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장미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정부의 실정으로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북풍’ ‘단일화’ 이슈가 떠오르면서 대선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요시사>는 19대 대선을 가를 주요 변수를 꼽아봤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각 당의 캠프는 막판 표심 당기기에 한창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는 붕괴된 모습이다. CBS가 리얼미터에 의회해 전국 성인 1520명 대상으로 지난달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44.4%를 기록했고, 안 후보는 22.8%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전주보다 2.3% 상승했다. 반면 안 후보는 5.6% 하락했다.
‘비문’ 단일화
한다? 안 한다?
국민의당 경선 바람을 타고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리던 안 후보는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당초 TV토론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안 후보는 아이러니하게도 TV토론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호남’과 ‘TK’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둘 다 놓쳤다는 평가다. 대선이 사실상 1강1중 구도로 재편되면서 대권은 문 후보 쪽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하지만 대선을 약 일주일 앞둔 현재 곳곳에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문 후보의 대선 승리를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강력한 변수로 ‘반문 단일화’가 언급된다. 문 후보를 제외한 안-홍-유 세 후보의 연대를 의미한다. 1중, 2약 후보의 단일화로 문재인 후보를 누른다는 계산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바른정당은 단일화 논의에 세 당 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전히 (3자)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개최된 ‘3당 중도·보수 대통령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에는 당초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도부가 만나 의견을 논의하려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거부해 주 원내대표만 참석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단일화 논의에 참석하는 순간 단일화에 동의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각 당의 입장이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27일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도 단일화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3자 후보 단일화는 29일 넘겨도, 문재인 패권 저지를 위한 3자 후보 단일화가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활발한 단일화 논의…주자들 ‘갸우뚱’
불안한 문…심상찮은 북한 동향도 부담
그는 전날 완주 의사를 밝힌 유 후보에 대해 “당론을 번복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솔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어 “지리멸렬한 지지율로 대선에서 패배하면 당의 존립과 후보 자신이 져야 할 엄청난 책임의 결과를 본인도 감당 못할 것”이라며 “단일화는 하나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 당은 “문재인은 막자”는 대전제하에 물 밑에서 단일화 논의를 이뤄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이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지난달 25일 TV토론서 “연대는 없다고 100번 넘게 말해온 것 같다”며 연대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지난달 26일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서 “우리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하면 오히려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진다”며 반문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각 당과 후보들의 입장차가 커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선을 단 일주일 남기고 통합정부를 염두에 둔 ‘표몰이식’ 연대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는 분석이다.
북풍이 온다
도발 가능성
단일화 논의 이외에 막판 변수로 ‘북풍’과 ‘안보’가 거론된다. 주로 1등 주자인 문 후보와 관련된 이슈들이다. 우선 TV토론회서 불거진 주적 논란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 문건 문제는 문 후보의 불안한 안보관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불린다.
