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회의론 지배적
중개업소 여전히 개점휴업
정부의 ‘5·1 건설·부동산대책’에 대해 주택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집값 상승에 대한 회의론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수도권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5·1 대책의 주택거래 관련 핵심 내용은 서울, 과천, 1기 5대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 적용돼온 ‘2년 거주’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폐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9억원 이하 1가구1주택자는 3년만 보유하면 양도세가 완전 면제되고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 보유자도 적지 않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가 3·22 대책의 취득세 인하에 이어 ‘부자 감세’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양도세 거주요건 폐지를 꺼내든 것은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해 건설업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조사 결과 이번 대책 해당 지역의 시세 9억 원 이하 아파트는 총 132만여가구로 비중이 87%에 이르며, 9억원 이하 재건축·재개발 물량은 6만5000가구가 넘는다. 주택시장 활성화에 촉매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물량이다.
하지만 정부의 ‘세제 당근’에도 시장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거래는 고사하고 대책 내용에 대한 문의조차 뜸한 실정이다.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있고 가격이 너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매도자들은 더 이상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관망세만 더 짙어지고 있다.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가 5·1 대책 직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 서울과 경기는 각각 0.02%와 0.01%가 하락했고 신도시와 인천은 제자리였다.
다만 연말까지 취득세 인하, 양도세 비과세 확대로 매수·매도 모두에 부담이 줄어든 만큼 가을 이사철부터는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파트값은 떨어지고 전세값은 오르면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줄어들어 전세를 낀 주택매수세도 점차 나타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는 3억3521만원으로 1년 전보다 3446만원이 줄어들었다. 5·1 대책으로 양도차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구조가 마련된 만큼 성수기를 맞게 되면 매물이 나오고 거래도 이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5·1 대책의 수혜 지역에 강남권과 분당 등이 포함된 만큼 그 영향이 시장 전체로 확산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거주요건에 묶여 비과세 혜택을 보지 못하던 분당이나 거주가 불편해 투자용으로 구입했던 강남권 재건축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권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선도시장인 강남권이 움직인다면 거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