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연예계 떠난 무명(無名)의 두 여인 고백

화려한 연예인보다 더 좋은 것은···

요즘 10대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1위는 단연 연예인이다. 이들은 TV 속에 화려하게만  보이는 멋진 아이돌 스타들을 보면서 같은 꿈을 꾸며 자신들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한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추어 각 방송사들도 이제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하나쯤은 기본이고, 지원자만도 수십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큰 인기다. 이렇게 연예인 지망생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연예계에 대해 잘 모른 채로 무작정 발을 들였다가 뭔가를 깨닫고 다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서 살아가는 2명의 여인이 있다.

송재윤 “적성에 안 맞아”·장하진 “꿈 때문에”
색다른 경험…루머에 맘고생·사생활 보장이 문제

여성그룹 ‘제이하트’ 출신 송재윤. 그녀는 1999년 MBC 신인탤런트에 선발되며 19살의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입성했다. 이후 몇몇 드라마에 출연하다가 2004년 여성 3인조 그룹으로 가요계에 데뷔해 ‘Me, Myself & I’ 등의 히트곡을 내며 연예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던 2007년 돌연 그녀는 연예계를 은퇴했다.

연예계와는 적성이 안 맞았던 것. 그녀는 “연예인 생활이 즐겁기는 했으나 뭔가 미래를 향해 한 발짝씩 전진하는 게 아닌 단지 TV에 나오는 것만으로 끝이었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 준 캐릭터로 하루하루 살다보니 나란 존재는 없어져버린 채 인형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며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녀는 “가수 시절 많은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잘 녹아들지 못해서 녹화가 끝나고 나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몸살까지 앓았을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삶에 회의 느껴 은퇴”

계속되는 이러한 삶에 대해 남모르게 회의를 느끼며 심각하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 모색해오던 그녀는 결국 ‘연예계에 계속 남을 것인지 다른 길로 갈 것인지’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연예인으로서 자신이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연예계를 홀연히 떠났다.

은퇴 후 그녀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자신의 적성에 대해 생각해보던 중 여행과 레저 쪽에 관심을 갖게 됐고 태국으로 건너가 호텔리어로 다른 길을 걸었다. 2009년에 한국에 돌아온 그녀는 여행사에서 일하며 실무를 익혔고 지금은 여행사인 허니문코리아의 이사로 재직하며 신혼여행객들의 맞춤여행을 관리해주는 일을 통해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잘 하고 좋아하는지 적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며 현재 자신의 일에 누구보다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2003년 ‘제7회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 출전해 ‘외모 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장하진. 그 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소녀시대 예비멤버로 내정되어 연예계 데뷔를 준비하다가 돌연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연습생 생활을 그만뒀다.

장하진은 “연습생 생활은 비슷한 나이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해서 의지도 되고 힘든 점도 없었다. 다만 저는 연예인으로서 얻는 부와 명예보다는 공부가 조금 더 하고 싶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피력했다.

연습생 생활을 그만둔 뒤 공부에만 매진한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최상의 성적을 유지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인 2010년도에는 카이스트에 합격해 현재는 전기전자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자신의 꿈을 찾아 달려온 지금의 모습에 대해 뿌듯해하던 그녀는 “만약 연습생 생활을 계속해서 연예인이 됐다면 지금 그 생활 가운데서 뭔가를 누리고는 있었겠지만 지금의 삶이 더 좋다”며 만족해했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인을 준비하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꿈을 찾아 달려온 것에 대해 흡족해하는 그녀는 “현재의 삶에서 사소한 것들에도 행복들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며 “앞으로는 전기전자분야의 유능한 인재가 되겠다”는 또 다른 꿈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지금 모습에 만족”

이들이 연예계에서 느꼈던 명과 암은 무엇일까. 송재윤은 “젊었을 때 연예인이란 직업은 해볼 만한 일이다”고 말한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남들이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하는 색다른 체험도 할 수 있어 인생에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녀는 연예계라는 곳에 대해서도 “화려한 생활을 하기에는 단연 최고”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연예인으로 데뷔는 안 했지만 장하진도 역시 연습생 시절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보아의 모습을 지켜보며 간접적으로나마 연예계의 화려한 모습들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화려한 것으로만 알려진 연예계가 꼭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송재윤은 연예인 생활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루머를 꼽았다. 그녀는 “은퇴 후에는 루머에 시달리지 않아서 너무 좋다”며 “가수 활동 당시 모 그룹의 남자멤버와 열애설이 나돌아 마음고생을 했었다”고 덧붙였다. 루머가 한번 불거지면 사실이든 아니든 양 당사자는 피해를 입기 마련이고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기 십상인 것. 연예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러한 근거 없는 루머인 것이다.

장하진은 사생활이 보장 안 되는 점을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다. 연습생 시절 주변에 선배 가수들을 보면 연예인이기에 남들처럼 마음 놓고 편하게 아무 것도 못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 장하진은 “주변 눈치 안 볼 수 있는 지금의 모습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계가 물론 화려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뒷면에는 자신이 감당해내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서 올바른 판단 속에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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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