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철 맞은 ‘바바리맨’ 집중탐구

때·장소 가리지 않아…“마주치면 무시하라”

노출의 계절, 여름이 되면 유독 성범죄 발생률이 높아진다. 여름철 바바리맨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여름, 바바리맨의 잦은 출몰은 불쾌감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주로 혼자인 여성이나 여학교 주변을 배회하다 불쑥 자신의 성기를 내보이는 바바리맨.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을 놀래키는 수법도 가지각색으로 다양해졌다. 차량, 극장 안에서 ‘남성’을 노출시키는가 하면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휴대폰 바바리맨’까지 생겼다. 바바리맨의 다양한 수법과 그들을 퇴치하는 방법을 집중 탐구했다.

과거 우스꽝스런 이미지에서 성범죄자 캐릭터로 변모
차량·지하철·극장·전화 바바리맨 등 신종 바바리맨 등장 
     
여학교 근처나 한적한 골목길 모퉁이에서 갑자기 나타나 자신이 남성을 노출시키는 사람을 가리켜 바바리맨이라 부른다. 알몸에 바바리만 걸치고 나타난 것이 이름으로 정착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바리를 걸치지 않고 성기만 노출시키는 남성들도 바바리맨이라고 부르게 됐다.

노출증 환자 바바리맨

바바리맨은 엄밀히 따지면 노출증 환자다. 자신의 성기를 과감하게 내보이기 때문에 대담한 성격에 성적으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이들은 대개 소극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며, 성적으로도 억압받고 있거나 과거에 억압받았던 경우가 많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가정에서 권위자들에게 억압을 받은 사람들로 불안한 감정이나 분노, 욕구불만을 직접 해결하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켜 자신이 남성임을 과시하고 칭찬받기를 기대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또, 이 같은 행동을 통해 희열을 느끼고 성적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여성들은 정신적 충격과 공포심, 부정적인 성관념 등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남성기피현상을 보일 수도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과거 바바리맨들은 이 같은 행위 자체를 범죄라고 생각하기보다 정신적인 장애로 인해, 혹장난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고, 피해 여성의 경우에도 한 번 놀라더라도 웃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당시의 바바리맨들은 여성이 큰 소리를 지르면 대부분 도망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고,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여성 상대의 범죄가 크게 증가하면서 우스꽝스러웠던 바바리맨의 이미지도 점차 무서운 성범죄자의 캐릭터로 변하기 시작했다.

또 눈에 띄는 변화는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바바리맨의 형태와 수법 또한 더욱 다양해 졌다는 점이다. 차량 바바리맨 대중교통 바바리맨 극장 바바리맨 휴대전화 바바리맨 등이 바로 그것.

먼저 차량 바바리맨은 차량 운전 중 혹은 주차된 차량 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자위행위를 하는 남성을 말한다. 이들은 자위행위를 하면서도 시선은 창문 밖을 향하고 있어, 지나가는 여성과 눈을 맞춘 뒤 의도적으로 자신의 하체 쪽으로 여성의 시선을 유도한다.

대중교통 바바리맨은 더욱 노골적이다. 버스나 지하철에 승차한 뒤 좌석에 앉아 바지 지퍼 사이로 성기를 노출 시킨 채 앉아있는 것. 가장 지독한 바바리맨 중 하나다.

극장 바바리맨은 바바리맨 중에서도 ‘소심남’에 속한다. 어두운 극장 구석자리에 몸을 숨긴 채 성기를 노출 시키고 있거나 자위행위를 한다.

휴대전화 바바리맨 극성

최근 가장 극성인 바바리맨은 다름 아닌 휴대전화 바바리맨이다. 화상휴대폰의 보급으로 영상통화를 이용한 신종 바바리맨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또 영상통화가 되지 않는 휴대전화의 경우, 무작위로 혹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성에게 자신의 성기를 찍어 사진을 전송,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 A(18)군은 10대 여성들만 골라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의 자위행위 동영상을 상습적으로 보여줘 검거됐고, 2개월간 성적 충동을 참지 못한 B(31)씨는 대기업에 근무하면서도 근무시간에 60명에게 자위행위를 하며 휴대전화 영상통화를 건 혐의로 구속됐다.

또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음란행위 장면을 수백 차례에 걸쳐 전송함 혐의로 구속된 C(26)씨는 "동영상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 젊은 여성들만 보면 흥분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통화를 이용한 속칭 휴대전화 바바리맨 사건이 경찰서마다 하루 1~2건씩 신고가 들어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영상을 통한 익명의 음란전화는 음성이나 문자메시지보다 피해자에게 주는 충격이 더욱 크다"면서 "게다라 피해를 본 여성이나 미성년자들은 심한 모욕감과 함께 성범죄에 노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까지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일부 휴대전화 바바리맨들의 경우 무작위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보니 성 개념이 자리 잡지 못한 초등학생들도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으며 무작위로 전송하는 음란 영상으로 어린 학생들이 자칫 왜곡된 성 개념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 곳곳에서 출몰하는 바바리맨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 아무쪼록 남녀노소 누구나 밤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꿈꾸며, 적극적인 신고로 바바리맨이 이 땅에서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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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