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윤회 카드’ 꺼내는 이유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22 10:42:30
  • 호수 11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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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볼모로 검·야 '두 마리 토끼' 사냥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청와대는 검찰이 '청와대 가이드라인'을 따라 수사해 논란을 빚은 ‘정윤회 문건’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검찰과 전 정권에 칼을 들이댄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을 겨냥한 이유를 살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 11일 신임 민정수석, 참모진과 가진 오찬 자리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다음 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윤회 문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공약의 첫 단추로 ‘2014 정윤회 문건’ 처리과정을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8가지 버전

정윤회 문건 사건은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검찰은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은 없다’는 결론을 내려 국정 농단 사태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윤회 문건은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청와대 및 국정운영에 관여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이 문건은 2014년 11월 <세계일보>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는 검찰 수사 초기부터 ‘문건 내용은 지라시에 불과하다’며 국기문란 행위로 선을 그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당시 검찰의 수사 방향과 관련해 문건 내용의 진위가 아닌 유출 경로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해당 문건과 관련된 수사는 문건 유출한 책임이 있는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이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되면서 일단락됐다. 

최근 청와대가 재수사 의지를 밝히면서 정윤회 문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문서 유출로 처벌을 받은 박 전 행정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 “검찰은 정윤회 문건 2쪽 분량에 간단한 내용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문건에는 8가지 버전이 있었다”며 “검찰도 최초 문건을 포함해 8가지 버전을 다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이 내용을 다 담으면 ‘역린’이라며 수위를 조절하라고 지시해서 농도가 톤 다운됐다”며 “비공개 문건이었지만 검찰이 청와대에 협조해 문건을 받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정윤회씨는 “재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한 언론을 통해 “재조사를 하겠다면 받아야지 별 수 없지 않느냐”면서도 “내가 비선 실세라는 문건 내용은 허구”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전 행정관의 주장에 검찰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고 최태민씨의 딸인 최순실씨가 정씨의 부인이라는 내용이 단편적으로 적힌 문건만 확보했을 뿐 최씨가 정권 실세라는 내용이 서술된 문건을 확보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시 수사팀은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의 이른바 ‘십상시 모임’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은 여러 대의 차명폰을 사용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며 “검찰이 이런 부분까지 파헤치며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에 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정윤회 문건 재조사 방침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14일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과거 민정수석실서 작성된 각종 자료는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라 하더라도 임의로 들여다볼 수 없다”며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자료를 보는 그 자체가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윤회 문건 사건 재조사로 ‘정치검찰’의 인적 청산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며 “실제로는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정치검찰을 만들려고 한다는 의혹의 눈초리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문건’ 재조사 지시…적폐청산 신호탄
검찰·자유한국당 압박카드 성공할까?

정윤회 문건 재수사로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당시 검찰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재수사가 진행되면 청와대의 하명수사가 있었는지 여부와 수사 지시 경로에 대한 부분이 집중적으로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시 검찰 수뇌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여부도 관건이될 전망이다. 해당 수사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 유상범 창원지검장, 임관혁 부산지검 특수부장이 맡았다. 

만약 검찰이 청와대의 지시에 복종한 것이 드러난다면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재인정부가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공약들을 내세우며 검찰 손보기에 나선 만큼 이에 국민적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 문건 재수사를 두고 한 변호사는 “3년이나 지난 사건이고 그동안 검찰과 특검이 수사했던 내용이라 재조사가 잘될지는 미지수지만 검찰 입장에선 굉장히 아픈 재조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정윤회 문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탓에 그동안 국정 농단의 방조자라는 이야기까지 듣지 않았느냐”며 “이번 기회에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는 게 검찰을 위해서라도 좋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건 재수사가 본격화되면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 전 비서관과 안봉근 전 비서관이 다시 수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따르면 ‘비선 실세 정씨가 이재만 비서관 등 청와대 실세 비서관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인사 방향 등에 간여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질 당시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국정 농단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의 칼끝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 재수사를 통해 새로운 혐의가 밝혀진다면 법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압박수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면의 대통령으로서 자유한국당 및 야당의 협조 없이는 정국을 이끌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때 자유한국당에 메스를 들이대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결고리는?


바른정당 한 의원은 정윤회 문건 재조사에 대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면 또 갈라치기 하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며 “그런 부분은 법과 원칙에 따라가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다른 의원은 “정윤회 문건 사건도 그렇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는 게 맞다”며 “정윤회 문건과 최순실 사태,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연결되는 만큼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밝혀지는 게 옳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개혁 방향은?

문재인정부는 검찰개혁 수단으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공약했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수처 설치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만큼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은 높은 상황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검찰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조국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발탁한 파격 인선도 검찰개혁의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정부는 검찰 내부 조직 개편에도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공안부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이는 공안 검사의 강세가 사회 추세에 맞지 않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안 검사의 역할은 시대 변화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며 수사의 특수성도 인정돼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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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