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지하철 ‘성추행주의보’ 발령 내막

여기서 더듬더듬 저기서 찰칵찰칵

[일요시사=이성원 기자] 여름철을 맞아 각종 성범죄행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출의 계절 탓인지 각종 해수욕장이나 피서지에서는 몰래카메라 촬영으로 여성들이 곤욕을 치루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대중들이 많이 애용하는 지하철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연일 지하철 내 성추행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런 지하철에서의 성추행 문제와 함께 그 대책을  알아본다.

신체접촉·몰래카메라 등 각종 성추행 범죄 증가
금요일, 출·퇴근 시간대 성추행 비율 가장 높아

직장인 유모(29·여)씨는 요즘 지하철 타기가 무섭다고 한다. 보통 아침 8시에 2호선을 타고 출근한다는 유씨는 “출근 시간대에는 지하철 내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혹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신체적인 성추행을 하지 않을까 항상 긴장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두꺼운 옷을 입는 겨울보다는 얇은 옷을 입는 여름이 오면서 이러한 걱정은 더 늘어간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최모(22·여)씨는 “경사진 곳을 올라갈 때가 가장 신경 쓰인다”고 말한다. 최씨는 “보통 치마를 즐겨 입는 편인데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을 올라 갈 때 항상 뒤에 누가 있는지 보게 된다”며 “요즘 들어 방송을 통해 몰래카메라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어느 순간 나도 당하지 않을까 해서 치마를 입은 날은 더욱 주변을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통 지하철 내에서 발생하는 성추행의 내용은 출·퇴근시간같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때에 특정 사람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경우와 에스컬레이터나 계단같이 경사가 있는 곳에서 휴대폰이나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경우,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 여성이 지하철에 탑승 했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세 가지 경우 모두는 피해자가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터라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출·퇴근시간처럼 혼잡한 지하철 내에서는 몸을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아 ‘음욕(淫慾)’을 품은 사냥꾼들에게는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에스컬레이터나 계단과 같은 경사로가 있는 곳에서는 성추행범이 최대한 피해자들 뒤에 가까이 붙은 후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셔터 소리가 나지 않는 카메라로 신체 부분을 몰래 촬영한다. 술이 만취한 채 쓰러져 있는 여성에게는 성추행이 더욱 용이하다. 최근에는 우산 속에 카메라를 끼워 넣어 촬영을 하는 경우, 신발 속에 카메라를 넣어 촬영하는 방법들도 속속 발각되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하철범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지하철 성추행범들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말한다. 성추행범들은 보통 지하철역에서 한 승강장에 정착해있지 않은 채 예뻐 보이는 여성 뒤만 자꾸 어슬렁거리며 쫓아다니다가 목표점이 정해지면 지하철에 함께 탑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거의 성추행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지하철범죄수사팀은 일반적으로 사복을 입은 채로 출·퇴근 시간 혼잡한 지하철역 주변에서 이러한 범죄자들을 물색하고 찾아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나이와 직업 다양해

이렇게 성추행을 일삼는 이들의 나이와 직업은 헤아릴 수 없이 방대하다. 지하철수사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성추행범의 나이는 제각각이다”라며 “10대 후반에서부터 70대 노인까지도 성추행 혐의로 잡혀온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통 신체접촉 성추행은 대부분의 연령에서 많이 나타나는 범죄이지만 카메라 성추행은 젊은 연령층에서 조금 더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답했다.

성추행범들의 직업 또한 다양하다. 지난 4월에는 서울 고등법원 40대 판사가 지하철에서 여성에게 몸을 밀착해 성추행한 혐의로 화제가 되었고, 5월에는 30대 영어학원장이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뒤 화장실로 끌고 가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이렇듯 사회에서 대접받는 직업과 상관없이 성추행은 단지 그들이 갖고 있는 쾌락의 욕망을 채우고자 벌어진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성추행범은 매년 늘어가는 추세다. 2009년 지하철에서 검거된 성추행범이 671명이었지만 2010년에는 1192명으로 77%이상 늘어났다.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가장 많은 성추행 이 발생한 노선은 2호선으로 전체 범죄의 50.9%를 차지했고, 1호선이 26.5%로 그 뒤를 이었다. 2호선에서의 성추행범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이유는 신도림, 사당, 교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 출·퇴근 시간에 가장 혼잡한 환승역들이 즐비하고 강남, 역삼, 삼성, 을지로, 구로디지털단지역 등의 사무실들이 밀집된 지역들이 많은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대, 신촌(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한양대, 건국대 등 각종 대학교들이 속해있는 노선이어서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층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직장인 김모(26·여)씨는 “신도림역은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환승할 시 사람이 매우 많다”며 “성추행범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앞사람을 미는 척하거나 밀리는 척하며 자신의 손을 여성의 신체부위에 대며 의도적으로 성추행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주변 도움 요청

지하철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매년 성추행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성추행에 대한 형량이 크지 않은 문제도 있다”며 “초범일 경우 벌금만 내면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를 당한 여성들도 자신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신고를 못하고 당한 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를 한 여성들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성추행범과 합의를 해주고 사태를 쉽게 마무리 짓는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지하철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은 현재 역사별로 예방 캠페인을 전면 실시하며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사복경찰들을 배치해 감시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 내에서 성추행을 당하면 불쾌감을 표시하고 바로 경찰에 바로 신고해야 된다”며 “큰 소리를 내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도움 요청에도 불구하고 요즘같이 개인화가 만연한 현대 사회 속에서 나와는 상관없는 듯 모르는 척하는 시민들의 의식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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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