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거부 차용규 수수께끼 추적

2004년 카자흐스탄에선 무슨 일이…

재계에 ‘차용규’란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1조 거부’ 차씨가 재산을 모은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캐기 위해 국세청이 나섰기 때문이다. 차씨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국내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부자지만 별로 알려진 사실이 없다. 그래서 그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한둘이 아니다.

국세청 수천억 탈세 조사…역대 최대 추징금?
인생역전 ‘카작무스 대박’ 둘러싼 의혹 증폭

국세청이 차용규씨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최근 차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포착, 역외 탈세 혐의를 조사 중이다. 국세청은 차씨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1조원대의 소득과 국내 부동산 매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씨는 카자흐스탄에서 돈을 벌어 해외 부동산펀드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서울 강남 빌딩과 상가, 강북 백화점, 여의도 호텔, 제주도 부동산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사상 최대의 추징금 얘기가 돌고 있다. 그의 탈세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난달 국세청이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게 추징했던 41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어떻게 돈 모았나

차씨는 무일푼으로 1조원을 벌어들인 ‘대박의 사나이’다. 그러나 철저히 베일에 싸인 인물로 그에 대해선 별로 알려진 사실이 없다. 재벌도 아니면서 거부 반열에 오른 ‘성공 신화’만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올해 55세인 차씨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1995년 독일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중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로 배치됐다. 삼성물산은 파산상태에 몰린 ‘카작무스’의 위탁 경영을 맡게 되자 그를 현지에 파견했다. 카작무스는 카자흐스탄 최대의 구리 채광·제련 업체다.

삼성물산 지휘 하에 카작무스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위탁경영이 만료된 2000년엔 자산가치 30억달러, 세계 9위 구리 제련업체로 거듭났다. 이런 이유로 카자흐스탄 정부는 위탁 경영이 만료된 삼성물산에 카작무스 지분 매입을 요청했고, 삼성물산은 이를 수락해 2000년 지분 42%를 취득했다.

카작무스 사업을 진두지휘한 것이 차씨다. 그는 1998년 부장으로 승진한 후 1999년 이사를 거쳐 2000년 대표에 올랐다. 말 그대로 ‘고속 승진’이었다. 그러던 중 삼성물산은 2004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철수했다. 지분은 모두 카작무스 파트너들에게 매각했다. 차씨는 잔류를 선택했다. 카자흐스탄을 ‘기회의 땅’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 고려인 3세인 블라디미르 김씨와 함께 카작무스의 지분을 대거 인수했고, 각각 대표이사 사장과 회장을 맡았다. 김씨는 과거 사회주의 시절 지역 청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만큼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차 전 대표의 ‘인생역전’은 2005년 시작됐다. 카작무스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대박을 터뜨린 것. 시가총액이 무려 100억달러에 달했다. 그는 2006년 카작무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2007년 보유 지분(4.5%·2100만주)을 모두 처분했다. 당시 한화로 1조원이 넘었다.

차씨는 이 돈으로 그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국내 부호 7위에 올랐다. <포브스>가 산정한 차씨의 재산규모는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같은 13억달러였다.

재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이 차씨에게 쏠렸지만, 차씨는 종적을 감췄다. 소재와 근황이 전혀 확인되지 않아 항간엔 ‘망명설’, ‘실종설’, ‘납치설’이 나오는가 싶더니 급기야 ‘사망설’까지 나돌았다. 심지어 국정원이 차씨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유수의 언론들도 거부로 떠오른 그의 행방을 추적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차씨가 잠적한 사이 의혹도 증폭됐다. 1조원대 재산형성 과정을 두고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우선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철수 배경이 석연치 않다. ‘상장 대박’을 불과 1년 정도 앞둔 상황에서 지분을 넘긴 탓이다. 헐값으로 차씨에게 매각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차씨의 카작무스 지분 매입 배경도 수수께끼다. ‘실탄’을 어디서 구했냐는 것이다. 차씨는 자신이 100% 지분을 갖고 있던 ‘페리 파트너스’를 통해 지분을 인수했는데, 스위스계 투자사인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을 뿐 정확한 자금 루트는 밝혀진 바 없다. 차씨의 재산이 ‘차명 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007년 카작무스 지분 매각과 관련 ▲매각판단의 이유 ▲매각가액 산정 근거 ▲인수 상대방 확정 경위 ▲회사 손해발생에 대한 책임추궁 문제 등을 삼성물산에 공개 질의했다. 이어 이듬해 삼성 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조준웅 특검팀에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공식수사를 요청했다.

해외 잠적…침묵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지분 매각 과정에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며 “런던증권거래소 상장계획이 구체화되던 시점에 지분을 매각한 것과 주당 순자산가액 및 당시 시장 거래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 그 지분을 차씨가 인수한 배경 등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차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회사 측은 지난 18일 해명자료를 통해 “구리시장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카작무스 주식을 팔고 철수했다”며 “지분은 페리 파트너스사에 매각한 것으로 차씨에게 매각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헐값매각도 아니다. 선진국 증권거래소 상장은 장기간 어렵다고 보고 무수익 자산 처분에 나선 것”이라며 “카작무스를 매각하기 전인 2003년 회사를 퇴직한 차씨와 전혀 접촉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행방이 묘연한 차씨는 현재 홍콩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속이 아닌 자수성가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점에서 샐러리맨들의 모델이 되고 있는 차씨. 차씨의 성공 신화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이 밝혀질지, 이번 국세청 조사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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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