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의 변심’ 거제에 무슨 일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26 10:47:14
  • 호수 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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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배로 갈아탔는데 큰 파도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난 대선 과정서 돌연 자유한국당 탈당을 선언한 권민호 거제시장. 내년 지방선거서 도지사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현재 민주당 입당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 정가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권 시장의 입당 가능성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 이때 몇몇 유력 의원들이 권 시장 입당에 힘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거제시에 떠돌고 있어 그 내막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 4월18일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당시 권 시장은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해왔다”며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탄핵 이후 이렇다 할 반성의 뜻을 보이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당설

그러면서 “이런 자유한국당의 정강과 이념이 나와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 이번 대선서 자유한국당은 후보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권 시장의 행보에 거제 지역 정가는 술렁였다. 그가 타 정당행과 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입당설은 파다하게 퍼진 사실이다. 권 시장 입당설에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집단 반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당내 반발, 시민여론 악화 등 권민호 거제시장의 민주당 입당은 당 이미지, 가치, 정신을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며 “지난 7년간 시정을 이끌면서 보여준 희망복지재단 부당해고 , 대규모 바다매립과 난개발, 여러 의혹, 서민노동자 정서에 반하는 시정 등은 당 정체성과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권 시장은 민주당 입당설에 대해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통화서 “아직 입당한다거나 입당하면 언제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을 밝힌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거제 지역 정가에선 몇몇 유력 의원들이 권 시장 입당에 힘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여기에 거론되는 인물로는 민주당 김두관 의원, 김경수 의원 등이다. 

김두관 의원은 거제시장 민주당 입당설에 대해 지난 4월23일 “따로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문재인 후보가 권 시장에게 직접 전화한 것으로 안다”며 “거제 출신 대선 후보가 시장에게 전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권민호 시장 측근들 중 일부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권 시장 민주당 입당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을 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그는 “거제지역 정가서는 공공연히 떠도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해당 이야기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일요시사>는 김경수 의원 측에 전화를 취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김 의원께서는) 대선 때 대통령 수행팀장을 맡으셔서 (권 시장과) 개인적 만남은 없으신 것으로 안다”며 “저희 지역도 아니기 때문에 확인도 안 되고 확인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게 직접 확인이 가능하냐고 묻자 “인사 관련해서는 중립적”이라며 “여쭤볼 기회가 있으면 여쭙고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돌연 자유당 탈당 민주당에 ‘기웃기웃’
다음은 도지사?…수상한 사조직 움직임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권 시장의 입당설에 김 의원이 거론되는 것을 두 가지 측면서 설명했다. 우선적으로 권 시장 측에서 민주당 입당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김 의원의 이름을 팔고 다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 시장 측에서 의도적으로 김 의원의 후광을 이용해 민주당에 입당하고 나아가 시장 3선 또는 도지사를 노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만약 반대로 김 의원 측에서 실제로 권 시장의 입당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김 의원이 도지사 출마를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고 그는 분석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에 패해 낙선한 경험이 있다. 현재 내년 경남도지사를 노리는 후보군으로는 최대 20여명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김 의원은 ‘도지사 불출마’를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불출마 발언을 번복하고 도지사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두 사람의 지역구가 각각 거제와 김해로 다르긴 하지만 권 시장의 입당은 김 의원의 향후 정치 행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 시장이 입당을 하게 되면 김 의원 입장에선 자연스레 당내 정적을 제거하는 효과를 얻는다. 지역에선 두 사람이 민주당서 도지사를 놓고 싸우게 되면 당내 경선서 김 의원 측이 승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제 지역의 한 정치 관계자는 “권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한다고 해도 당내 반발이 심해 권 시장이 경선 통과 후 본선에 진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권 시장 사조직의 움직임도 감지됐다. 지역 정가에 밝은 인사에 따르면 “권 시장 사조직이라 불리는 ‘나다움’에서 지역 이장에게까지 민주당 입당원서를 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나다움은 읍면동 단위로 구성된 권 시장의 사조직으로 알려진다.

그는 권 시장 사조직이 지역민들에게 민주당 입당원서를 받는 것에 대해 “권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하기 위해 발판 다지기 행보가 아니겠느냐”며 “지금 민주당 지역위원회에선 권 시장 입당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19일부터 ‘권민호 시장 민주당 입당을 돕는 자들이 적페세력’이란 피켓을 들고 권 시장의 입당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는 “권민호 시장이 민주당 입당을 포기할 때까지 무한정 계속할 것”이라며 “권 시장의 민주당 입당은 당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해 내년 선거서 민주당이 참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누가 돕나?


거제적폐청산위원회(준)도 성명서를 통해 “권민호 시장은 19대 대선서 자유한국당 이름으로 홍준표를 지지했던 자”라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로 판세가 완전히 기울던 4월에서야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입당을 타진했다”고 밝혔다. 

또 “권 시장은 1000명이니, 2000명이니 하는 권리당원을 데리고 마치 점령군의 기세로 입당의 기회를 보고 있다고 한다”며 “적폐는 청산의 대상이지 통합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거제 시민단체 움직임은?

거제지역 시민단체들이 권시장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에 대해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거제지역시민단체연대회의는 권민호 시장 고소·고발 건을 정식의제에 올려 논의했다. 비리 의혹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우선 무인도였던 사두섬이 국가산단 매립구역에 포함되는 과정에서 권 시장과 전 후원회장의 커넥션 의혹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2013년 현대산업개발 관급공사 입찰제한 조치를 5개월에서 1개월로 경감해 준 특혜 의혹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때늦은 고발이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도 있지만 새 정부 들어 적폐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만큼, 그동안 숱하게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해 속 시원한 의혹 해소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발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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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