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체크포인트> ‘승부 가를’ 막판 변수 여섯!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02 11:46:39
  • 호수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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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금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장미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정부의 실정으로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북풍’ ‘단일화’ 이슈가 떠오르면서 대선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요시사>는 19대 대선을 가를 주요 변수를 꼽아봤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각 당의 캠프는 막판 표심 당기기에 한창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는 붕괴된 모습이다. CBS가 리얼미터에 의회해 전국 성인 1520명 대상으로 지난달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44.4%를 기록했고, 안 후보는 22.8%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전주보다 2.3% 상승했다. 반면 안 후보는 5.6% 하락했다.

‘비문’ 단일화
한다? 안 한다?

국민의당 경선 바람을 타고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리던 안 후보는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당초 TV토론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안 후보는 아이러니하게도 TV토론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호남’과 ‘TK’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둘 다 놓쳤다는 평가다. 대선이 사실상 1강1중 구도로 재편되면서 대권은 문 후보 쪽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하지만 대선을 약 일주일 앞둔 현재 곳곳에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문 후보의 대선 승리를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강력한 변수로 ‘반문 단일화’가 언급된다. 문 후보를 제외한 안-홍-유 세 후보의 연대를 의미한다. 1중, 2약 후보의 단일화로 문재인 후보를 누른다는 계산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바른정당은 단일화 논의에 세 당 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전히 (3자)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개최된 ‘3당 중도·보수 대통령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에는 당초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도부가 만나 의견을 논의하려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거부해 주 원내대표만 참석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단일화 논의에 참석하는 순간 단일화에 동의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각 당의 입장이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27일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도 단일화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3자 후보 단일화는 29일 넘겨도, 문재인 패권 저지를 위한 3자 후보 단일화가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활발한 단일화 논의…주자들 ‘갸우뚱’
불안한 문…심상찮은 북한 동향도 부담

그는 전날 완주 의사를 밝힌 유 후보에 대해 “당론을 번복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솔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어 “지리멸렬한 지지율로 대선에서 패배하면 당의 존립과 후보 자신이 져야 할 엄청난 책임의 결과를 본인도 감당 못할 것”이라며 “단일화는 하나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 당은 “문재인은 막자”는 대전제하에 물 밑에서 단일화 논의를 이뤄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이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지난달 25일 TV토론서 “연대는 없다고 100번 넘게 말해온 것 같다”며 연대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지난달 26일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서 “우리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하면 오히려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진다”며 반문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각 당과 후보들의 입장차가 커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선을 단 일주일 남기고 통합정부를 염두에 둔 ‘표몰이식’ 연대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는 분석이다.

북풍이 온다
도발 가능성

단일화 논의 이외에 막판 변수로 ‘북풍’과 ‘안보’가 거론된다. 주로 1등 주자인 문 후보와 관련된 이슈들이다. 우선 TV토론회서 불거진 주적 논란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 문건 문제는 문 후보의 불안한 안보관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불린다.

