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르포> 서울시선관위 개표상황실 가보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15 09:56:17
  • 호수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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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는 삼엄한데…개표 참관인 어디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난 대선 이후 국민들의 개표 불신은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선관위의 명예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각종 의혹에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국론을 분열 시킨다”는 논리로 국민들의 입과 귀를 막고 있는 현실이다. <일요시사>는 대선을 맞아 개표의 사각지대로 불리는 상급선관위(서울시선관위)의 개표 현장을 기습 방문했다.

지난 18대 대선은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18대 대선 무효소송인단은 “18대 대선은 무효”라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4년이 동안 ‘심리’조차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19대 대선을 불과 2주 앞둔 지난달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으로 파면돼 원고들이 더 이상 18대 대선의 무효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18대 대선 부정 의혹은 끝내 묻혀버리고 말았다.

차질 없이 진행

지난 9일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전국 투표구 1만3964곳과 개표소 251곳서 투·개표가 이뤄졌다. 개표소서 개표가 이뤄지면 투표구별 개표상황표는 상급선관위로 가게 된다. 상급선관위서 전산자료와 개표상황표를 비교해 차이 발생하면 다시 하급선관위로 내려보내 수정하고 이상이 없으면 상급선관위인 중앙선관위로 올라간다.

예를 들어 이번 대선서 영등포선관위 개표소인 여의도고등학교서 이뤄진 개표결과는 서울시선관위로 보내지고 최종적으로 중앙선관위 전산에 입력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표소(전국 251곳)는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최초로 결과가 나오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인식됐다. 선관위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개표참관인 신청을 받아 개표소서 이뤄지는 개표과정을 지켜보도록 하고 때로는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지역선관위(개표소)에는 있지만 상급선관위에는 개표참관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적 관심도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선관위가 지역선관위(개표소)의 투명성만 강조했을 뿐 상급선관위 역할 및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상급선관위는 국제기준에 따르면 대조센터(Collation Center) 역할을 한다. 한 선거전문가는 “국제기준에 따르면 대조센터는 일반인에게 충분히 공개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개표과정서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국민들의 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감시에 구멍이 나 있는 상급선관위 개표(대조)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9일, 19대 대선이 있던 당일 서울시선관위를 기습 방문했다.

19대 대선 투표가 끝나기 2시간30분 전인 오후 5시30분 창경궁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시선관위에 도착했다. 로비를 지키고 있던 선관위 직원은 기자를 향해 ‘알바생’이냐고 물었다. 이어 “알바생은 5층으로 올라가세요”라고 말했다.

알바생은 이날 서울시선관위 직원을 도와 대조작업을 실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지난 대선 ‘개표상황표 대조 확인자 명단’ 정보공개자료에 의하면 이들은 ‘일반인’으로 분류된다. 취재차 방문한 기자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증을 받았다.

서울시선관위 4층에는 홍보과, 관리과 등 사무처가 위치했고 선관위 직원들이 삼엄한 경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5층에는 개표집계상황실이 꾸려졌다. 개표집계상황실에는 서울시 25개 구 개표소서 올라온 자료를 대조 확인한다.

오후 6시에 이르자 20∼3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거 5층으로 몰려들었다. 개표사무를 돕기 위해 온 알바생들(?)이었다. 이들은 5층 개표집계상황실 앞에서 신분확인을 하고 개표집계상황실로 들어갔다. 신분확인을 마친 한 남성에게 개표사무를 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물었다.


그는 “여기 선관위 직원 중에 친구가 있어서 하게 됐다”며 “따로 공고는 못 봤다”고 말했다. 서면으로 신청서를 냈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당에 대해선 “6만원 정도로 알고 있다”며 “돈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고 얼굴을 붉혔다.

서울시선관위 대조센터
공고도 안하고 뽑았다?

앞서 전날 기자는 서울시선관위 홍보과 관계자에게 직원 보조원들을 뽑는 기준을 물은 바 있다. 이에 홍보과 관계자는 “공직선거지원단 분들과 선관위서 일을 해보신 분들 위주로 뽑는다”고 했다. 문제는 서울시선관위서 업무 보조 일반인을 공식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알음알음 뽑아왔다는 사실이다.

즉, 하급 선관위의 결과를 대조 확인하고 중앙선관위에 통보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서울시선관위가 업무의 불투명성을 강화시킨 것이다. 이 같은 관행에 대해 한 선거전문가는 “공식적인 국가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보조원들의 신분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고를 통하지 않고 지원자를 뽑아 국민들이 개표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조과정서 개표참관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서울시선관위를 비롯한 상급선관위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서울시선관위 홍보과 관계자는 “참관인은 법적인 부분을 감시하는 것”이라며 “우리 쪽은 법적인 절차는 없고, 단순히 숫자를 집계할 뿐이기 때문에 참관인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선거전문가는 “국제선거기준에 따르면 대조센터의 경우 개표과정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개표참관인을 두고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 상급선관위는 개표소서 이뤄진 결과를 대조 확인하고 내부 보고번호 오류나 숫자 오 입력 시 개표소에 수정을 요청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서울시선관위가 해당업무를 ‘단순 숫자 확인’으로 표현한 것은 개표참관인을 두지 않는 것에 대한 해명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표를 마친 오후 8시부터 개표작업이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이에 기자는 개표집계상황실서 개표상황표와 전산자료를 대조 확인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개표집계상황실은 심사1조부터 심사6조까지 구성됐다.

이는 구별로 나눈 것이다. 보통 한 구당 선관위 직원 1명, 보조원 2명이 배치됐다. 선관위 직원과 보조원은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있었다. 바로 옆에는 팩스가 있었다. 팩스는 개표소서 이뤄진 개표상황표를 출력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 자료를 보고 선관위 직원과 보조원은 대조를 실시한다. 개표가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난 오후 9시가 넘어서야 개표상황표가 서울시선관위로 넘어왔고 선관위 직원들과 보조원들은 본격적으로 대조작업을 실시했다.

개표상황표가 도착하기 전까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후 선관위 직원들이 보조원들에게 절차와 방법을 수시로 설명하면서 대조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업무는 차질 없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사각지대?

한 선거전문가는 “시도 개표상황표 대조확인센터(상급선관위)는 개표참관 사각지대”라며 “선관위는 국제기준에 맞게 개표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상급선관위서 전산처리가 이뤄지는 과정 모두 개표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개표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국민이 주권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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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민주당 새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16일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국회서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 선출과 새 정부의 내각 인선에 따른 인사청문회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우상호 원내대표는 임기 종료는 물론해 통일부 장관으로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원내대표 선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3선 의원이 꼽힌다. 이들의 출마 여부에 따라 경선 판도가 변화될 전망이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민병두, 우원식, 안규백, 이춘석 의원 등이 오르리내고 있다. 민병두 의원은 비문재인계로 당내 전략통으로 불린다.


우원식 의원은 민평련계로 분류되는 3선 중진의원이다. 안규백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차기 원내사령탑은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를 뒷받침 하는 동시에 다른 당과의 협치도 이뤄내야 하는 만큼 조율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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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