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시나리오> 만약 안이 된다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02 10:03:08
  • 호수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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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건 몰라도 경제·교육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난 4월 초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압박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조정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막상 대선에 이르러선 ‘샤이 안철수’가 안 후보에 대거 표를 던질 것이란 분석도 있어 19대 대선은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일요시사>는 지령 1111호 ‘만약 문이 된다면’에 이어 이번호에선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정국을 이끌어 나갈지 예측해 봤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당내 경선을 마치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사실상 양자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이후 검증공세로 인해 대선을 일주일여 앞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이상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어떻게 정국을?

안 후보는 줄곧 스스로를 “4차 혁명산업에 대응할 적임자”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기업가와 교수, 정치를 경험해본 다방면에 능통한 인재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상서 안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우선적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국정운영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과학, 창업, 교육,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달 7일 안 후보는 과학기술·창업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서 전문 인력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청년 및 중장년을 교육시켜 10만명 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창업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서비스와 상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테스트마켓’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은 안 후보가 실질적으로 창업을 통해 안랩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만큼 현실적인 대응을 돋보이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안 후보는 교육 정책에 있어서는 다른 대선 후보와 달리 개혁적 성향이 뚜렷하다. 일단 ‘학제개편’에 대한 문제는 TV 토론 과정에서 주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안 후보는 학제개편을 통해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 대학교 4년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에 안 후보는 “입시와 학제를 분리해 창의 교육과 인성 교육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이는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학제개편의 대상이 되는 시기의 학생들이 입시와 취업과정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안 후보는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는 시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부문에 대해 안 후보는 정부의 간섭보다는 민간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민간부분서 나온다는 것이 안 후보의 철학이다. 구체적으로는 차별 시정,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질적 개선을 골자로 한다.

대표적으로는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제직’ 공약이다. 이는 정규직 고용은 보장하면서 호봉에 따라 매년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업무와 능력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업무와 능력에 따라 임금을 결정토록 해 건전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으로 보전해주는 방안도 내놨다. 이는 대기업에 쏠린 취업준비생들이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도록 하고, 기업 입장에선 국가의 도움을 받아 인재를 활용토록 하는 공약이다.

이 밖에 안 후보는 여성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 ‘성평등 임금공시제도’ 등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내세운 공약들이 기존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의 대안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정책 이외 부분에서 안 후보에 대한 의구심은 식지 않고 있다. 우선 다수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국민의당 의석수가 안 후보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안 통과에 있어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공조 없이는 교착 상태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4차 산업혁명 추진…학제개편 논란 여전
햇볕정책 ‘양비론’ 전략적 모호성 지적

안 후보는 협치를 통해 국정운영을 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정쟁이 난무하는 정치권에선 이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안 후보가 후보 시절에 보여준 오락가락 행보도 대통령이 돼 국민들에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후보는 초기 사드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은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사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안 후보는 사드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사드 배치 찬성과 관련해서 저와 주승용 원내대표도 합의해 일단 서면으로 결의했다”며 “39명의 현역 의원 중 극소수의 의원들은 아직도 반대 입장을 갖고 있지만 34명은 찬성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사실상 (사드 찬성으로) 당론이 변경됐다는 것을 당 대표로서 말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의 생각이 일치하면서 ‘사드’가 정쟁의 대상에서는 비껴갔지만 오락가락 행보가 향후 대통령으로서 계속된다면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이 비판하는 ‘박지원 상왕설’도 안 후보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지난 24일 민주당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를 향해 “최순실은 직책이 있어 국정농단했느냐”며 상왕론을 주장했다.

이에 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을 때 의원회관서 둘이 만나 안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임명직 공직에는 어떤 경우에도 안 나가겠다는 것을 필요할 때 밝히겠다고 얘기했었다”며 상왕설을 경계했다.

‘상왕설’은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항상 등장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상왕으로 불렸다. 박근혜정부 때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상왕’ ‘왕실장’으로 불렸다. 국정 농단의 핵심인 최순실씨는 실질적인 상왕이었다.

국민들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민에게 위임받지 않은 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 만약 안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한 후에 박 대표의 입김이 정국에 영향을 미친다면 국민들의 실망감은 커질 수도 있다.

햇볕정책 ‘양비론’은 안 후보의 모호한 대북관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후보는 호남 지지를 얻기 위해선 햇볕정책을 긍정해야 하고, 보수층 진영의 표를 얻기 위해선 햇볕정책을 부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안 후보의 대북관이 대선 국면에서 양 진영의 표를 받기 위한 전략적 스탠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돼서도 양비론을 취했다간 자칫 양 진영 모두의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오락가락’ 우려

한 정치전문가는 “안철수 후보는 대선 정국서 진보·보수 측의 표를 얻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며 “만약 대통령이 돼서도 모호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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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