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국민의당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12 11:19:22
  • 호수 1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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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했는데 ‘민주당 2중대’ 취급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이 협치 딜레마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사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처했지만 결국 민주당 2중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문회를 비롯한 각종 현안에 정부·여당과 각 세우기를 최소화해 ‘강한야당’ ‘선명야당’서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요시사>는 거대 양당 사이서 수세에 몰린 국민의당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국민의당의 시련은 국무총리 임명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호남 출신의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당과 호남민심을 고려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수월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총리는 청문회서 ‘아들병역’ ‘위장 전입’ 등 의혹이 나오면서 자질 논란으로 번졌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한국당은 강수를 두며 이 총리 인준표결에 불참했다. 이 총리는 한국당이 빠진 상황서 188표 중 찬성 164표를 받아 국회 인준을 통과했다. 이 총리 임명을 두고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가 위장 전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이 총리 지명은 국민의당이 받을 수밖에 없는 카드였다는 분석이다.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당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이 총리를 반대할 경우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집권 초기에 정부·여당과 ‘협치’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대선 패배로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와 호남민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리의 경우 대승적 차원에서 임명에 동의했지만 후속 인사를 두고는 국민의당 내부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특히 국민의당은 각종 의혹에 휩싸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보였지만, 박지원 전 대표 등이 찬성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히면서 스텝이 꼬이고 있다.    

국민의당의 갈팡질팡 행보에 한국당은 더 이상 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7일 이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 등을 거론하면서 “국민의당의 오락가락 입장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른 공직 후보자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야당의 입장 같더니 이후 입장을 바꾸는 걸로 봤을 때 잘못하면 여당의 2중대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민의당의 김상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연장 관련해서는 “결국 채택 찬성으로 가기 위한 절차”라며 비판했다. 

정 권한대행의 작심 비판을 두고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거대 양당체제 시절 여당으로서의 꿈을 아직도 깨지 못하고 그 시절 저지른 행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당당하고 떳떳한 야당,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준 여당으로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는 국민의당은 지난 8일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강 후보자의 위장 전입, 세금탈루, 거짓해명 등 도덕적 흠결이 해소되지 않았고, 동시에 그 도덕적 흠결을 만회할만한 업무능력이 발견되지 못했다”며 부적격 보고서 채택 이유를 밝혔다.


이에 민주당 제윤경 대변인은 “무리한 몽리”라며 “협치의 정신을 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의 강 후보자 임명 부동의에 대해 전략적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대선 이후부터 청문회 과정까지 계속해서 민주당에 끌려다니는 모양새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지지율 곤두박질
일단 홀로서기

국민의당의 오락가락 행보의 원인으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일 공개한 정당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8%에 머물렀다. 2위인 자유한국당(13%)보다 5%가량 낮은 수치다. 1위인 민주당(55.6%)과 비교해선 40% 넘게 차이가 난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텃밭인 호남서 더욱 심각하다. 국민의당은 10%대 지지율에 그친 반면, 민주당은 6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호남지지율은 국민의당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다. 

현재와 같은 지지율이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총선서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호남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정운영의 동력이 되는 지지율이 낮은 상황서 국민의당이 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정부 및 여당과 협조를 하면서 반전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 상황에 대해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국가 이익과 정치발전 그리고 호남을 위해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며 “문재인정부가 호남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당을 의식한 측면이 다분하다”고 해석했다. 

이어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책과 조처들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며 “대선 과정서 공약했던 것을 지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장서서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 국민의당의 존재 의의는 충분히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인준은 OK
외교부 장관은 NO

정 의원은 현재 국민의당의 행보가 자칫 거대 여야의 틈바구니 속에서 양쪽 모두에게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양당을 견제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잘 해낸다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국민의당 내부서도 호남 지지율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호남 중진의원과 초선 및 비호남 출신 의원들 간 입장 차가 존재한다.

