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주주 오너 일가에 회사 차원서 고배당을 일삼는 ‘반칙’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배당 논란이 재연됐다. 변칙적으로 자행되는 ‘오너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고배당 논란에 휘말린 오너 일가를 짚어봤다.
코스닥에 상장된 온라인 게임업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가 고배당 논란에 휘말렸다. 얼마 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할 만큼 사정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이다. 전체 배당금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중은 창업주 몫이다.
조금 벌었다고…
위메이드는 지난 2월9일 보통주 1주당 600원을 현금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2012년 2월 이래 5년 만에 재개된 배당이다. 시가 배당률은 2.7%, 배당금총액은 약 99억6197만원이다. 상기 내용은 지난달 2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서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배당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주주친화적 배당정책의 일환으로 배당 규모를 높게 책정했다고 볼 수도 있는 사안이다.
실제로 2015년 영업손실 110억원을 기록한 위메이드는 간판게임인 ‘미르의전설’의 지적재산권(IP) 사업에 힘입어 지난해 연결기준 4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4년 3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당기순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 규모로 결정된 이번 배당 결정을 선뜻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연결 기준 위메이드의 순손실은 709억원. 일단 2015년 1073억원에 달했던 순손실 규모가 300억원 넘게 줄어든 건 고무적이다.
지분을 투자한 카카오의 주가 하락에 따른 지분가치 평가손상차손이 순손실에 대거 반영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액 대비 순손실 비중은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7% 감소한 1080억원이었다.
순손실이 지속되는 상태서 배당이 이뤄진 만큼 배당성향(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총액의 비율)은 당연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상 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이 20% 전후인 것과 달리 위메이드의 이번 배당성향은 -14.04%에 불과했다.
문제는 최근 동향이 위메이드에 불리한 쪽으로 흐른다는 데 있다. 지난 6일 위메이드는 전날 장 종료 후 공시를 통해 카카오 주식 233만3270주(3.45%)를 약 2004억원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위메이드 자기자본(3481억원)의 약 57.5% 규모다.
5년 만에 재개된 배당…영업익 초과
불안한 동향에도 유독 오너엔 팍팍
위메이드는 2011년 카카오 유상증자에 약 50억원을 투자했고, 2012년에도 200억원을 추가 투입한 바 있다. 일단 6년만에 8배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위메이드 측은 카카오 지분을 판 목적은 투자금 회수에 따른 결정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위메이드의 이 같은 조치를 투자금 회수 차원이 아닌 경영 어려움을 타개하는 방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3일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게임·영상·출판 등의 유통을 위한 허가권) 제한조치를 내리면서 앞날이 불투명해진 점 등으로 긴급 자금수혈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더욱이 지난해 위메이드는 400여명의 개발인력을 자회사로 내려보내는 등 게임 개발사업을 축소시킨 전례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정된 배당정책은 오너 곳간 채우기 논란으로 확대됐다. 배당 결정의 최대 수혜자가 단연 창업주인 박관호 의장인 까닭이다.
지난달 31일 공시된 지난해 위메이드 사업보고서를 보면 박 의장은 전체 지분의 46.77%(785만7474주)를 보유한 이 회사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공식적으로 지분 5% 이상 보유 주주는 박 의장 단 한 명이다.
배당 기준에 따라 박 의장은 약 47억1448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하게 됐다. 이 금액은 위메이드의 지난해 영업이익(41억원)을 능가하는 규모다. 또한 박 의장의 보유 지분은 전체 주주수(1만3753명)의 99.96%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지분 총합보다 많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율 총합은 45.59%, 지분 보유량은 766만173주다. 박 의장 본인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배당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둑한 주머니
박 의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를 더하면 수령액은 한층 커진다. 박 의장은 지난해 급여 12억100만원, 상여금 9억9000만원 등 총 21억91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즉, 1년간 배당과 보수로 총 70억원을 수령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