방안까지 야당에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첫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정부가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달 29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기습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의식해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토록 지시했다. 그는 “필요시엔 우리의 독자적 대북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며 강경 대응했다. 

사드 임시배치 
오락가락 행보

북한의 실질적 위협에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추가를 지시했지만 각 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일부서 반발 조짐이 감지됐다. 당 지도부 공식 입장은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에 공감한다”였지만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이 되면 이런 식으로 (사드 관련 입장을) 바꿔도 되느냐”며 “노무현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 결정처럼 지지층 균열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민주당 사드특별대책위원회는 이번 주 비공개회의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드특위 소속 김영호 의원은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결정에 깜짝 놀란 의원들이 많다. 상황이 바뀐 진짜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며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드 강경파’들의 반발 조짐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비판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드 임시 배치 결정이 충분한 소통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 문제를 놓고 민주당 지지층 내부서 균열이 생길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싸늘한 야3당…대 정부 파상공세
사드 임시배치 강행 ‘이랬다저랬다’ 

청와대가 사드 임시배치를 결정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염두에 둔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도무색해지는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1일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일관되게 하겠다고 했던 것이고 사드 발사대를 임시 배치해도 나중에 최종 배치 여부를 확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문재인정부의 ‘선 사드 임시 배치, 후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말장난’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국내법에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하도록 돼있는데 환경영향평가를 포기하고 임시 배치를 한다고 한다. 그럼 배치를 했다가 환경영향평가서 곤란하다고 나오게 되면 철수 시킬 거냐”고 지적했다. 

비단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안팎서도 북한의 도발·위협이 새롭게 불거진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연내 불가능하다는 듯이 했다가 급작스럽게 임시배치로 돌아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동산 대책
노정부 시즌2?

사드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문재인정부는 서울 강남권과 세종시 등에 대한 투기과열지역·투기지역 지정 등을 골자로 한 8·2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업계는 8·2부동산대책이 노무현정부 때 발표된 8·31부동산대책에 버금가는 규제로 평가했다. 투기수요 억제를 통해 부동산 상승요인을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부동산 대책을 놓고 여·야의 입장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지난 2일 8·2부동산대책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 우선적인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 모두발언을 통해 “서민 주거문제 해결이야말로 최고의 민생 대책이고 정치가 해야하는 일”이라며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의 투기수요인 만큼 강력한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제2의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듭할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한국당 송석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시장 경제 추체들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측면서 경제활동을 도모해야 하는데 반시장 정책이 너무 난무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수도권 규제와 같은 시대착오적 규제 등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정부는 8월에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단 한가한 소리하다 발표했지만 결국 뒷북”이라며 “미온적 대책이란 평가를 받고 정책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노무현정부의 시즌2 정책’이라는 비판을 한귀로 듣고 흘리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정부 주도 성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주도 성장은 증세와 연결된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일 소득세와 법인세를 동시에 인상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연 3억∼5억원에 달하는 과표구각능 신설해  현재 38% 세율을 40%로 상향조정했고, 5억원 초과 구간은 현행 40%서 42%로 올렸다. 소득세 증가분에 적용되는 대상자는 약 10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추가세수분은 2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부자 잡는 부동산 정책
노무현 정권이 보인다

이명박정부서 22%로 낮춘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도 25%로 상향 조정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일 “비과세 감면 등 일부 정비를 통해 세입보충 노력을 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세율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계층과 일부 대기업을 대상으로 세율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특징 중 하나는 문재인정부의 역점사업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시근로자 수를 늘리고 2년 동안 고용을 유지하면 1인당 중소기업은 1400만원, 중견기업은 1000만원의 세금이 감면된다. 

문 대통령이 대선과정부터 심혈을 기울인 정부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야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야당은 일제히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졸속 개편’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법인세 인상 반대를 주장한 자유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증세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아 온도차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 브리핑을 갖고 “정부의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의 세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그 부담은 결국 모든 주주, 근로자, 협력중소기업,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증세이자 기업 발목 잡는 증세, 일자리 감소 증세”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재정개혁을 위한 청사진 제시를 요청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서면논평을 통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생색내기용 세제개편안”이라며 “100대 국정과제에  필요한 소요재원 마련 등 향후 재정소요 및 조달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없다”고  꼬집었다.  

바른정당도 청와대의 ‘불도저식’ 행정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증세 논의는 하루 만의 말바꾸기 증세”라며 “여야청 협의를 하자더니 그대로 밀어붙인 독선·독주 증세”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의 최대 쟁점은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상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번 증세법안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문재인정부의 철학이 담긴 만큼 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당 개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과의 공조가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오는 22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8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달 1일 정기국회에 넘겨질 예정이다. 

법인세 딜레마
불안한 탈원전

정부 초기 문재인정부는 탈원전을 화두로 던졌다.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 문 정부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 과정서 문 대통령은 탈원전 로드맵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원전 제로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6기의 원전 신규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등 단계적 원전 감축계획을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특히 이 계획에는 신고리 5·6기 건설 중단 여부도 포함돼 여야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에 돌입했다. 정부는 신고리 5·6기 공론화위원회를 지난달 24일 출범시켰다. 공론화위는 오는 10월21일까지 3개월간 활동하면서 설문조사, 배심원단 구성, 공청회 등을 진행한다.

공사 중단 혹은 재개 결정은 실질적으로 시민배심원단이 내리도록 했다. 이에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신고리 5·6기 건설중단은)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며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배임행위를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고리 원전 중단
혈세 낭비 시작?  

국민의당도 공론화위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탈원전 TF팀장을 맡고 있는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론화위가 지난달 27일 원전 중단 여부는 공론조사를 통해서가 아닌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명분을 만들기 위한 위원회 구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역시 신고리 원전 중단은 국회서 먼저 논의돼야 하는 것이 맞다며 공론화위 활동을 부정적으로 봤다. 야권의 공세가 계속되자 민주당은 지난 1일 탈원전 정책에 대한 야당과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서 “2022년 이후 원전 설비 감소로 10GW(기가와트) 설비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15년 동안 신재생 에너지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건설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며 “(항간의) 전력 대란이나 블랙아웃을 우려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서도 “탈원전 정책이 오해를 사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키도 했다. 

막연한 과제
매서운 공세

내각을 모두 마친 문재인정부는 대북·외교, 정부주도 성장, 부동산 대책, 탈원전 등에 있어서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야권은 더욱 공세 수위를 높일 수밖에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행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나라의 진로와 미래를 급격하게 변경하는 정책을 결정할 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정책 효과를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정책 과제가 성과를 내고 국민들이 체감하기 위해선 막연하게 100대 과제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하기 보다는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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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