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이스메이커> 촬영 현장 스케치

스포츠영화로 또 한 번의 감동을…

지난달 24일 오후 충청북도 보은군 공설운동장. 배우 김명민은 마라톤복을 입은 채 트랙을 달리고 있고 안성기는 뛰고 있는 김명민의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영화 <페이스메이커>의 주연배우들이다.

김명민 안성기 고아라 주연…마라톤 이야기 다룬 감동 영화
전국 방방곡곡 아름다운 곳에서 촬영…런던 현지촬영 계획도

영화 <페이스메이커>는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만을 위해 뛰어온 마라토너가 생애 처음으로 오직 자신만을 위한 42.195km 꿈의 완주에 도전한다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페이스메이커인 주만호 역을 맡은 김명민은 검은색 반바지에 태극기 마크가 그려진 흰색 티, 주황색 런닝화를 갖춘 채 스트레칭과 다리 운동을 하며 몸을 풀었고 파스도 뿌리면서 촬영 준비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극 중 코치인 박성일 감독 역의 안성기는 촬영 전의 훈훈했던 인상은 버려 둔 채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무뚝뚝하고 못마땅한 표정의 콘셉트로 김명민의 달리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김명민 5kg 빠져

이날 영화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었다. 마라톤의 특성상 움직임이 많은 영화여서인지 한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도 스태프들은 카메라 각도와 앵글을 테스트하며 주의를 기울이는 눈치였다. 이 테스트에는 영화 제작진 몇몇이 배우들을 대신해서 약 100m 되는 거리를 몇 번씩 뛰어줌으로써 그들의 체력안배를 배려해주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여줬다. 

이날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에 주연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더 해지면서 촬영장은 후끈 달아올랐고, 촬영 중간 잠깐 짬이 날 때마다 취재진들의 열띤 취재경쟁으로 제작진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만큼 큰 관심이 집중됐다.

김명민과 안성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촬영 중에도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조언해주는 등 찰떡호흡을 과시했다. 고아라는 이날 촬영 장면은 없었지만 함께 트랙에 나와서 선배 배우들을 응원하며 동료애를 과시했다.

촬영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 김명민과 안성기는 촬영 장면이 끝나면 촬영 모니터로 달려가 자신들의 모습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도 짓기도 하고 웃음도 터뜨리는 등 어느 때보다 발랄한 분위기였다.

이번 영화에서 뛰는 장면이 유독 많은 김명민은 “마라톤을 하다 보니 전보다 체중이 5kg이 빠졌고 몸도 튼튼해지고 허벅지도 두꺼워져 좋다”며 마라톤 예찬론을 펼쳤다.

안성기는 “나도 뛰고 싶은데 가만히 서서 초시계만 쳐다보니 답답하다”며 “직접 뛰는 선수보다는 그래도 편하게 촬영해서 미안하기도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안성기는 김명민의 첫 인상에 대해서 “이번 영화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 만나기 전에는 심각하고 진지한 사람은 아닐까하며 걱정도 했으나 오히려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성격이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대높이뛰기 선수인 유지원 역을 맡은 고아라는 이번 촬영을 하면서 “장대높이뛰기를 해보니 복근과 어깨, 팔을 모두 사용하는 전신운동인 것을 깨달았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아라는 이어 “와이어를 달고 공중회전 촬영을 해서 팔에 피멍이 들었다”면서 직접 멍든 팔을 보여주기도 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고아라는 이번 영화가 한국에서 처음 출연하는 영화이다. 그녀는 이번 영화 출연 결정에 대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며 다부진 각오도 드러냈다.

이번 영화에서도 김명민의 변신은 또 한번 관심을 가져볼 대목이다. 충무공 이순신부터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 카리스마 명지휘자 강마에, 루게릭병 환자 백종우 등 배우와 극중 인물과의 철저한 동일시를 통해 사실주의적 연기의 변신을 해왔던 그는 이번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우하게 보이는 남자로 다시 태어난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자신의 동생을 책임지기 위해 가장 노릇을 했던 불우한 삶을 투영하기 위해 인공치아를 사용하고 완전 노 메이크업으로 촬영에 임하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김명민은 인공치아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생겼던 에피소드도 전했다. 인공치아를 하게 되니 발음이 힘들어 졌다는 것.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인공치아를 낀 채로 꾸준히 운동도 하고 잠도 자고 식사도 해보니 어느새 자연스러워 졌고, 발음도 좋아져서 현재도 촬영하는데 있어 무리 없이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봉주 선수 도움 줘”

이번 영화를 통해 현 삼성전자 육상단의 오인환 감독과 이봉주 선수는 김명민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극 중 마라토너인 김명민의 마라톤을 지도하기 위해 몸소 나섰던 것. 김명민은 “2~3개월 전부터 오 감독과 이봉주 선수 밑에서 집중 트레이닝을 해왔다”며 “이봉주 선수와 같이 뛰어보니 저절로 이 선수의 폼도 따라하게 돼서 이번 영화 촬영에 도움도 많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달중 감독은 <페이스메이커>가 첫 영화 데뷔작이다. 그동안 김 감독은 뮤지컬 <헤드윅>, <김종욱 찾기>, <댄서의 순정>, <주유소 습격사건> 등으로 뮤지컬계의 최고의 연출가로 손꼽혀왔다.

그는 이번 영화의 기획의도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페이스메이커처럼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국 승리를 이끌어 내는 진한 감동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슴 따뜻한 영화 <페이스메이커>에서 또 하나의 눈여겨볼 만한 장면은 이 영화에 나오는 배경들이다. 이번 영화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정평이 난 곳에서 촬영을 했기에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환경을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볼거리도 선사한다. 또 극중에 런던올림픽 장면을 위해 조만간 런던으로 날아가 촬영을 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포츠영화로 또 하나의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를 그려갈 <페이스메이커>는 현재까지 40% 촬영을 마쳤으며 빠르면 올 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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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