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승리 이후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하나둘씩 내년 지방선거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동시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판이 결정될 것으로 보여 정치권의 귀추가 쏠리고 있다. 과연 ‘박원순 나비효과’는 내년 지방선거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앞서 대선과정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 시장은 현재 서울시장 3선 도전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궁극적으로 대권을 노리는 박 시장이 이번 대선과정서 여의도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출마로 선회할 가능성도 높다.
3선? 여의도?
민주당 한 관계자는 “그가 어느 곳으로 가느냐에 따라 대선후보군을 비롯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나서는 당 중진들의 이동 궤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 시장의 3선 도전과 관련에 본인의 생각을 드러냈다.
지난달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 시장은 ‘박 시장이 3선 도전 시 양보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박 시장이 서울시장을 잘하고 계시고 굳이 3선을 하신다고 하면 같은 팀원끼리, 같은 성향의 식구들끼리 그럴(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박 시장이 서울시장에 나서면 경기도지사 쪽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란 관측과 관련해선 “선택지가 많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중 한 곳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17∼18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서울시장 선거 예상후보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이 시장은 19%로 박원순 시장 25.5%에 이어 2위로 조사됐다.
황교안 전 총리가 뒤를 이었지만, 이밖에 민주당 정치인들의 지지율은 10% 안팎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상 차기 서울시장은 박 시장과 이 시장이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이 시장이 박 시장의 결정에 따라 서울시장 출마여부를 판단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박 시장은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모양새다. 만약 박 시장이 서울시장을 불출마 한다면 이 시장에게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그림은 그려지지만 당분간 정치일선서 물러나게 된다.
반대로 3선에 도전하게 되면 잠재적 경쟁자인 이 시장을 피해 수월한 서울시장 선거를 치룰 수 있지만 여의도 정치와는 멀어지게 된다. 박 시장의 행보에 영향을 받는 정치인은 이 시장만이 아니다.
만약 박 시장이 3선을 포기할 경우 민주당 내 서울을 지역구로 둔 중진 의원들이 시장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우선 추미애(5선·서울 광진을) 민주당 대표와 박영선(4선·서울 구로을)·우상호(3선·서울 서대문갑)·이인영(3선·서울 구로갑)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추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당으로서는 집권 초반에 지방선거를 이겨야 한다”며 “제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배제한다. 섣불리 내 자리를 박아놓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해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3선 도전·여의도행 갈림길 선 박 시장
이재명·박원순 2강…경기도지사 누가?
정치권에서는 박영선 의원의 서울시장 재도전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앞서 박 의원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재보선서 한 차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적지 않은 기여로 당내서도 훈풍이 불고 있다.
조기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 박 의원 측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집권 초반인 지금은 개혁의 동력을 찾고 국정 조기 안정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크던 작던 모든 선거는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의 조기 과열화는 당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장을 노리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경우 박 시장 및 이 시장 두 사람 중 한 사람과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는 없다. 박 시장이 출마하면 박 시장과의 당내 경선이 불가피하고, 박 시장이 불출마하면 이 시장과의 대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시장을 제외한 추 대표, 박 의원 등 정치인들의 서울시장행은 암울하다. 지난달 2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이 불출마할 경우 민주당 후보 적합도에 이 시장이 40.4%로 조사됐다. 반면 박영선 의원은 16.4%, 추미애 대표는 9.5%에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 출마에 관계없이 이 시장이 박 시장과 정면승부를 벌일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어떤 경우든 양자대결의 승자가 차기 대권에 한 걸음 다가설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박 시장 입장에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 시장을 꺾었다는 점에서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시장도 마찬가지로 서울 재선 시장인 박 시장을 꺾고 인구 1000만의 서울을 이끈다면 단숨에 민주당 내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대권’ 코스는 앞서 이명박 대통령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는 경기도지사를 노리는 정치인들에게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시장이 3선을 천명하게 된다면 이재명 시장은 경기도지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전해철 의원(경기도장 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지역 터줏대감인 안민석, 이종걸,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도지사도 출렁
이 시장의 경기도지사 도전은 기존의 경기도지사를 노리던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적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선후보로서 잠재력을 보여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이 시장의 경기도지사 출마는 인지도 및 정치력 등에서 여타 후보를 압도한다는 평가다.
당내 경선의 경우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대선과정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한 이 시장을 타 후보군에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기도지사의 저주
정치권에선 경기도지사가 대권에 도전하면 반드시 낙선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1997년 이인제, 2007년 손학규 대선후보가 나란히 대권 도전에 실패하면서 정설화됐다.
이를 두고 경기도지사 관사 터가 좋지 않아 자꾸 선거에서 미끄러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관사를 일반에 공개하고 용인시에 거처를 두면서 ‘징크스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경기도의 경우 면적이 넓고 인구가 분산돼 아무리 많은 업적을 남겨도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해서라는 지적도 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