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29) 급변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17 10:18:02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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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삼국…최종 승자는?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연개소문이 쓰러진 이리 곁으로 천천히 다가서서 이리의 얼굴이 하늘을 향하도록 발로 몸을 돌렸다.

이미 연정토의 한방으로 저승을 향해 달려간다는 듯 눈동자가 뒤집어져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 얼굴에 가래침을 뱉고 예의 그 검으로 마치 톱질하듯 이리의 목을 쓸기 시작했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여라!”

이리의 최후


연개소문의 행동을 지켜보던 연정토가 외쳐대자 단 아래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마디 비명을 질러대는 귀족들의 머리가 병사들이 휘둘러 대는 도끼와 칼에 빠개지거나 잘려 나가고, 창에 찔려 고꾸라지는 등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천천히 이리의 목을 썰던 연개소문의 손에 이리의 머리가 들려지자 함성과 함께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처참한 시체들만 없다면 그저 한 부대의 열병식 정도로 착각될 정도였다.

주위를 둘러보던 연개소문이 선도해에게 눈짓을 보냈다. 선도해가 그곳은 자신이 맡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성안으로 진격하라!”

연개소문의 외침에 다시 북소리가 울리더니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취임식을 구실로 성 한쪽을 장악하였던 터라 성을 점령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개소문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안학궁에 있던 영류왕에게 들이닥쳤다.

대전에 당도하자 연개소문의 모습을 본 궁인들이 기겁하며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한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이리의 머리를 다른 손에는 피로 범벅된 톱 같은 칼을 든 연개소문이 영류왕과 직면할 때까지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왕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에 처했다.

연개소문이 영류왕을 보자마자 이리의 머리를 힘차게 던졌다.

두상이 보기 좋게 영류왕의 복부를 가격하자 이미 사태의 추이를 알고 있던 왕이 사시나무 떨 듯 했다.

“내가 가서 베어주랴 아니면 네 놈이 이리로 오겠느냐!”

영류왕을 노려보던 연개소문이 실소를 터트렸다.

어느새 아랫도리가 흥건하게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개소문이 영류왕에게 다가서다가는 손에 들려 있던 칼을 내려놓고 자신의 칼을 뽑아들었다.

“살… 려… 주…….”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턱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쥐새끼만도 못한 놈이 무슨 왕이라고.

내 너를 갈가리 찢어 시궁창에 처박을 터이니 저승에 가면 고구려의 위대한 왕들께 네 잘못을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모두 고하거라.

이 벌레만도 못한 놈아!”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연개소문이 바람을 가를 정도로 빠르게 내리쳤다.

이어 애초에 나뉘어 있었던 것처럼 영류왕의 목이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져 뒹굴었다.

“이 놈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시궁창에 처넣어라!”


말이 떨이지기 무섭게 뒤에 있던 수하들이 영류왕의 사체에 달려들었고 이내 갈가리 찢어지기 시작했다.

영류왕 처참한 죽음…보위에 오른 보장왕
고구려 향하는 춘추…생각 잠긴 이유는?

선덕여왕에게 하직 인사를 마친 춘추가 유신과 함께 성을 나섰다.

“부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 일처리 하시게.”

“당연합니다. 처를 과부로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딸이 비극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네마저 봉변당한다면 견디기 힘들 걸세.”

유신이 힘주어 말하자 춘추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울러 내 목숨 역시 걸려 있음을 상기해 주게.”유신 역시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처남의 말 반드시 명심하리다.”

“자네가 가고 나서 육십 일을 기한으로 잡겠네. 만약 그 기간 안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대로 고구려를 향해 진격하겠네.”

“그런 일이 발생되면 아니 되겠지요?”

“그야 당연하지.”

“처남!”

춘추가 걸음을 멈추고 은근한 투로 유신을 불렀다.

“왜 그러는가?”

“후일,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내 반드시 처남과 함께 이 나라를 경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유신이 주위를 살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뻥끗도 하지 말게. 괜히 가보지도 못하고 당하는 수가 있으니. 길게 바라보세.”

신라에서 성골은 현 여주인 선덕여왕과 선덕여왕의 사촌 동생인 승만 공주 외에는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들이 보위에서 물러나면 진지왕의 손자로 또 진평왕의 딸인 천명부인의 아들로 왕족인 김춘추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었다.

“당연하지요. 차후의 모든 행보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신경 쓰렵니다.”

“그래야지. 그러니 신상에 변고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에 또 조심해야 하네.”

“반드시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요.”

유신이 춘추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둘의 작별을 알아차렸는지 저만치에 있던 사간(신라 때 17관등의 여덟째 벼슬) 훈신 등 사신 일행이 다가왔다.

춘추 일행이 경주를 떠난 지 여러 날 지나 국경 근처 대매현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에 접어들자 여러 사람이 일행을 맞이했다.

“저는 이 고을 사간인 두사지라 하옵니다.”

직위와 이름을 밝힌 두사지가 한사코 자신의 마을에서 머물고 가기를 간청했다.

비록 갈 길이 바빴으나 두사지를 비롯한 고을 사람들의 간청을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그들의 간청도 간청이었지만 국경 마을인 그곳에서 혹여 고구려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전해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현의 공관에 도착하자 이미 춘추 일행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갖추어져 있었다.

“두 사간은 지금 김춘추 공이 무슨 일로 고구려에 들어가시는지 알고 있겠지요?”

훈신이 춘추 대신 운을 뗐다.

변하는 고구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그와 관련해서 여쭐 말씀이 있어 부득불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와 관련해서라니요?”

춘추가 나서자 두사지가 공손하게 고개 숙였다.

“먼저 고구려의 현 실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말해보시게.”

“혹시 고구려의 왕이 바뀐 일은 알고 계시는지요?”

“그 이야기는 얼핏 들었소만.”

“지금 고구려 상황이 전과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전 왕이었던 영류왕이 연개소문이란 자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고 영류왕의 아우 고대양의 아들인 보장을 세워 새로운 왕으로 삼았습니다.”

“연개소문이라.”

“천리장성을 축조하는 임무를 맡았던 자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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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