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노리는 잠룡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29 10:18:11
  • 호수 1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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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기만 하면…대권 직행버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장미대선을 마치고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지방선거는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뜨겁다. 서울시장의 경우 인구 1000만 도시의 수장이라는 점과 동시에 대권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서울시장을 노리는 사람들을 정리해봤다.
 

  

우선 박원순 시장의 3선 도전이 예상된다. 오세훈 전임 시장의 공석을 채우고 서울시청에 입성한 박 시장은 지난 2014 지방선거서 당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단숨에 대선주자로 거듭난 박 시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과감하고 신속한 대처로 호평을 받았다.

한때 대선 지지율 20%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탄핵정국 이후 박 시장은 뚜렷한 반전기회를 만들지 못해 대선주자 지지도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결국 그는 지난 1월2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누가 나오나?

정치권에선 박 시장이 차기 대선을 도모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일단 3선까지 가능한 서울시장에 한 번 더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 박 시장은 “서울시장 3선 도전과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두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박 시장의 역점 사업인 ‘서울로 7017’이 개장했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안전 문제가 불거지며 2007년 철거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후 지난 2015년 박 시장은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공원으로 꾸미기로 결정해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공사 결정을 두고 선거용 치적 쌓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작게는 서울시장 3선부터 크게는 대권을 노린 행보라는 것이다. 

특히 ‘토목공사’를 극도로 꺼렸던 그가 전임 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같은 대형 건축·토목사업을 벌였다는 점에서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단 박 시장은 정치권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향후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선 이후 이름값을 높인 정치인들이 쏟아지면서 박 시장의 서울시장 3선 행보가 밝지만은 않다.

여권서 서울시장 후보로 점쳐지는 또 다른 인물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다. 지난 2011년 추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당시 당내 경선에서 박영선 의원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현재 추 대표는 여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5선의 추 대표는 지난해 총선 이후 친문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당 대표에 올랐다. 특히 국정농단, 탄핵, 장미대선으로 이어지는 급변기에 당내 혼란을 잠재우고 한데 뭉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 15일, 추 대표는 민주당 당직자를 전격 교체했다. 정무직 당직자 20명 중 18명을 교체했다. 추 대표는 이날 “집권여당으로서 당·정·청의 건강한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강력히 뒷받침하겠다”며 “대통합·대탕평 원칙에 입각해 능력 위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 대표의 설명과는 다르게 당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직 인선 과정서 추 대표가 당내 의견 수렴 없이 당직 개편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민석 전 의원을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 앉혔다.


당·정·청에는 추 대표가 졸업한 한양대 출신들이 대거 포진됐다. 추 대표가 차기 정치행보를 위해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꾸준히 당내 세력을 규합하고 있는 추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게 되면 박 시장과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대선과정서 돌풍을 일으킨 이재명 성남시장이 서울시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성남시장과 대선과정을 통해 넓힌 입지를 바탕으로 인구 1000만의 서울시장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이미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내년 지방선거에 또다시 성남시장으로 나온다면 체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시장의 도전 여부에 따라 야권의 경쟁구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선 도전 박원순…나경원 재도전 가능성↑
추미애도 도전?…이재명·황교안 등판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재도전에 나설 수도 있다. 앞서 2011년 박 의원은 당시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함께 출마한 천정배, 추미애 의원 등을 물리친 쾌거였다. 하지만 안철수 전 의원이 박원순 시장 지지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단숨에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른 박 시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박 의원을 누르고 단일 후보에 선출됐다. 박 의원이 만약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박 시장에 대한 ‘복수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입각 가능성이 높은 박 의원이 입각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야권에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등판 가능성이 점쳐진다. 친박(친 박근혜)계가 전멸하고 보수진영이 몰락한 상황서 자유한국당은 나 의원을 구원투수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 스스로도 서울시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나 의원은 당 일각의 기대를 접고 당권 도전을 포기한 바 있다. 당시 친박 맏형인 서청원 의원 대항마로 꼽혔지만 서 의원이 불출마하자 나 의원도 출마를 접은 것이다. 그는 당시 비박(비 박근혜)계 막후 실력자인 김무성 의원을 만나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나 의원은 오는 7월에 있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가 다시 한 번 당권 도전을 포기한다면 서울시장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보수진영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선 대선서 황 전 총리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부재한 틈을 타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안정적 국정운영과 대선관리를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황 전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사드와 관련된 언론보도에 대한 반박문의 성격이 짙었다. 당초 샤이한 모습이 짙었던 황 전 총리가 페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만큼, 빠른 시일 내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선과정서 불출마 선언은 위기관리 능력과 국가의 안위를 위해 고심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 직전까지 자유한국당서 뚜렷한 후보군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황 전 총리 ‘등판론’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힘겨루기 

앞으로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여야 후보들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승리로 분위기가 고조돼있는 민주당이 이 기세를 지방선거까지 이어갈지 반대로 한국당이 보수 재건에 성공해 유력 서울시장 후보를 낼 수 있을지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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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