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폐기물 하치장입니까?”

<고엽제 논란 계기> 주한미군 폐기물 매립 방류 사건 살펴보니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캐럴에 고엽제를 몰래 파묻었다는 전직 주한미군의 증언에 따라 전국이 들끓고 있다. 다른 지역도 고엽제를 비롯한 기타 화학물질이 운반·매립됐을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지난5월26일 고엽제 공동조사에 합의하고, 같은 달 27일 캠프 캐럴 인근 지하수를 채취해 첫 공동조사에 나섰다. 고엽제 관련 끝도 없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지금까지 주한미군에서 발생한 폐기물 매립, 방류 사건에 대해 취재했다.

주한미군 고엽제 매립 의혹 논란 ‘일파만파’
독극물 무단 방류에 유류 유출사고도 ‘펑펑’

경북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이 미국의 공식 인정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5월19일 1978년 당시 근무했던 전직 주한미군이 칠곡 캠프캐럴 미군기지에 맹독성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 250개를 주한미군 측이 은밀히 매립했다고 증언하면서 시작됐다.

증언이 폭로되자 미군 측은 다음날인 20일 저녁까지 만해도 관련 문서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할 뿐, 특정 물질 매몰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고집했다.

이에 정부는 같은 날 정부대응TF를 구성해 국방부·환경부·미8군사령부 관계관 등의 캠프캐럴 공동답사, 공동조사단의 기재 내부 및 주변지역에 대한 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같은 달 23일 미군 측은 특정물질 매몰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1978년 캠프캐럴에서 특정 물질이 매몰됐다는 기록을 찾아냈다"면서 매몰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

독극물 최고봉 고엽제

이때부터 논란은 재 점화됐다. 미군 측은 "조사 결과 논란이 됐던 지역 주변에 화학물질·살충제·제초제와 솔벤트 용액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을 매몰했다는 1992년 미 육군 공병단의 연구보고서 기록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미8군 사령관 존D.존슨 중장은 이 연구 보고서는 일반적인 환경평가서였으며 매몰된 물질 중 고엽제가 포함됐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1979년부터 1980년까지 매몰된 물질과 그 주변 흙 40~60톤 가량이 이 지역에서 제거돼 다른 지역에서 처리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물질들이 왜 매몰됐고, 이후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한 결과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물질이 처리됐다는 새 매립지역 또한 어딘지 밝혀지지 않아 이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됐다.

이와 관련 <SBS>는 지난 5월 단독 기사를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캠프캐럴에 고엽제가 매립된 것이 1978년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듬해인 1979년 카터 대통령이 환경오염 조치를 지시했던 문건을 확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매립돼 있던 고엽제를 파내서 폐기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1979년 1월 미국 정부의 카터 대통령은 "해외의 모든 미국 정부 시설에서 인체에 해롭거나 환경오염을 일으킬 사안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또 "오염물질 대책을 세울 때 현지 정부와도 정보를 주고받으라"면서 "나아가 8개월 안에 이 명령을 완료하라"고 못 박았다.

미군 측이 캠프캐럴에 매립된 특정 물질을 처리했다고 밝힌 1979~1980년과 시점이 일치한다. <SBS>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매립과 폐기 모두 미국 정부의 명령에 근거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 그렇다면 전국의 다른 미군기지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카터 대통령의 명령대로라면 고엽제 처리를 둘러싼 한-미간 논의 자료가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외교부는 확인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환경단체들은 한미 공동조사단의 조사가 캠프캐럴에 국한돼야 할 것이 아니라 전국 거의 모든 미군기지에서 화학물질을 다루고 있으니 전국 40여 곳의 미군기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천지역의 환경단체들 역시 성명을 통해 지난 2009년, 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벤젠·구리·납·아연 등이 검출돼 기지 내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주한 미군의 폐기물 매립, 방류는 화학물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주한미군 용산기지 영안실에서 독극물인 포르말린 용액 470병을 한강에 무단 방류한 사건은 주한미군의 오염물질 관리 소홀을 지적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시 사건은 영화 <괴물>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다른 매립·방류 없었나

건축 폐기물 불법 매립도 여러 건 발생했다. 동두천에 있는 캠프케이시와 캠프호비에서는 지난 1997년~1998년 미 2사단이 건축 폐기물인 아스콘과 콘크리트 등을 인근 야산에 몰래 버리다 언론에 적발된 바 있었으며, 1999년에는 평택의 미군 오산기지에서도 불법 폐기물 매립이 적발된 바 있다.

유류 유출사고도 빠지지 않았다. 1994년 2월에는 캠프이글애서 상수원보호구역인 섬강에 10년 동안 폐기름을 방류했고, 2001년 1월에는 녹사평역에서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JP-8 항공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해 5월에도 유류공급관 파손으로 주변 농경지 6700㎡가 오염됐다.

이와 관련 녹색연합은 지난 5월22일 "1991녀부터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사례는 드러난 것만 모두 47건"이라고 밝혔다.

녹색연합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름 유출 사건이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프로말린 등 유해물질 무단방류가 7건, 불법매립 5건, 태양오염 3건, 기타 3건 순으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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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