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서초을 지역위원회의 이상한 업무처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 탄핵 직후 권리당원에게 ‘문재인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선거인단의 개인정보 수집 정황까지 드러났다.
지난달 10일 오전 11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됐다. 같은 날 오후 4시 민주당 서초을 권리당원에게 수상한 문자 한통이 도착했다. ‘문재인과 더불어 서초을’이란 제목으로 “주권자인 내가 만드는 새로운 대한민국 문재인과 더불어 정권교체! 카톡 친구 맺고 응원 메시지 보내기”라는 내용이었다.
‘문재힘?’
아래 항목에는 ‘해당 번호를 ‘문재힘’으로 저장‘ ’이 번호로 전화 한통 걸기‘ ’카톡에 새친구로 뜨면 응원메시지를 한줄 남기기‘를 요구했다. 문자에서 ‘서초을’을 명시했기 때문에 단순 스팸문자로 보기는 어려웠다.
모르는 번호로 온 해당 문자를 받은 권리당원이 “실례지만 서초을 누구신지요”라고 물었지만 답장이 없었다. 9일 후인 3월19일 오후 6시14분에 해당 번호로 답장이 왔다. 문자는 ‘사과문 더민주 서초을 사무국장’이란 제목의 장문의 글이었다.
A 전 사무국장은 사과문에 “저희 지역서 활동하는 문재인 지지활동가 그룹에 이 번호로 개인적인 문자를 보내려다가 전체 권리당원에게 문자를 보내는 실수를 범했다”고 밝혔다. 해당 번호는 SNS선거 캠페인용으로 개설된 폰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당 문자를 A 전 사무국장이 직접 보냈다는 점에서 중립성을 지켜야할 지역위가 '중립성 훼손'과 '당명 명부 유출 가능성'이라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당원 명부의 경우 지역위원장이 유일한 접근자이기 때문에 사무국장에게 당원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이에 해당 A 전 사무국장은 “명부 유출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실수로 발송된 대상은 저희 지역 당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분들이 실제로 국민경선에 참여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모르는 번호로…수상한 문자 대량 발송
개인정보 어떻게? ‘서초을’ 누가 왜?
실수라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지역위의 공적 사무를 보는 데 그쳐야 할 A 전 사무국장이 당원에게 특정 대선 후보의 이익을 위해 일종의 선거운동을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사무국장은 사과문에서 권리당원에게만 보낸 것으로 해명했지만, 해당 지역위의 일반당원에게도 해당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A 전 사무국장은 논란이 된 번호로 사과문을 보낸 뒤 5분 뒤에 본인 개인의 폰 번호로 당원에게 ‘사무국장직서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그는 “이번 불미스러운 일로 일어나게 될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하고,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며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최성은 One Team”이라고 강조했다.
A 전 사무국장은 서울시선관위의 조사를 받아 처분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사무국장직서 물러난 그는 선거사무소장으로 직책이 바뀐 상황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A 전 사무국장은 당원들에게 당원 교육 연수 문자를 보내는 등 사실상 사무국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해당 문자 마지막 부분에는 지역위원장의 직책과 이름, A 전 사무국장의 이름만 적시됐을 뿐 A 전 사무국장이 직책은 따로 기재되지 않았다.
A 전 사무국장이 경선 선거인단 모집과정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서초을 지역위원장과 사무국장의 이름으로 발송된 해당 문자는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1차모집 마감 날인 지난달 9일 오전 9시1분 발송됐다.
문자에는 “주변 가족, 지인들을 참여시켜 주시고, 참여하신 분의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즉, 경선인단의 이름과 휴대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려고 한 것이다. 서초을 한 당원은 “개인정보를 수집해 선거운동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윗선 지시?
일련의 서초지역위의 행태에 대해 해당 지역위 당원은 “A 전 사무국장이 보낸 문자와 동일한 내용의 문자가 다른 지역에도 보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정 후보를 위해 윗선서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