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03 11:17:20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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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아니면 안…심상찮은 비문 결집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상승세가 매섭다. 그는 호남 경선 흥행을 발판 삼아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다만 문제인 대세론을 꺾기 위해선 ‘연대만이 살길’이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그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정치권이 주목하는 두 사람의 양자대결 구도를 미리 그려봤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하나둘씩 정해지고 있다. 정권교체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야권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당 당내 경선에 국민들의 관심은 뜨거운 상황이다. 특히 각각 호남 경선 결과가 발표가 나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세론에 힘을 실었고 안 전 대표는 ‘제2의 안풍’을 일으켰다.

제2의 안풍
다시 분다

호남은 그동안 야권서 가장 유력한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주는 경향성을 보여왔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두 사람에게 60%대의 높은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또다시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 연말부터 줄곧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전북 경선서 승리한 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라, 문재인을 이기라는 호남의 명령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말해 양자대결 구도를 암시했다. 안 전 대표가 ‘안풍’을 몰고 올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적잖이 긴장한 모양새다.

문 전 대표 측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서 “호남은 압도적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며 “(호남의 안 후보 지지의 뜻은) 보조 타이어 격으로 일종의 격려를 해준 게 아닌가”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자 국민의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박지원 대표는 지난달 28일 영남 합동연설 인사말서 “문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타이어가)펑크 난다. 펑크 난 타이어는 중도 포기한다”며 “우리 당후보가 지금 지지도는 낮지만 결국 이긴다는 것을 민주당서 잘 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양자대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두 사람만 출마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중 44%가 문 전 대표를 꼽았다. 안 전 대표는 40.5%를 기록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비교했을 때 두 사람의 격차는 3.5%에 불과했다. 안 전 대표 측은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면서 ‘비문(비 문재인)’ 결집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본선서 후보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문 후보에 비해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며 “중도·보수 유권자들은 문 후보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국 안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경선 흥행·문재인 ‘대세론’ 굳히기
떠오르는 유승민 역할론·범보수 헤쳐 모여?

반면에 문 전 대표 측은 “1대1 구도가 성립하기 위해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이 합의하에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자기 당 후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안 전 대표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범보수 진영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현재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이 대선후보로 확정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선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선출을 확정지었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자강론’과 ‘연대불가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정치권은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에 주목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탄생했다.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그 과정서 바른정당은 국정 농단에 책임이 있다고 불리는 자유한국당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기존 당을 박차고 나온 정치적 명분도 얻었다.

다만, 대선주자로 낙점된 유 의원의 지지율 정체는 바른정당의 고민이다. 유 의원은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무죄 선고를 받고 단숨에 자유한국당의 대선주자로 거듭난 홍 지사가 지지율 10%를 육박할 동안 유 의원은 반등 기미가 보차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 의원 입장서도 ‘문재인 대세론’을 저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연대인 셈이다.

현재 안 전 대표가 한국당과 직접적인 연대를 도모할 가능성은 아주 적어 보인다. 줄곧 적폐세력과의 연대에는 선을 그어왔고, 여전히 친박(친 박근혜) 진영이 공고한 한국당과 연대할 경우 호남서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쫓기는 문재인
유승민 역할론

안 전 대표가 연대를 주도하기보다는 범보수(바른정당, 한국당)가 단일화를 이룬 뒤에 안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연대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 의원 측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한국당과의 단일화 전제 조건으로 ‘친박 총선 불출마’와 ‘당원권 정지’를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친박청산’ 기준에 대해 “제 생각은 (친박 의원들의) 탈당인데, 그게 어렵다면 다음 총선에 못 나올 만한 실질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당원권 정치 조치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선 국민의당과 먼저 (단일화 협상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왕설래한다”며 “우리는 오히려 지금 ‘국민의당에 먼저 손을 내밀자’가 아니라 ‘절대 먼저 손 내밀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에서) 응해오면 (한국당보다)먼저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대선주자인 홍 지사가 단일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연대 가능성은 존재한다. 지난달 29일 홍 지사는 “일부 친박의 패악 때문에 바른정당 사람들이 나간 것”이라며 “이제 일부 친박들도 탄핵돼 바른정당과 분당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 바른정당과의 연대설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당내 친박 핵심인 김진태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단일화 자체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유 의원도 섣부르게 단일화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9일 유 의원은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은 분명히 반대한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원칙과 명분이 있는 단일화가 아니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당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후보단일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독자 후보를 내 대선을 치를 경우 범보수 표밭이 분산돼 정권교체는 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양당이 단일화를 이룬 뒤 안 전 대표가 합류하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맞붙게 된다면 대선은 제2의 2012년 대선을 재연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 양자대결 구도로 50대50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일단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역풍 딜레마
최종 승자는?