호남 중진의원을 대표하는 박지원 전 대표는 “국민의당은 여도 야도 아닌 중성당”이라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 말고 더 감내해야 한다”고 말해 국민의당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초선 및 비호남출신 의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민주당과 각을 세워 ‘강한야당’ ‘선명야당’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호흡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광주 지역의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거쳐 대선까지 오는 과정서 호남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양당 구도에 ‘표를 주는 재미’를 느낀 것 같다”며 “여기에 문재인정부가 초반부터 호남을 배려하는 정책을 가동하면서 당분간은 국민의당에 여론이 호의를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사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되 호남 배려 정책에 대해서는 협조하는 것이 그나마 민심 이반 방지책이 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정부·여당과의 ‘절묘한 줄타기’가 국민의당의 최선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당설 ‘솔솔’
용비어천가 그만

여권에선 호남서 맥을 못 추는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지난 8일 사견을 전제로 “국민의당과 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야당이기 때문에, 야당의 역할을 하려고 하겠지만 지지기반인 호남 분들 다수가 이런 상황서 '민주당과 협조하라' 이것이 지지자들의 명령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지원 전 대표 등 국민의당의 많은 분들이 이 상황에선 민주당에 협조를 해야 한다는 게 주류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당장 합당하라고 하셨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연일 정부에 협조를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민주당과의 연대 혹은 합당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의 행보에 이언주 수석부대표는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나를 좀 봐달라’고 하는데 (민주당서) 오라고 하지 않으니 당을 팔아서라도 가려는 것이냐”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자릿수 지지율…합당이냐 홀로서기냐
‘선명야당’ 고민 중…호남 vs 비호남 갈등↑ 

일단 외견상 국민의당은 홀로서기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합당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각서 제기된 합당설에 선을 그었다. 그는 “합당 운운은 정치공작으로 권력의 남용이고 협치라는 시대정신에 대한 배반이므로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구태정치 표상인 거대 양당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합당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합당을 하게 되면 총선 혹은 지방선거서 기존 국민의당 의원과 민주당 원외 인사 간 당내 경쟁이 불가피하다. 또 당 하부조직간 마찰도 배제키 어렵다.
 

국민의당 창당 배경을 보면 민주당 친문계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융화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두 당이 합쳐질 경우 지도부 구성에 난맥상은 불보듯 뻔하다.

합당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지지율과 여당의 지위를 얻게 된다. 민주당은 과반수 의식을 차지한 여당이 되고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을 통해 세를 불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두 당의 합당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두 당이 합쳐진다면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을 합쳐 제3정당이 탄생한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호남에서 격돌하고,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과 영남·수도권 중심의 바른정당이 합친다면 지역주의를 극복한다는 명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5당 구도서 
3당 구도로?

두 당의 합당에 대해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역 간 통합 및 협치의 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국회에서의 5당 구도는 복잡한 형태의 다당 구조이기 때문에 3∼4개 정당의 다당 구조가 국회의 비효율적 운영 가능성도 제거해준다”고 말했다.

현재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자강론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나서야 두 당의 연대 및 합당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인’ 안철수는 지금…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제주도 방문을 끝으로 보름간 이어온 낙선 이후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는 5·9대선에서 패배한 뒤 전국을 돌면서 국민들을 만나거나 시도당을 방문했다. 5·18민주화 운동 기념식 참석 직후 광주에서 시작된 민생 투어는 경남·충청·강원으로 이어졌고 제주에서 종료됐다. 

대선에서 패한 직후 정계에서는 정계은퇴나 해외체류 등 당분간 휴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민심투어를 선택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대선 직후 차기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그는 본인 지지자 그룹에 “5년 뒤 제대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결선투표제하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안 전 대표의 행보로는 크게 당권도전 혹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지배적이다. 안철수계에서는 안 전 대표가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위기의 당을 바로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동교동계는 안 전 대표가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장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에 안 전 대표를 제외하고 마땅한 후보군이 없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전대 출마설이나 서울시장 출마설들이 나오지만 안 전 대표가 그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언론에 부각되지 않으면서도 최근 민심투어처럼 시도당을 격려하고 챙기는 일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 속 기사> 누가 국민의당 이끄나?

국민의당은 대선 이후 박지원 전 대표가 물러나고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의당에는 마땅한 당권 후보들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는 국민의당에서 절대적 지분을 차지하던 안철수 전 대표의 부재와 동시에 중량감 있는 차기 리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월 전당대회서도 국민의당은 인력난을 겪은 바 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5명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5명의 후보만 도전해 가까스로 정원 미달 사태를 막았다. 당 일각에선 안철수계로 불리는 문병호 전 의원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 천정배 의원, 정동영 의원 등이 당의 구원투수로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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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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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