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을 하루 앞둔 현 시점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동시에 유력 후보들은 예비 내각을 거론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분주하다. <일요시사>는 정가에 떠도는 충청총리설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새로운 정부의 첫 국무총리에 국민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대선 직후 인수위원회 구성 없이 곧바로 임기가 시작됨에 따라 예비내각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출신지에 따른 총리 지명을 언급하며 예비내각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처음이 중요
우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27일 “총리는 ‘대탕평, 국민 대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인선할 계획이고, 제가 영남인 만큼 영남이 아닌 분을 초대 총리로 모시겠다”고 공언했다. 당 안팎에선 호남 출신의 중도·보수 인사 혹은 충청 출신 인물을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당내 ‘충청대망론’기수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초대 총리로 전격 발탁하는 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3선을 지낸 노영민 전 의원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노 전 의원은 현재 문 후보 선대위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다.
대전서 내리 5선을 지낸 박병석 의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박 의원은 국민의나라 위원회 위원장으로 문 후보를 후방 지원하고 있다. 비록 총리를 지내긴 했지만 충청의 맹주 이해찬 의원도 초대 총리로서의 매력적인 카드라는 평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최근 차기 내각과 관련된 생각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한국교총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홍 후보는 “국무총리는 충청 인사 한 분과 영남 인사 한 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영남 출신 인사와 충청 인사를 전면에 배치해 ‘영남-충청 연대론’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총리 인사는 충청 출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충북 청주에 지역구를 둔 정우택 상임중앙선거대책위원장,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충남 당진 출신 인명진 목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달 27일 충남 아산 유세에선 “교수나 외부 전문가들을 데려오면 국회의원들이 아귀처럼 대들어 낙방시킨다”며 “첫 내각은 빨리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으로 채우려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과 연결되는 총리 후보로는 충남 공주 출신의 4선 정진석 의원이 꼽힌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지난달 28일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추천 책임총리 지명, 국가대개혁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통합정부' 구상안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대한민국 위기 극복을 위한 대통합정부, 개혁공동정부를 만들겠다”며 “책임총리는 국회의 추천을 받아 지명할 것이고, 만약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해 추천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 당선 후 책임 총리에 거론되는 충청권 인사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꼽힌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차기 정부의 총리 및 내각을 언급하는 첫 번째 이유로는 통합이 꼽힌다. 문 후보는 호남과 충청 총리를 언급했다. 본인이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의식해 인사의 지역적 분배를 통한 통합을 이루겠다는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벌써부터 충청론 거론
안? 반? 하마평 무성
홍 후보는 충청과 영남을 언급했다. 본인의 지지기반인 영남과 지역적 색채가 뚜렷하지 않은 충청을 언급해 통합의 명분으로 삼았다.
안 후보는 총리의 경우 국회의 추천을 통해 임명할 것이라 언급했지만, 앞서 충청대망론의 기수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외교특사로 임명할 뜻을 내비치면서 충청권에 손을 내민 바 있다.
통합의 명분으로 충청만 한 곳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과 영남은 지역적 색채가 뚜렷해 자칫 해당 지역의 인물을 기용하면 반대 지역의 공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충청은 지역적 색채가 뚜렷하지 않아 해당 지역의 인물을 등용하더라도 영·호남 지역의 공세가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충청 지역의 인물 등용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기 때문에 통합의 명분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충청민심은 15대 대선부터 18대 대선까지 최종결과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서 충청을 두고 ‘캐스팅보트’ ‘민심의 바로미터’ ‘충청을 잡아야 대선에 승리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념적으로도 중도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선주자들이 충청총리를 언급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충청 민심잡기’가 꼽힌다. 앞서 대선판의 화두는 ‘충청대망론’이었다. 충청인들은 이번에야말로 충청 출신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대망론은 반기문, 안희정 돌풍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충청대망론 기수들이 줄줄이 대권에서 낙마하면서 충청대망론은 물거품이 됐다. 이후 충청 민심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여러 유력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충청대망론 실패로 생긴 정치적 빈 공간을 각 대선주자 본인들의 지지층으로 채우기 위해 충청총리를 언급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충청총리 지명설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이유로는 충청의 정치적 가치가 대선 전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서 충청대망론의 기수였던 안 지사와 반 전 총장은 각각 ‘분권’ ‘대통합’을 화두로 던졌다. 우선 분권은 지엽적으로는 지방정부의 권한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크게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균형을 뜻한다.
반 전 총장이 주장한 대통합은 말 그대로 분열된 국민들을 통합시킨다는 의미다. 즉, 두 사람은 대권에 도전하면서 충청의 가치를 선보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대 및 지역 간 갈등이 팽배하고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대선주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충청의 가치를 이끌 충청 출신 총리를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누가 되나?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4명의 대선 후보가 모두 영남 출신”이라며 “후보들마다 예비내각의 화두로 ‘통합정부’와 ‘대탕평’을 삼은 만큼, 충청 출신 인사들이 초대 총리나 비서실장을 비롯해 내각에 임명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초대 비서실장은?
차기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 주변에선 전병헌, 임종석 전 의원이 거론된다. 전 전 의원은 문 후보 캠프의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고, 임 전 의원은 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전 전 의원은 문 후보가 당대표던 시절 당 최고위원을 맡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임 전 의원은 서울시 정부부시장으로 박원순 시장을 보좌했지만 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아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진영에선 국민의당 최경환, 김성식, 박선숙 의원 등이 거론된다. 최 의원은 청와대서 국정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고, 박지원 당 대표와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성식 의원도 비서실장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김 의원은 행정과 정치 경험을 두루 지니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안 후보의 최측근 박선숙 의원도 비서실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 의원은 국민의정부서 환경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국정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