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살해 ‘무서운 남편들’ 천태만상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잠든 남편도 다시보자"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얼마전 실종됐다 50여일 만에 심하게 훼손된 변사체로 발견된 교수 부인 살해사건의 충격파가 가시질 않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잔인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다름 아닌 남편이라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교수라는 사람이 재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내를 잔인하게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것. 최근 이 같이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다. 홧김에 혹은 내연녀 때문에, 계획적으로 아내를 살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서운 남편들의 천태만상을 들여다봤다.

실종 50여일 교수 아내 변사체로 발견 충격
만삭 아내 살해한 의사부터 아내 목 조른 교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믿었던 가정에서, 가장 돈독한 관계라고 믿었던 부부관계에서 살인사건이 잦아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안전한 곳도, 믿을 사람도 없는 것일까. 최근 드러난 교수의 아내 살인사건은 7년이나 교제한 내연녀와 짜고 저지른 것이라 더욱 소름이 돋는다.

최근 낙동강 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박모(50·여)씨는 대학교수인 강모(53)씨와 재혼 1년여 만에 이혼 소송을 벌이던 중 지난 4월 실종됐다.

처음에는 범행 부인
추궁하면 자백 뻔한 코스

박씨의 친정 식구들은 실종 4일 만인 지난 4월5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박씨의 인상착의와 사진을 담은 광고는 물론 트위터에도 도움을 청했다.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사람에게는 자그마치 1억원의 사례금을 주겠다고 했다. 경찰의 신고포상금이 아닌 실종자 가족이 목격자나 제보자에 대해 거액의 사례금을 제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직후부터 남편인 강씨는 유력한 용의자 중 한 사람이었다. 당시 강씨는 박씨의 행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박모씨의 주검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박씨의 시신은 부산 사하구 을숙도대교 부근의 낙동강 주변에서 발견된 등산용 가방 속에 있었다. 시신은 크기 1m 가량의 등산용 가방 안에 토막 난 상태였고, 얼굴 등 몸 전체가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은 박씨가 실종 50일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되자 수사를 서둘렀다. 경찰은 이미 박씨가 실종된 직후부터 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강씨의 승용차에서 발견된 혈흔, 가방 구입 경위 등 살해 증거와 시신을 유기한 증거들을 충분히 수집해 강씨를 붙잡았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던 강씨는 지난달 23일 밤늦게 돌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강씨는 "지난 4월2일 해운대 모 호텔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아내를 만나 이혼문제로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목 졸라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강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시신을 담은 가방을 범행 며칠 전에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공범과 함께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던 것.

경찰의 집요한 추궁에 강씨는 결국 사실을 털어놨다. 역시 강씨에게는 또 다른 공범이 있었다. 다름 아닌 내연녀.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4월2일 밤 11시께 부산 해운대구 모 콘도 앞에서 아내 박씨를 만나 자신의 차에 태운 뒤 모 호텔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노끈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당시 강씨의 내연녀 최모(50·여)씨는 호텔 인근에 자신의 차량을 대기 시켜 놓고 있다가 박씨의 시신을 옮겨 실었다. 이후 강씨는 자신의 집에 차를 두고 나온 뒤 인근 주점에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그 사이 최씨가 박씨의 시신을 유기하면 이들의 비밀은 영원히 묻힐 것 같았다. 하지만 최씨는 박씨의 시신이 든 가방을 혼자 힘으로 바다에 던지기 힘들었고, 결국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을숙도대교로 오게 한 뒤 함께 시신을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최씨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문자를 남기기도 했다.

범행 이후 강씨는 내연녀 최씨가 가담한 흔적을 없애기 위해 서울 카카오톡 본사를 찾아가 문자메시지 삭제를 요청했지만 경찰의 복원으로 들통 났다.

강씨와 최씨의 내연관계는 벌써 7년째 계속됐다. 2004년 최씨가 대리운전기사 일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된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으며, 최씨는 강씨에게 "당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씨는 지난해 3월 박씨와 재혼했고, 이미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되풀이했던 강씨의 재혼생활을 순탄치 않았다. 두 사람은 자주 다퉜고, 그때마다 강씨는 최씨를 만나 고민을 털어놨다. 급기야 두 사람은 지난 3월 부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살해 방법과 유기 장소 등을 꼼꼼히 찾아 범행을 저질렀다. 완벽한 계획범죄였던 것.

