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차량 뒷좌석 성폭행, 운전자는 무죄?

몰랐을 리 없어…“운전자도 합동강간” 유죄

운행 중인 차량 뒷좌석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면 운전한 사람은 아무 죄가 없는 것일까. 예상은 빗나갔다. 최근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운전한 사람에게도 강간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운전을 하느라 성폭행이 이뤄졌는지 몰랐다"는 운전자의 말에 신빙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공간특성상 몰랐을 리 없다는 것. 강간범과 운전자, 두 사람의 그날 밤으로 돌아가 보자.

주점 아가씨 2차 협박 꾀어내 차량에서 성폭행
운전자 ‘몰랐다’ 주장, 법원 항소심서 유죄 판결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황한식)는 지난 8일 이모(35)씨가 모시던 형님이 차안에서 술집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당시 운전을 했던 이씨도 합동 강간한 것으로 인정,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운행 중인 차량 뒷좌석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면 운전석의 동승자에게도 강간죄가 인정된다는 이례적인 판결이 나온 것.

달리는 차안에서…

이씨는 지난 2009년 12월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형님으로 모시던 하모씨와 함께 서울 강남 역삼동에 있는 유흥주점을 찾았다.

다음날 지방의 후배들과 약속을 잡아놓은 이들은 다음날을 위해 평소보다 빨리 술자리를 마쳤지만 뭔가 허전한 기분을 채울 길이 없었다. 사실 하씨는 유흥주점에 들어서 술을 마시면서부터 해당 업소의 여종업원 A(27)씨에게 마음이 있었다. 속된 말로 꽂힌 것.

하씨는 술자리를 마친 이후 줄기차게 A씨에게 속칭 2차를 요구했지만 A씨는 다른 손님들을 접대해야 한다는 이유로 2차에 응하지 않았다.

A씨의 거절에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한데 하씨는 2차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보다 못한 이씨는 A씨에게 다가가 "형님이 시키는 대로 해라. 너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면서 폭언과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겁에 질린 A씨는 결국 콜 기사가 대기시켜 놓은 승용차 뒷좌석에 강제로 탑승했고, 옆자리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하씨가 앉았다.

하씨를 형님으로 모신다던 이씨가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 이씨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면서부터 시속 180km의 속도로 질주를 시작했고, 차 안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음악 볼륨을 크게 올렸다. A씨에게는 공포의 변주곡과 다름없었다.

하씨는 이틈을 타 A씨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차량에 탑승한 이후 겁에 질려 울기만 하던 A씨는 하씨의 손을 뿌리치며 거부하기만 할 뿐 소리를 지르거나 별다른 반항은 꿈도 꾸지 못했다.

A씨가 하씨에게 반항하지 못한 것은 이씨의 거친 운전에도 이유가 있었다. 이씨는 시속 180km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가로질렀고, 또 거침없이 앞 차를 추월하는 등 공포심을 더했다. 

그럴수록 하씨의 손짓은 더욱 대담해졌다. A씨가 항거불능 상태라는 것을 인지한 이후 몸을 더듬는 추행을 넘어 승용차 안에서 A씨를 성폭행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욕구를 채운 하씨는 또 다른 가학행위 없이 A씨를 돌려보냈고, 공포의 시간에서 벗어난 A씨는 하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의 고소로 시작된 수사에서 하씨는 특수강간죄가 인정됐고, 이로 인해 징역 3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합동강간 인정 


문제는 차량 안에 함께 있었지만 자신은 운전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씨의 특수강간죄 성립 여부에 있었다.

이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하씨와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으며, 시속 180km의 속력으로 다른 차량을 추월하면서 운전하는데 전념하느라 뒷좌석에서 성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근거리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씨 진술의 거짓 여부를 판단하기도 전에 1심은 이씨에 대해 A씨를 차량에 강제로 감금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하씨와 함께 합동으로 강간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부터 재판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성폭력 사실을 몰랐다”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은 원심과는 달리 이씨가 하씨의 강간 행위와 협동관계에 있었다고 판단,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하씨가 유흥주점에 왔을 때부터 피해자와 2차를 노골적으로 원했던 점에 비춰 피고인은 하씨가 어느 장소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시도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차량이 속력, 음악 볼륨 등을 고려하더라도 차량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불과 1m 정도 앞자리에서 운전 중이던 피고인이 이를 전혀 인식조차 못 했을 것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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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