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미스터리’ 청와대 캐비닛 음모론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39:27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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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잡으려고…진짜 타깃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서 전 정부의 문건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문건들이 대거 검찰에 넘겨지면서 박 전 대통령 재판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영향이 미칠 예정이다. 이밖에 과거 국정농단에서 검찰의 칼끝을 피해간 인물들도 이번 문건으로 덜미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박근혜정부 민정비서관실서 생산한 문건 300종을 발견했다며 언론에 공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7월3일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며 “자료는 300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나오는 문건들
박·이 겨냥?

청와대에 따르면 문건은 내용별로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 6월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검토 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자료 등이다.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내역, 고 김영한 민정수석 자필 메모 등을 언급해 해당 문건들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해당 자료의 사본을 검찰에 넘기고 원본은 국정기록비서관실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았다. 

청와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17일 정무수석실서 박근혜정부 문건이 또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민정수석실서 문건 발견 뒤 추가 점검 도중 발견됐다는 것이다. 발견된 문건은 130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 등에 있는 캐비닛 3곳서 이전 정부 문건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에도 청와대는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이전정부 청와대 문서와 관련해 ‘2015년 4∼6월 국정환경 진단 및 운영기조’ 문건에는 보수논객 육성 활성화 등 홍보 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 해외 보수세력 육성 방안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해당 공간은 이전 정부 정책조정수석실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하던 곳으로,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한 것으로 504개의 문건이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전 정부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측은 청와대가 문건을 공개한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당은 “해당 문건에 대해 함구하다 갑작스럽게 공개한 게 어떤 정치적 고려가 담겼는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14일 최초 공개…민정실·정무수석실 탈탈
하필, 왜 지금? 단순히 국민 알권리 차원?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 보복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이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래 5년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에 대한 비리 캐기는 이번 정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지난 19일 “청와대 문건 공개는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키도 했다. 한국당이 고발한 대상은 관련 브리핑을 진행한 박 청와대 대변인과 성명 불상의 청와대 직원들이다. 이들은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를 받는다.

한국당이 청와대를 고발까지 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정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박 청와대 대변인을 고발한 것은 “얼토당토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둑이라는 행위가 잘못이지 도둑질 한 사람의 이름을 밝혔다고 해서 개인정보 누설이라고 얘기할 순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국당 측이 고발까지 불사하며 열을 내고 있지만 청와대는 문건 공개 시점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3일 문건을 발견한 뒤 11일이 지난 발표의 경우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아닌지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했고, 해외 순방을 비롯한 일정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신난 민주당
뿔난 한국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 문건 발견에 대해 “검찰은 해당 문서를 철저히 분석해 박근혜정권이 저지른 국정농단의 실체를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에 검찰에 인계된 문서들은 박근혜 정권이 특검의 압수수색에 응했다면 당연히 검찰의 손에 넘어가 있었어야 될 것들”이라며 “여전히 가려진 국정 농단의 전모를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민정수석실서 발견된 문건을 두고 “최순실 국정 농단의 중요한 증거물”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우병우 민정수석 산하 비서관실에서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목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최순실 국정 농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중요한 증거물로 보여진다”고 했다.

또 “황교안 직무대행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막아냈는지, 수십만건의 문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수십년동안 열람을 금지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한 대통령기록물이 국정 농단을 입증할 중요 자료로 인식하고 있다. 우선 특검에 넘긴 문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거로 채택될지 여부가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특검은 지난주 청와대가 넘긴 문건과 마찬가지로 분석 및 검찰 이첩을 거쳐 공소유지와 추가수사에 활용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증거채택에는 재판 일정과 문건 내용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다음 달 초 결심공판을 갖겠다고 재판부가 밝힌 이 부회장 재판의 경우, 증거 제출에 대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위·변조는 없는지 규명하고 원 작성자를 법정으로 불러 작성 여부를 따진 뒤 전문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는 앞으로 국정농단 재판서 추가문건 내용에 따라 ‘안종범 수첩’과 같이 정황증거로 쓰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관측했다. 

보수단체 지원 
방산비리 의혹

재판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검찰은 청와대 문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검찰관계자는 지난 20일 “현재 특수1부 수사 검사가 8명으로 증원돼 평상시 특수부 2개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1부는 최순실게이트를 파헤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주축이었다. 현재 특수1부는 특검이 넘긴 민정비서관실 문서와 메모 내용 분석에 주력하고 있는데 정무수석실 문건, 국정상황실, 안보실 문건도 특검을 거쳐 검찰로 넘어올 전망이다. 


민정실과 정무수석실 문건의 생산 시기와 내용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수사의 방향도 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정실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메모와 더불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이 포함됐다. 이런 점에서 해당 문건은 국정 농단 사건 피고인들의 공소유지와 관련해 보강 자료로 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2015년 3월2일부터 지난해 11월1일까지 생산된 정무수석실 문건은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외에 새로운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가 확연히 드러난 점도 민정실 문건과의 차이점이다. 정무수석실 문건은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 근무 당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건으로 확인됐다. 

정무수석실 문건 중에는 지난해 4·13총선에 보수단체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여권과 보수진영에 유리한 지형을 조성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전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 및 관제 시위 의혹 수사와도 연결된다.

전·전전 정권 정조준…방산비리까지 턴다
이병기·이원종 노심초사…우병우 끌려가나?

또 해당 문건에는 세월호 참사 특조위 활동까지 조직적으로 무력화시키려 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가능성에 두고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문건 공개로 검찰의 칼날은 당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이병기·이원종 전 비서실장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자리한 이 전 수석은 앞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특검 조사를 받았지만 관여 정도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기소 대상서 빠졌다. 해당 문건을 토대로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관여 의혹 등으로 추가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관련성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문건과 관련한 질문에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해 관련성을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을 토대로 전 정부의 ‘방산비리’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한 해당 문건이 반부패·사정 드라이브에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주재로 민정수석실서 감사원 등 9개 사정기관의 국장급 실무자가 참석한 가운데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협의회’를 열고, 사정기관별 역할 분담, 방산비리 관련 정보공유, 방산비리 근절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리온 헬기 개발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키로 했다. 이와 함께 민정실과 정무수석실서 발견된 전 정부 청와대 생산 문건을 매개로 전 정부에 대한 사정 바람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들은 국정 농단 사건의 직·간접적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건에 따라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당국으로 이뤄진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키도 했다. 

거센 사정 바람
적폐청산 본격화

정치전문가들은 청와대 캐비닛 문건 공개가 문재인정부 초반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 전 수석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기록물 누설? 
            
이번에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을 두고 기록물 누설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법리 검토를 마친 끝에 기록물 누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첫째, 기록물 누설이 되려면 비밀 문건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문건은 생산과 동시에 비밀등급이 부여되지 않아 비밀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전임 대통령만 지정할  권한이 있고, 전임 대통령 본인이나 허락된 사람만 열람이 가능하다. 이번 문건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해당되지 않아 공개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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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