하지만 경찰의 조사가 강화되자 최씨는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했고, 호주에 머물다 점점 조여오는 수사망에 부담을 느낀 것인지 얼마 전 자진 귀국해 조사를 받았다.

의사, 만삭아내 살해
엘리트가 더 무섭다


앞서 1월에도 충격적인 아내 살인사건이 발생해 사람들을 공황 상태에 빠뜨렸다. 만삭 의사부인 살해사건이 바로 그것. 출산을 한 달 여 앞둔 만삭의 여성이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엘리트 외과의사인 남편 백모씨로 밝혀졌다. 당시 백씨는 의사다운 소견을 동원해 범행 사실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백씨가 부부싸움 도중 아내의 목 졸라 숨지게 한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백씨는 전문의 1차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하고도 새벽 3시까지 게임을 했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부인과 부부싸움을 벌이던 중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부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는 것.

사건 발생부터 백씨가 구속될 때까지 해당 사건은 한국판 OJ심슨 사건으로 화제가 됐었으며, 네티즌들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설과 분석을 내놨다.

이번 교수아내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당시 범인인 남편이 의사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사회적 지위에 오른 의사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것.

그런가 하면 지난 3월에는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12년간 그 시신을 집안에 보관해온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줬다.

2010년 통계, 5일에 한 명 꼴로 남편에게 살해
갈등 상황 속 아내 이견, 남성 권위 훼손 판단

1999년 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거주하던 이모(51)씨는 다음날 이사를 앞두고 동갑내기 아내(당시 39세)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1층 단칸방으로 이사를 앞두고 아내가 "이사를 가지 않겠다"며 완강히 버틴 이유에서다.

아내를 설득하던 이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우발적으로 아내의 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씨는 아내의 시신을 흰색 비닐, 은박지 등으로 겹겹이 둘러싸 종이상자에 넣어 밀봉했고, 다음날 이사하면서 시신이 든 종이상자 역시 이삿짐인 것처럼 가장해 새 집으로 옮겼다.

이후 이씨는 당시 8살 난 딸아이와 3년 정도 생활한 뒤 집을 나가 한 달에 2~3번 정도만 집에 들렀고, 이씨의 딸(20)은 단칸방에서 어머니의 시신이 담긴 상자와 12년간 함께 생활했다.

성년이 된 이양은 이사를 앞두고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종이상자를 열어봤고 미이라 상태의 시신이 나오자 경찰에 신고했다. 지문감식과 유전자조사 결과, 발견된 시신은 이양의 친모임이 확인됐고, 경찰은 그 길로 이씨를 추적, 지난 3월15일 붙잡았다.
이씨는 범행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고, "숨진 아내와 딸에게 미안해 시신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영원히 시신을 보관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4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남편들의 아내 살해
치정·무시발언 때문

도대체 아내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기에 남편은 아내를 죽이는 것일까. 범죄심리학자들은 남편의 아내살해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치정 관계이고, 두 번째는 부부싸움 도중의 무시발언 등 평상시 얽힌 갈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치정에 의한 살인은 아내가 외도를 했을 경우와 자기 자신이 외도를 했을 경우에 모두 해당된다. 앞선 교수 아내 살인사건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부부싸움 도중 홧김에 살해는 설명이 좀 더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성의 가해행동은 상대방의 폭력에 대한 대응으로 행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남성은 자가-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남편들의 분노 폭발은 시작부터 끝까지 남편 뜻대로 라는 말이다. 아무리 말리려고 애써봤자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

쉽게 말해 남편들은 아내에게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가질 때 분노가 상승하고 이때 화를 참지 못하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소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우던 남편이 아내와 부부싸움 도중 무시 발언을 참지 못하고 아내를 살해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0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집계한 결과, 남편 혹은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된 여성들이 최소 7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5일에 1명 꼴이다. 하지만 이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숫자에 불과하다. 때문에 실제로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는 아내의 수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

남으로 만나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인연을 맺었지만 최근 돌아가는 사회상을 보면 더 이상 남편과 부인이라는 관계가 모든 것을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관계인지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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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