지난달 21일 송 전 장관은 2007년 노무현정부 시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의 의견을 묻고 기권했다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공개해 문 후보 측과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날 문 후보는 “북풍 공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저는 이 사건을 지난 대선 때 있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조작 북풍 공작 사건에 이은 제2의 NLL 사건이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지난달 24일 송 전 장관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더불어민주당서 송민순 전 장관을 상대로 고발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공표 사건 고발대리인으로 출석해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진실공방은 결국 법정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송 전 장관과의 진실공방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 후보는 지난달 19일 KBS 주최 TV토론서 유승민 후보와 주적 개념에 대해 토론을 나눴다. 이날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이냐”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대통령이 말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유 후보는 “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온다”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문 후보는 “대통령은 평화통일에 대한 의무도 있다. 대통령 될 사람이 할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바로 문 후보의 안보관 논란으로 이어졌다. 다음 날 안 후보는 기자회견서 곧바로 북한을 ‘주적’이라고 표현했고,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문 후보에 맹공을 퍼부었다.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송대성 전 세종연구원장은 “북핵 위협으로 한국의 생존이 걸린 상황서 대선 주자가 북한의 실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유권자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안보 이슈가 대선판을 흔드는 상황에서 주적 논란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발언이 곧바로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당 발언이 안보에 민감한 보수층에 ‘반문’ 정서를 확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최근 북한 동향도 우리나라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대선서 북한 도발은 선거판의 변수로 작용한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북폭설’이 나오는 등 불안한 안보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공조 속에 북한의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북한은 인민군 창설일인 지난 25일 예정됐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지했다. 주변 강대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이 일주일 남은 가운데 북한이 돌발행동을 감행한다면 선거판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보수·호남 민심
과연 누구에게?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샤이 보수’와 ‘호남 민심’이 대선판에 주요 변수로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샤이 보수층을 포함한 부동층의 표심은 안-홍-유 세 후보로 갈라져 있다. 샤이 보수층이 세 후보 중 한 후보에게 몰표를 줄 경우 지난 대선과 같이 양자대결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샤이 보수층은 전체 유권자의 10∼15% 안팎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서도 ‘샤이 트럼프’는 힐러리 대세론을 격파한 바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보수진영이 철저히 붕괴됐다.
이는 보수층의 결집을 방해함과 동시에 투표 성향을 숨기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다만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한 현 상황서 샤이 보수층의 표심이 판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진 대통령리서십연구원장은 한 언론과 통화에서 샤이 보수층에 대해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만한 변수는 안 될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 대한 전략적 투표보다는 세 갈래의 길에서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의 변화도 대선의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총선서 국민의당은 39석을 얻어 원내 제3당의 입지를 다졌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민주당을 제치고 호남정당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는 친문패권주의에 대한 호남민심의 이반, 호남홀대론 등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호남민심은 지금까지 대선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호남 경선의 승리를 발판으로 단숨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뛰어올랐고, 이회창 전 총리를 물리치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올해 대선판도 4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안 후보가 과거 노 전 대통령을 재현하는 듯 보였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경선 흥행을 일으키며 안 후보를 띄웠다. 안 후보는 기세를 몰아 지난달 초반부터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샤이 보수·호남 민심…문이냐 안이냐
마지막 토론 중요 “지지 후보 바뀐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호남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반문재인 정서가 옅어진 결과다.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원내 1당의 지위를 가진 민주당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정권교체 이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이끌 정당으로 민주당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민주당의 ‘호남바라기’ 전략이다.
안희정 지사를 지원하다 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행 중인 박영선 의원은 호남서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송영길 선대위 총괄본부장, 강기정 선대위 수석총괄본부장 등이 호남에 전력을 다한 점도 호남민심에 동요를 일으켰다.
최근 호남의 지지율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는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안 후보는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문 후보의 지지층은 20∼30대가 주를 이룬다. 실제 투표율이 높은 중장년층의 지지가 대선서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내가 문 후보 지지자라면 승기를 잡았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여전히 지고 있다고 더욱 긴장감을 높일 것”이라며 “호남서 간극이 10% 이상이어도 전국 수치를 만회할 만한 수치가 아니고, 특히 이 수치가 20대와 30대를 기반으로 주로 형성됐으니 실제 투표 결과와는 다를 것이기 때문에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2일 토론이 대선의 향배를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TV토론을 통해 안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는 지지율이 보합 혹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5일 TV토론은 현재까지 토론 가운데 가장 토론다운 토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회가 지날수록 후보자들 간의 지지율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TV토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YTN-<서울신문> 조사에 따르면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46.3%가 "TV토론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토론 방식의 변화도 후보자들의 토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마지막 토론
대선 가른다
지난 대선까지만 하더라도 TV토론회는 리더십, 대북 정책 방향,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 등 문제를 놓고 사회자가 각 대선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통 질문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대본 없는 스탠딩 방식의 자유 토론을 진행해 유권자들이 보다 철저한 검증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2일 토론 이후에는 대선이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2일 토론의 이미지가 유권자의 투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