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나홀로 대박’ 오너들- 최연학 연호전자 회장

베일에 싸인 은둔의 주식부호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주주 오너 일가에 회사 차원서 고배당을 일삼는 ‘반칙’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배당 논란이 재연됐다. 변칙적으로 자행되는 ‘오너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고배당 논란에 휘말린 오너 일가를 짚어봤다.
 

은둔의 경영인. 최연학 연호전자 회장을 일컫는 가장 대표적인 수사어구다. 최 회장과 그의 주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모습을 숨긴 덕분에 베일에 싸인 그를 주목하는 시선조차 그리 많지 않다. 그사이 최 회장은 매년 수백억씩 계좌에 입금된 배당금 덕분에 손꼽히는 비상장 주식부자에 등극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아들마저 아버지와 유사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 가져 간다

2016회계연도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연호전자는 지난해 배당금으로 300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1주당 배당금은 25만원, 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은 무려 195.93%에 달했다. 200%에 육박하는 배당성향은 분명 과도한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은 보편적으로 10~20%대 배당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연호전자의 고배당 기조는 비단 지난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2014년에는 중간배당으로 300억원(1주당 배당금 25만원), 기말배당으로 200억원(1주당 배당금 16만6666원) 등 총 500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평균 배당성향은 136.47%다. 2015년에는 기말배당 없이 중간배당으로 300억원을 주주들에게 내놨다. 1주당 배당금은 25만원, 배당성향은 145.10%였다. 


엄청난 고배당과 별개로 최근 3년간 연호전자의 실적은 뒷걸음질 쳤다. 연결 기준으로 2014년 매출액 1672억원, 영업이익 375억원, 당기순이익 365억원을 올렸던 연호전자는 이듬해 매출액 1213억원, 영업이익 197억원, 당기순이익 206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매출액 1073억원, 영업이익, 140억원, 당기순이익 153억원에 머무른 지난해 실적은 2년 전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이익잉여금 역시 매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3923억원이던 연호전자의 이익잉여금은 이듬해 3629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3482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즉, 연호전자는 회사 자금 사정이 매년 악화되는 것과 상관없이 주주들에게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지급했던 셈이다. 

연호전자가 선뜻 납득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액수를 매년 배당금으로 내놓는 명확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다만 고배당 정책의 수혜를 오너 일가가 온전히 누린다는 사실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연호전자 최대주주는 지분 70%(8만4000주)를 보유한 최연학 회장이다. 지난해 최 회장은 이 지분을 통해 연호전자에서만 21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나머지 지분 30%(3만6000주)는 그의 부인 신재은씨 몫이다. 

신씨가 90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기면서 결과적으로 지난해 연호전자가 배당금으로 내놓은 300억원은 온전히 오너 일가 수중에 귀속됐다. 최근 3년간 연호전자 지분율에 전혀 변동이 없던 까닭에 같은 기간 연호전자에서 내놓은 배당금 1100억원 모두 최 회장 부부를 향했다. 

오너 수백억 챙겨…순익 훌쩍 초과
‘부전자전’ 아버지 꼭 빼닮은 아들


흥미로운 점은 최 회장의 아들인 성욱씨 역시 보유지분을 기반으로 아버지와 비슷한 행보를 나타낸다는 사실이다. 

성욱씨는 부동산거래업을 영위하는 동은피에프의 대표인 동시에 연호엠에스(전자부품 제조)의 사실상 소유권자다. 2014년 말 기준 연호엠에스 지분 99.99%를 보유했던 성욱씨는 이듬해 지분율을 100%(2만주)로 끌어 올렸다.  

연호엠에스 주식은 성욱씨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연호엠에스는 기말배당 없이 중간배당으로만 300억원을 내놨다. 1주당 배당금은 150만원, 배당성향은 43.04%였다. 최근 3년간 연호엠에스로부터 받은 배당수령액의 총합은 약 550억원이다. 
 

2014년 배당금으로 50억원을 내놓은 연호엠에스는 이듬해 200억원으로 배당금을 늘렸다. 같은 기간 1주당 배당금은 25만원서 100만원으로, 배당성향은 8.76%서 35.83%로 변모했다.  

최근 3년 사이에 이익잉여금이 2702억원에서 3408억원으로 증대됐고 실적이 오름세를 나타냈다는 점이 배당금 증액에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적 상승추이가 산술급수적인 데 반해 배당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심지어 연호엠에선 2015년에 당기순이익이 570억원으로 전년(558억원) 보다 소폭 감소했음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총액을 4배 늘리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5년 성욱씨는 자신이 대표로 재임 중인 동은피에프서 배당금을 추가로 챙겼다. 이 시기에 동은피에프는 배당금총액으로 50억원을 책정했다. 1주당 배당금은 50만원, 배당성향은 무려 388.98%를 기록했다. 

동은피에프는 2015년 말 기준 매출액 8억6000만원, 영업이익 2억9000만원, 당기순이익 12억9000만원에 불과했던 소규모 회사다. 

동은피에프가 내놓은 50억원의 배당금은 고스란히 오너 일가에 귀속됐다. 동은피에프 전체 주식의 99%(9900주)를 보유한 성욱씨는 49억5000만원을 배당금으로 받았고 나머지 5000만원은 주식 1%(100주)의 주인인 최 회장의 몫이었다.  

남는 게 없다

연호전자, 연호엠에스, 동은피에프서 선뜻 납득하기 힘든 배당정책이 수년간 지속된 덕분에 최 회장 부자는 어느새 손꼽히는 비상장 주식부호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말 기준 배당금 수령액 집계 결과 성욱씨와 최 회장은 각각 비상장 주식부호 4위와 6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시기에 두 사람이 수령한 배당금의 총합은 각각 249억5000만원, 210억5000만원이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호전자는?

1982년 10월 8일 설립된 연호전자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동에 본사를 둔 중견 전자부품 제조업체다. 필수 전자부품인 커넥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연호전자는 제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전자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연호전자에 대한 최연학 회장의 지배력이 확고한 가운데 오너 일가 및 친인척은 연호엠에스(부품제조), 길성이엔지(자재유통), 동은피에프(부동산임대) 등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모든 계열사들이 비교적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우수한 현금흐름은 물론이고 낮은 부채비율, 높은 수익성까지 충족시킨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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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