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난 4월 초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압박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조정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막상 대선에 이르러선 ‘샤이 안철수’가 안 후보에 대거 표를 던질 것이란 분석도 있어 19대 대선은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일요시사>는 지령 1111호 ‘만약 문이 된다면’에 이어 이번호에선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정국을 이끌어 나갈지 예측해 봤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당내 경선을 마치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사실상 양자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이후 검증공세로 인해 대선을 일주일여 앞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이상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어떻게 정국을?
안 후보는 줄곧 스스로를 “4차 혁명산업에 대응할 적임자”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기업가와 교수, 정치를 경험해본 다방면에 능통한 인재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상서 안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우선적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국정운영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과학, 창업, 교육,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달 7일 안 후보는 과학기술·창업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서 전문 인력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청년 및 중장년을 교육시켜 10만명 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창업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서비스와 상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테스트마켓’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은 안 후보가 실질적으로 창업을 통해 안랩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만큼 현실적인 대응을 돋보이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안 후보는 교육 정책에 있어서는 다른 대선 후보와 달리 개혁적 성향이 뚜렷하다. 일단 ‘학제개편’에 대한 문제는 TV 토론 과정에서 주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안 후보는 학제개편을 통해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 대학교 4년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에 안 후보는 “입시와 학제를 분리해 창의 교육과 인성 교육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이는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학제개편의 대상이 되는 시기의 학생들이 입시와 취업과정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안 후보는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는 시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부문에 대해 안 후보는 정부의 간섭보다는 민간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민간부분서 나온다는 것이 안 후보의 철학이다. 구체적으로는 차별 시정,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질적 개선을 골자로 한다.
대표적으로는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제직’ 공약이다. 이는 정규직 고용은 보장하면서 호봉에 따라 매년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업무와 능력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업무와 능력에 따라 임금을 결정토록 해 건전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으로 보전해주는 방안도 내놨다. 이는 대기업에 쏠린 취업준비생들이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도록 하고, 기업 입장에선 국가의 도움을 받아 인재를 활용토록 하는 공약이다.
이 밖에 안 후보는 여성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 ‘성평등 임금공시제도’ 등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내세운 공약들이 기존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의 대안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정책 이외 부분에서 안 후보에 대한 의구심은 식지 않고 있다. 우선 다수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국민의당 의석수가 안 후보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안 통과에 있어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공조 없이는 교착 상태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4차 산업혁명 추진…학제개편 논란 여전
햇볕정책 ‘양비론’ 전략적 모호성 지적
안 후보는 협치를 통해 국정운영을 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정쟁이 난무하는 정치권에선 이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안 후보가 후보 시절에 보여준 오락가락 행보도 대통령이 돼 국민들에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후보는 초기 사드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은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사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안 후보는 사드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사드 배치 찬성과 관련해서 저와 주승용 원내대표도 합의해 일단 서면으로 결의했다”며 “39명의 현역 의원 중 극소수의 의원들은 아직도 반대 입장을 갖고 있지만 34명은 찬성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사실상 (사드 찬성으로) 당론이 변경됐다는 것을 당 대표로서 말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의 생각이 일치하면서 ‘사드’가 정쟁의 대상에서는 비껴갔지만 오락가락 행보가 향후 대통령으로서 계속된다면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이 비판하는 ‘박지원 상왕설’도 안 후보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지난 24일 민주당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를 향해 “최순실은 직책이 있어 국정농단했느냐”며 상왕론을 주장했다.
이에 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을 때 의원회관서 둘이 만나 안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임명직 공직에는 어떤 경우에도 안 나가겠다는 것을 필요할 때 밝히겠다고 얘기했었다”며 상왕설을 경계했다.
‘상왕설’은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항상 등장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상왕으로 불렸다. 박근혜정부 때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상왕’ ‘왕실장’으로 불렸다. 국정 농단의 핵심인 최순실씨는 실질적인 상왕이었다.
국민들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민에게 위임받지 않은 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 만약 안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한 후에 박 대표의 입김이 정국에 영향을 미친다면 국민들의 실망감은 커질 수도 있다.
햇볕정책 ‘양비론’은 안 후보의 모호한 대북관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후보는 호남 지지를 얻기 위해선 햇볕정책을 긍정해야 하고, 보수층 진영의 표를 얻기 위해선 햇볕정책을 부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안 후보의 대북관이 대선 국면에서 양 진영의 표를 받기 위한 전략적 스탠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돼서도 양비론을 취했다간 자칫 양 진영 모두의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오락가락’ 우려
한 정치전문가는 “안철수 후보는 대선 정국서 진보·보수 측의 표를 얻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며 “만약 대통령이 돼서도 모호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