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느 예술가가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이진용 작가가 작품에 쏟는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일 3시간만 잠을 자며 작품 제작에 혼신의 힘을 쏟는 모습은 일반인이 쉽게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의 작업 과정은 오전과 오후, 오늘과 내일로 배분돼 있다. 총 다섯 군데의 작업실을 오가며 진행하는 길고 고된 작업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학고재 갤러리에 나타났다.
이진용 작가가 학고재 갤러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5년이다. 당시 상하이 학고재서 열린 이 작가의 개인전은 많은 중국 미술인과 컬렉터들에게 큰 반향을 얻었다. 그로부터 3년 뒤, 이 작가는 그때 선보였던 작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한다.
노동집약적
이 작가는 엄청난 노동량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놀이처럼 작품을 만든다. 30년이 넘도록 수집한 수많은 골동품과 차는 작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과거 작가는 누구보다 잘 그리고 누구보다 잘 표현하는 것을 지향했지만 최근에는 그런 부분이 많이 사라졌다.
대신 수도승이 수행을 하듯 작품 하나하나에 반복적 행위와 고도의 집중을 통해 오랜 경험과 사유가 응축된 그만의 성역을 축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2014년부터 작업하고 있는 활자 시리즈, 책 시리즈 신작과 더불어, 최근 새롭게 시작한 작가의 수집품을 활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제작한 컨티뉴엄 시리즈도 함께 볼 수 있다. 작가 자신의 내면의 입자들을 수직으로 쌓고 수평으로 펼치며 판과 문양,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3시간만 자며 작품에 매진
5군데서 길고 고된 작업
이 작가의 작품은 말 그대로 수없이 쌓이고 쌓인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활자 시리즈의 제작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작가가 얼마나 노동집약적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단 활자를 배열해 하나씩 판에 붙이고 본을 뜬다.
그 후 흙과 다른 재료를 섞어 본에 채운 뒤 그것을 굳힌다. 흙과 안료나 염료 등의 재료를 다른 비율로 섞기 때문에 저마다 색이 다르다.
굳힌 판 위에 수성 에폭시를 부은 뒤 말리는데, 처음에는 에폭시가 평평하게 펴지지만 흙판이 에폭시를 머금으면서 서서히 스며든다. 20일가량 지난 후에 판 위에 석분을 뿌리고 물로 씻어내고를 반복한다.
이때 석분을 완전히 씻어내는 게 아니라 물로 살짝 헹구는 방식으로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오래돼 먼지가 쌓인 것 같은 질감을 얻게 된다.
수도승이 물아의 경지 닿듯
정신적 고양감 즐기는 경지
어느 정도 오래된 골동품 분위기가 나면 마무리로 이 작가가 손수 광을 낸다. 한 점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이 같은 공정 과정이 반복된다. 공정 과정이 진행될수록 육체적 피로는 물론 정신적 소모도 엄청나다.
이 작가는 “수도승이나 수도사들이 정신 수행을 통해 물아의 경지에 도달하듯 나도 정신적 고양감을 즐긴다”고 했다. 이 작가는 이 작품들을 조각 그림이라고 명한다.
윤재갑 HOW Art Museum 관장은 “시는 소리 내서 읽어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고 우리가 간절히 기도할 때 두 눈을 감듯이 오히려 눈을 감고 오감으로 느껴야 그의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며 “이진용 작가가 사물을 대하거나 작업을 하는 태도도 그렇다. 작고 사소한 사물에 정성을 쏟는다. 온 정성을 다해 화면에 옮겨놓는다”고 말했다.
영국서도 전시
이번 전시는 한국 학고재와 영국 폰톤갤러리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학고재 갤러리 관계자는 “노동집약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작업을 통한 작품의 완성, 화려한 색채감의 강조가 아닌 은은하고 절박한 색채감을 통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는 작가의 성향과 학고재가 추구하고 있는 ‘학고창신’의 정신이 통함을 느꼈다”며 “이 작가의 작품은 세계 미술계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7월3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진용은?]
1961년 부산 출생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졸업
▲개인전
‘이진용 개인전’ 학고재 갤러리, 서울(2017)
‘오래된 책방’ 학고재 갤러리, 상하이(2015)
‘5015.158.43’ 갤러리 분도, 대구(2015)
‘TRUNK | 68㎡’ 갤러리 바톤, 서울(2014)
‘쓸모 있는 과거’ 갤러리 분도, 대구(2012)
‘수집된 시간’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2012)
‘인 마이 메모리’ 전혜영 갤러리, 부산(2009)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2008)
LA 아트코어, 로스앤젤레스, 미국(2005)
‘내 서랍 속의 자연’ 박여숙 화랑, 서울(2004)
오픈 스튜디오. 갤러리 세줄, 서울(2003)
LA 아트코어 브루어리 아넥스, 로스앤젤레스, 미국(2003)
LA 아트코어 브루어리 아넥스, 로스앤젤레스, 미국(2002)
박여숙 화랑, 서울(2001)
예맥화랑, 서울(2001)
LA 아트코어 브루어리 아넥스, 로스앤젤레스, 미국(2000)
▲수상
LA 아트코어 미술전, LA 아트코어, 로스앤젤레스, 미국(2003)
제1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1992)
제2회 부산야외조각대전 장려상, 부산 올림픽 동산 야외 조각 공원, 부산(1992)
제7회 서울현대조각공모전 입선, 서울갤러리, 서울(1992)
부일미술대전 대상, 부산시민회관, 부산(1992)
MBC미술대전 특선, 예술의전당, 서울(1991)
제1회 부산야외조각대전 우수상, 부산 올림픽동산 야외 조각 공원, 부산(1991)
동아미술대전 특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1990)
제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1989)
중앙미술대전 입선, 호암 갤러리, 서울(1988)
제7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