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좌불안석 친박기업 백태

헌재는 전방위 기업 수사를 암시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결정되자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검팀으로부터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탄핵 인용을 기점으로 정권과 결탁한 재벌기업을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친박(친 박근혜)기업으로 분류되는 몇몇 재벌기업들은 숨죽이며 사태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현실이 됐다.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열렸던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정치적 이슈로 그치는 사안이 아니다. 재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심상치 않은
탄핵 인용 역풍

재계에선 벌써부터 탄핵안 인용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당장 우려할 부분은 검찰의 칼끝이다. 야권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서 검찰이 전례 없이 강하게 재계를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경우 미르·K스포츠재단과 연루된 재벌기업들이 첫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총 53곳으로 출연금 규모는 774억원에 이른다. 삼성 204억원, 현대차 128억원, SK 111억원, LG 78억원, 포스코 49억원, 롯데 45억원, GS 42억원, 한화 25억원, KT 18억원, LS 16억원, CJ 13억원, 두산 11억원, 한진 10억원, 금호아시아나 7억원, 대림 6억원, 신세계 5억원, 아모레퍼시픽 3억원, 부영 3억원 등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의 총수들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려 나오는 사상 초유의 사태마저 벌어졌다.


당시 청문회에 소환된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GS그룹 회장인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이었다.

정경유착 고리 드러날까 노심초사
칼날 세운 검찰 첫 타깃 ‘어디로?’

대기업에 대한 취조는 한층 강해졌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헌재에 제출한 탄핵의결서(탄핵소추안)에 삼성·SK·롯데가 출연한 360억원을 뇌물로 적시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전액을 뇌물로 간주했다.
 

특검은 삼성에 대한 수사를 완료하면서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박상진 대외협력담당 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대외협력담당 전무 등 모두 5명을 기소했다. 이들에게는 뇌물공여 외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 수익 은닉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다른 기업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재가 삼성과 최순실, 박 전 대통령 간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탄핵심판의 주요근거로 삼았던 만큼 재계 전체로 수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헌재가 재판 과정서 ‘뇌물죄’ 혐의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는 점은 이런 흐름을 방증하고 있다.

재계 전반으로
수사 확대되나

특검서 검찰 특수본으로 사건 일체가 이관된 점도 재계에는 악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사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대기업 수사를 검찰에 인계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초기 수사를 맡았던 특수본이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특수본은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 전부를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던 중 특검이 출범하면서 손을 뗀 바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첫 타깃은 SK그룹, 롯데그룹, CJ그룹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미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대가로 최 회장이 사면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8월 사면으로 출소한 최 회장이 6개월 뒤인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점도 의심을 사고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사면 때문에 자금을 출연하고 정부 시책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재판이나 수감 중인 재계 총수들 중 유일하게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돌려받은 점이 다시 들춰질 수 있다. 면세점 특허 관련,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얘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검찰 칼끝에
초긴장 상태

‘낙하산’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포스코와 KT도 좌불안석인 건 마찬가지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순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2013년 회장 임명 과정서 후보추천위원회는 두 달 만에 후보를 선정해 심사를 마치고 권 회장을 선임했는데, 이 때문에 회장 임명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 권 회장은 2015년 포스코가 진행한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매각과 관련해 최순실씨를 비롯한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 국정농단 핵심부의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샀다.

KT는 2002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해왔고 최근 황창규 회장이 연임되는 과정서 정치적 외풍 논란에 휩싸였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시점 또한 황 회장의 임기가 막바지로 향할 때였다는 점에서 황 회장이 연임을 의식해 정부가 원하는 단체에 후원금을 출연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계속됐다.

박 전 대통령의 해외 경제사절단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면서 ‘친박’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재벌기업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SM그룹, LS그룹, 대립산업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취임한 이후 같은 해 5월 미국을 시작으로 올해 9월 라오스까지 총 21차례 경제사절단을 운영했다.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성장한 SM그룹은 경제사절단 운영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꽁무니 쫒더니…
독된 친박 꼬리표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그의 장녀인 우연아 대한해운 부사장은 모두 21차례 경제사절단 가운데 15차례 참석해 참석률이 71.4%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 회장이 11차례, 우 부사장이 4차례 참석했다.

우 회장이 참가한 경제사절단은 ▲2013년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유럽 ▲2014년 인도·스위스, 독일, 중앙아시아, 캐나다 ▲2015년 중남미 4개국 ▲2016년 이란, 몽골 등이다. 우 회장은 부실기업 M&A를 통해 그룹의 규모를 성장시키며 ‘M&A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활발한 M&A를 진행한 SM그룹은 자산 5조원대에 근접했다.

LS그룹 역시 경제사절단에 적극 참여한 친박기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구자열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경제인사절단 자격으로 국빈 만찬과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해 유라시아 경제협력 강화에 힘을 보탠 바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5월 박 전 대통령이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이란을 방문했을 때 이해욱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전례가 있다. 공교롭게도 대림산업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1호를 건설한 것을 비롯해 대규모 국책사업에 빈번히 이름을 올리며 박근혜정부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고 의혹을 받기도 했다.

정권과 결탁했다고 의심받는 재벌기업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대중들의 싸늘한 시선이다. 재벌기업들이 ‘돈을 뜯긴 연약한 피해자’가 아닌 ‘정권과 뒷거래를 한 명백한 공범’으로 비춰진 까닭이다.


너나 없이
모두가 공범

박 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과 신년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노동개혁법에 대한 빠른 처리를 주문했다. 일반 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제도 완화, 단체협약 시정명령, 임금피크제 시행, 성과연봉제 도입,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제한 연장, 제조업 등 뿌리산업 파견 허용, 근로시간 주 60시간 허용 등 친기업적 정책이 도입됐다. 하나 같이 재벌기업들이 환영할만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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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