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문재인 기막힌 평행이론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10 13:28:29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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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창’ 보면 2017 ‘문’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승승장구하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암초에 직면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치고 나오면서 믿었던 대세론은 금이 가기 시작했고,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선 문 후보가 과거 대세론을 구가하다 아들 병역 의혹으로 대권 꿈을 놓친 신한국당 이회창 전 총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20여년 전 지금의 문 후보와 유사한 길을 이미 걸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신한국당 이회장 전 총재다. 이 전 총재는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낸 정치거물로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대선주자였다. 1997년 당시 정가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 전 총재가 순탄히 대권을 쟁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똑같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DJP(고 김대중 전 대통령·김종필 전 국무총리)연합, 이인제 출마, 아들 병역기피 의혹이 겹치면서 고배를 마셨다. 특히 아들 병역 의혹은 ‘대쪽’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전 총재의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를 남겼다.

1997년 11월24일 <한겨레>에선 15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97년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에 영향 준 사건들’을 정리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2.6%가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병역문제 의혹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김대중 비자금설’ 10.8%, 'DJP연합‘ 6.8%, ’이인제 경선 불복 탈당‘ 등이 뒤를 이었다. 


당시 이 전 총재는 정치권의 아들 병역 특혜 의혹 공세에 ‘거짓말’ ‘정치적 공세’라며 맞섰지만 국민들의 표심은 이 전 총재에게 등을 돌린 뒤였다. 아들 병역 의혹이 이 전 총재의 발목을 잡았다면 문 후보에게는 아들 취업특혜 의혹이 있다.

해당 특혜 의혹은 2007년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이래 10년째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의혹의 큰 그림은 당시 한국고용정보원장이었던 권재철 전 청와대 노동비서관과 문 후보간의 ‘특수관계’에 따른 권력형 비리라는 것이다.

권 전 비서관은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던 2003년 7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근무했다.

아들 군대 의혹 승승장구하다 삐걱
역대 대통령후보 스캔들 1위 꼽혀

특혜 쟁점은 ‘채용공고 미준수’ ‘필적 가필’ ‘응시서류 제출일’ 등이다. 이에 문 후보는 “(의혹이 있었다면) 이명박·박근혜정부서 가만히 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서 및 증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권의 지적에 문 후보의 해명은 궁색하다는 평가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세우는 문 후보가 일종의 적폐라고 볼 수 있는 취업특혜 의혹에 대해 당당한 해명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정치권의 의구심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문 후보에게 “아들 취업특혜 의혹을 해명하라”며 “해명하지 않고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회창 후보가 아들 병역비리를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대선서 두 번 실패했다”며 “국민은 실수는 용서하지만 거짓말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선일이 가까워질수록 의혹을 제기하는 측과 문 후보 측간 진실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의미한 현상은 해당 의혹이 불거지는 동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이회창 전 총재가 아들 병역 의혹으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지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덜미를 잡힌 패턴과 유사하다. 문재인 이회창 두 사람의 유사점은 아들 의혹과 더불어 ‘대세론’으로 이어진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대선서 패배한 뒤 대세론을 이어가며 2002년 대선을 준비했다.

당시 대선을 1년여 남긴 시점인 2001년 12월 <월간말>은 ‘이회창의 대선가도 아킬레스건 9가지’를 실었다. 9가지 중 한 가지인 ‘이회창 비토세력들의 이합집산’은 이 전 총재의 대선행을 가로막는 주요 변수로 봤다. ‘대세론’이 커질수록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비토론’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또한 ‘반이회창 전선’이라는 공통분모에 동의하는 세력들이 많아 어떠한 형태로든 ‘이회창 전선’을 압박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회창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의원은 막판 단일화를 이뤘다. 정 전 의원이 대선 전날 단일화를 철회하긴 했지만 민심은 노 전 대통령으로 결집됐다. 결국 이 전 총재는 대선 재수서 다시 한 번 낙방했다.

오는 19대 대선에선 문 후보가 대세론을 이루는 가운데 군소주자들의 ‘이합집산’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문 후보 입장서 우려스러운 부분은 ‘문재인 비토론’ 확산이다. 이러한 바람은 60대 이상 지지율서부터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60대 이상 지지율서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지지율을 앞질렀다. 앞서 전 세대서 고른 지지를 받았던 문 후보의 지지율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문 후보 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후보 단일화라는 실현 가능성 없는 가정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사가 조사하는 양자대결 구도 자체가 이번에 처음 실시한 것도 아니고 의도를 갖고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문 후보 측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 봉착한 대세론
점점 커지는 비토론
"적폐가 적폐청산?"

일단 문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안 후보는 “정치공학적 연대는 시대정신에 어긋난다”며 연대에 선을 그었다. 흥미로운 점은 안 후보가 ‘자강론’을 외치고 있음에도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보수진영 후보의 몰락으로 자연스럽게 보수지지층이 안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만약 안 후보가 먼저 나서 보수진영과 연대를 주장했다면 집토끼(호남)를 놓쳤을 것이라 평가한다. 하지만 안 후보가 자강론을 외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 후보만은 안 된다’는 보수진영이 차악인 안 후보에게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도 상당히 누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 전 총재의 경우도 첫 번째 대선서 낙방한 이후 줄곧 ‘대세론’을 지켜왔지만 동시에 피로도 누적과 경쟁자들의 집중포화로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했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가 콘크리트 지지율을 바탕으로 1등을 달리고 있지만 확장성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민주당 경선 이후 지표로 나타났다. 문 후보는 민주당 경선서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층의 표를 흡수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당 안 후보는 한 자릿수에 머물던 지지율을 끌어올려 가상 양자대결서 문 후보를 앞질렀다. 일각서 문 후보가 과거 이 전 총재와 마찬가지로 대세론에 취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전 총재는 대세론으로 인해 당내 반대세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못했다. 그 결과 시시각각 변하는 대선판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악수를 뒀다. 문 후보의 경우도 ‘친문패권주의’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당내 반대세력을 포용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쓴소리를 하는 인사들은 당을 떠났고 문 후보 곁에는 ‘호위무사’들만 남아 당내 건전한 비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누가 적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5일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국정 리더십 위기의 근본은 패권주의서 비롯됐다”며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한 친문 패권세력은 친박 패권세력과 동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 후보는 입만 열면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진영논리로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며 “친문 패권세력이 추구하는 정치는 분열의 정치인데 과연 국민이 청산 대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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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