지난달 21일 송 전 장관은 2007년 노무현정부 시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의 의견을 묻고 기권했다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공개해 문 후보 측과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날 문 후보는 “북풍 공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저는 이 사건을 지난 대선 때 있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조작 북풍 공작 사건에 이은 제2의 NLL 사건이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지난달 24일 송 전 장관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더불어민주당서 송민순 전 장관을 상대로 고발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공표 사건 고발대리인으로 출석해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진실공방은 결국 법정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송 전 장관과의 진실공방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 후보는 지난달 19일 KBS 주최 TV토론서 유승민 후보와 주적 개념에 대해 토론을 나눴다. 이날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이냐”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대통령이 말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유 후보는 “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온다”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문 후보는 “대통령은 평화통일에 대한 의무도 있다. 대통령 될 사람이 할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바로 문 후보의 안보관 논란으로 이어졌다. 다음 날 안 후보는 기자회견서 곧바로 북한을 ‘주적’이라고 표현했고,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문 후보에 맹공을 퍼부었다.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송대성 전 세종연구원장은 “북핵 위협으로 한국의 생존이 걸린 상황서 대선 주자가 북한의 실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유권자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안보 이슈가 대선판을 흔드는 상황에서 주적 논란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발언이 곧바로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당 발언이 안보에 민감한 보수층에 ‘반문’ 정서를 확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최근 북한 동향도 우리나라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대선서 북한 도발은 선거판의 변수로 작용한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북폭설’이 나오는 등 불안한 안보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공조 속에 북한의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북한은 인민군 창설일인 지난 25일 예정됐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지했다. 주변 강대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이 일주일 남은 가운데 북한이 돌발행동을 감행한다면 선거판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보수·호남 민심
과연 누구에게?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샤이 보수’와 ‘호남 민심’이 대선판에 주요 변수로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샤이 보수층을 포함한 부동층의 표심은 안-홍-유 세 후보로 갈라져 있다. 샤이 보수층이 세 후보 중 한 후보에게 몰표를 줄 경우 지난 대선과 같이 양자대결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샤이 보수층은 전체 유권자의 10∼15% 안팎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서도 ‘샤이 트럼프’는 힐러리 대세론을 격파한 바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보수진영이 철저히 붕괴됐다.

이는 보수층의 결집을 방해함과 동시에 투표 성향을 숨기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다만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한 현 상황서 샤이 보수층의 표심이 판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진 대통령리서십연구원장은 한 언론과 통화에서 샤이 보수층에 대해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만한 변수는 안 될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 대한 전략적 투표보다는 세 갈래의 길에서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의 변화도 대선의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총선서 국민의당은 39석을 얻어 원내 제3당의 입지를 다졌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민주당을 제치고 호남정당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는 친문패권주의에 대한 호남민심의 이반, 호남홀대론 등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호남민심은 지금까지 대선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호남 경선의 승리를 발판으로 단숨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뛰어올랐고, 이회창 전 총리를 물리치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올해 대선판도 4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안 후보가 과거 노 전 대통령을 재현하는 듯 보였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경선 흥행을 일으키며 안 후보를 띄웠다. 안 후보는 기세를 몰아 지난달 초반부터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샤이 보수·호남 민심…문이냐 안이냐
마지막 토론 중요 “지지 후보 바뀐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호남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반문재인 정서가 옅어진 결과다.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원내 1당의 지위를 가진 민주당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정권교체 이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이끌 정당으로 민주당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민주당의 ‘호남바라기’ 전략이다.

안희정 지사를 지원하다 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행 중인 박영선 의원은 호남서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송영길 선대위 총괄본부장, 강기정 선대위 수석총괄본부장 등이 호남에 전력을 다한 점도 호남민심에 동요를 일으켰다.

최근 호남의 지지율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는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안 후보는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문 후보의 지지층은 20∼30대가 주를 이룬다. 실제 투표율이 높은 중장년층의 지지가 대선서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내가 문 후보 지지자라면 승기를 잡았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여전히 지고 있다고 더욱 긴장감을 높일 것”이라며 “호남서 간극이 10% 이상이어도 전국 수치를 만회할 만한 수치가 아니고, 특히 이 수치가 20대와 30대를 기반으로 주로 형성됐으니 실제 투표 결과와는 다를 것이기 때문에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2일 토론이 대선의 향배를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TV토론을 통해 안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는 지지율이 보합 혹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5일 TV토론은 현재까지 토론 가운데 가장 토론다운 토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회가 지날수록 후보자들 간의 지지율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TV토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YTN-<서울신문> 조사에 따르면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46.3%가 "TV토론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토론 방식의 변화도 후보자들의 토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마지막 토론
대선 가른다

지난 대선까지만 하더라도 TV토론회는 리더십, 대북 정책 방향,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 등 문제를 놓고 사회자가 각 대선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통 질문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대본 없는 스탠딩 방식의 자유 토론을 진행해 유권자들이 보다 철저한 검증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2일 토론 이후에는 대선이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2일 토론의 이미지가 유권자의 투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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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