호남 경선의 ‘흥행’으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15%를 넘으면서 대선주자 2위를 기록했다. 또 민주당이 문 전 대표로 결정될 경우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시장의 표가 안 전 대표에게 흐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치권은 안 지사 측의 표심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안 지사는 ‘대연정론’을 펴며 중도·보수층 결집에 힘썼다. 그 결과 안 지사는 단숨에 대선주자 중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외연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선에 돌입했지만 현재는 ‘문재인 대세론’에 막혀 주춤한 모양새다.

정치권은 15%를 육박하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안 전 대표에게 흐를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더 이상 맥을 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보다 안 전 대표와 성향이 유사하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린다.

두 사람 모두 중도 표심에 예민하다는 점, 사드로 위시되는 안보관도 큰 맥락서 유사하다는 점에서 안 지사의 표심이 안 전 대표에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례서 보듯 유력 대선주자의 불출마는 다른 대선주자에게 지지층이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황 대행이 불출마하자 홍준표 경남지사는 황 대행의 표심을 흡수해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 했다. 당시 최대 수혜자가 홍 지사였다면 그 다음은 안 지사와 안 전 대표였다.

또 10%를 육박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표심 향방도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의 양자대결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선 과정서의 불협화음, 상호간 네거티브 공세로 인해 세 사람의 지지층간 골은 깊은 상황이다.

안희정·이재명 흩어진 표심 어디로
대역전 가능성은…일단 안 찍고 본다?

이 상황서 같은 민주당이라는 이유로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지지층이 곧장 문 전 대표에게 흐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만약 안 전 대표가 범보수 진영과 연대를 해 중도·보수 진영의 단일후보가 돼 문 전 대표를 상대한다면 두 사람의 대권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정체성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보수 진영과의 연대는 아무래도 진보 진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호남민들의 부정적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호남지역은 보수 진영과의 연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 점을 문 전 대표가 파고들어 호남민들을 자극한다면 문재인, 안철수로 양분된 호남의 지지가 문 전 대표 쪽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을 확장해 문 전 대표가 본인이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강조하면서 야권서 정통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아울러 안 전 대표의 범보수와 연대를 정치공학적 ‘야합’이라 평가절하해 야권 지지층 결집을 노릴 수 있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문 전 대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비문 정서’를 결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아직 연대가 이뤄지기 전인 현재도 집중하고 있는 전략이다.

지난달 29일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호남서만 반문 정서가 있는 게 아니라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도 반문 정서가 만만치 않다”며 “문재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안 전 대표 캠프서 국민참여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기석 의원도 “호남 쪽은 기존의 (문 후보의) 말 바꾸기라든가 인사 차별, 약속 불이행 등 때문에 결국 문 후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영남지역, 특히 대구·경북은 문 후보에 대한 근본적인 안보 불안감 때문에 (반문 정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구도면
안철수 승리?

특히 대선이 한 달여 남은 시점서 양자대결 구도 자체는 안 전 대표에게 호재다. 양자대결로 부족한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대세론’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있다. 세력이 비등한 사람의 대결서 ‘대세론’은 더 이상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비문연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후보들이 선출되고 나서 전체적인 3자구도, 4자구도, 양자구도 여론이 어떻게 가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만약 3자구도 속에서 민주당에 뒤지는데 연대하면 해볼 만하다고 할 경우 보수층에서도 일단 이번 대선에서 자기들이 안 되더라도 공동정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종인-안철수 연대 가능성은?

‘친문패권주의’를 비판하고 당을 떠난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킹’으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김 전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내 비문진영 의원 10여명과 회동해 정국 상황 및 자신의 행보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최명길 의원이 민주당을 전격 탈당하고 김 전 대표에게 합류했다. 최의원은 “권력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 또 다른 절대 권력자를 세우고, 과실을 따먹으로 한다”며 문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는 안 전 대표와 김 전 대표간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결국 마지막 단계에 가면 그런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게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제3지대’의 핵심축으로 불린 그의 행보에 따라 대선판은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 속 기사> ‘확’ 달라진 안철수 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달라졌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18대 대선 때 ‘철수정치’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강철수’로 변신했다. 특히 목소리 톤과 화법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과거 청춘콘서트서 조근조근하고 위로하는 화법을 구사했던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이후 공격형 화법으로 바뀜과 동시에 목소리 톤을 낮춰 신뢰감을 높였다.

지난달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서 열린 경선 연설 과정에서 안 전 대표는 저음의 힘찬 목소리로 연설문을 읽어나갔다.

달라진 안 전 대표의 모습에 지지자들은 “강철수”를 연호 했다. 안 전 대표의 연설에 당내 인사들도 고무된 모습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단전호흡을 배워온 것 아니냐. 목소리가 우렁차더라.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특별히 전문가의 도움은 받지 않았다. 이동하면서 주로 연설을 고치고, 연습한다.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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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