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권력기관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05 10:44:49
  • 호수 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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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잘 버텼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권력기관들에 대한 개혁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광폭행보에 검찰, 경찰, 국정원은 정부 눈치만 살피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수술대에 오른 권력기관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개혁을 천명한 곳은 검찰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 조국 서울대 교수를 앉히면서 검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조 수석은 교수 시절부터 역대 정권 대대로 정치 권력에 예속돼 편향적으로 수사 및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의 행태를 지적해왔다. 개혁의 핵심 내용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다. 

칼끝 어디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공수처 설치를 위한 법안도 마련된 만큼 입법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 국정기획위 박범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6%가 공수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이번 정부 들어 가장 시급히 다뤄야 할 일이 경제·정치·언론 개혁보다도 검찰·경찰 개혁이라는 의견이 더 높았다”고 지적해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검찰 내부서도 공수처 설치는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검찰의 고유 권한 중 하나인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내주는 것에 대한 반발은 높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고 이를 검토해 검찰이 최종적으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현행 시스템은 유지돼야 한다”며 “이는 이중점검장치이자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도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검찰 수사권 조정은 대선 단골 공약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때까지 검찰 수장이 직을 걸고 싸우면서 번번이 수사권 조정은 실패로 돌아갔다.

 

검찰은 현재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으로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대행하고 있다. 새 정부가 검찰 개혁과 관련해 검찰의 신뢰 회복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봉 대행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검찰 개혁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바로 경찰 개혁이다. 경찰 개혁의 핵심은 ‘인권경찰’이다. 문재인정부는 수사권 조정의 필수전제 조건으로 인권경찰을 내걸었다. 지난달 25일 조 수석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공식화하면서 경찰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주문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찰 개혁은 국민 인권 보호와 수사 공정성 확보라는 투트랙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동안 경찰은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 폐해를 비판하며 수사권 조정을 요구해왔다. 정작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개선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서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경찰 조직 내부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찰청은 전국 지방경찰청·경찰서 관리자급 화상회의를 열고 “앞으로 수사 절차의 모든 과정서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신희웅 청주청원경찰서장도 최근 “새 정부의 주문에 맞춰 앞으로 민주경찰, 인권경찰로 거듭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기조에 발맞춰 경찰청은 인권 경찰로 변모하기 위해 여러 개선방안을 내놨다.


지난 1일 경찰청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직무 집행 과정서의 인권 보호 등에 중점을 둔 개선안을 공개했다. 살수차 동원 시 최소한의 범위서 사용, 직사살수 제한, 국가 중요 시설 부근 집회 허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한 번에 많은 대책을 쏟아내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이 내놓는 개정안은 전형적인 재탕, 삼탕, 사탕”이라며 “경찰의 본질이 바뀐 게 아니라 정권의 코드를 맞추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진정성이나 실효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혁인사 단행…검·경·국 초긴장 모드
검 “수사권은 NO”…국, 정보파트 폐지 

문재인정부서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권력기관은 국가정보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해 국정원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후보 시절 ▲국정원 명칭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 ▲국내 정보수집 업무 전면폐지 ▲불법 민간인 사찰, 선거개입, 간첩조작 근절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국정원의 국내 수사기능을 폐지하고 국가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을 신설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 공약의 골자였다. 
 

문 대통령은 서 원장에게 “국정원의 궁극적인 완전한 개혁 방안은 앞으로 좀 더 논의해 좋은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그때까지 우선적으로라도 국내정치 정도만큼은 철저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서 원장은 지난 1일 취임 첫 활동으로 국내정보 담당관 폐지를 지시했다. 국정원 3차장 출신으로 조직 내부 속성을 가장 잘 아는 서 원장이 문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국내정보 수집업무 전면 폐지를 통해 ‘셀프 개혁’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이날 국정원 1∼3차장에 모두 국정원 출신을 발탁한 것도 국정원을 정치와 완전히 분리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인사 면면을 살펴보면, 북한·해외파트를 관장하는 1차장에 서동구 주파키스탄 대사관 대사가 선임됐다.

대공·국내 파트 업무를 맡는 2차장에는 김준환 전 국정원 지부장이 선임됐다. 사이버·통신 등 안보 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3차장에는 김상균 전 국정원 대북전략부서 처장이 선임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원 출신자 발탁 배경에 대해 “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국정원과 정치권의 관계를 단절하고 국정원이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서 서 원장은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이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될 것이고, 규정과 질서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응분의 조치를 받게 될 것이다.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과거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해 국정원이 자체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서 ‘국정원 댓글 사건’ ‘박원순 제압 문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관련해 사실관계를 살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국정원이 대대적인 개혁에 돌입한 만큼 극심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내홍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은 무력으로 상대방을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지만 개혁은 법과 절차에 따라 때로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저항을 눌러가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가 도덕적으로 우월해야 한다”며 “상대방, 즉 개혁을 당하는 쪽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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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