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고 임박> 탄핵 기각 후폭풍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55:15
  • 호수 1104호
  • 댓글 0개

‘개봉박두’ 대통령의 복수혈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통령은 사인(私人)에게 청와대 기밀을 넘겨주고 뒤를 봐줬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촛불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제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헌법재판관 8명의 손에 의해 대한민국 현대사가 결정된다. 어떤 판결이 내려질까. <일요시사>는 만약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다면’을 가정해 우리나라 정치권의 앞날을 예측해봤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지난달 27일, 17차 변론을 끝으로 모든 심리를 마쳤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81일 만이다. 헌재는 탄핵 선고를 위해 3·1절인 지난 1일에도 출근해 기록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법조계에선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13일을 감안해 오는 10일 또는 13일 선고가 유력시된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가 돌아오면
복수 시작된다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탄핵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헌재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결론을 도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탄핵심판은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하면 ‘인용’ 그렇지 않으면 ‘기각’된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 대통령으로서 ‘파면’을 당해 대통령직에서 강제퇴직된다. 물론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받을 수 없다.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법률에 따라 정국은 빠르게 대선 국면으로 전환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선 인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선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탄핵이 기각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선 헌재가 ‘8인 체제’로 진행 중인 점이 변수로 꼽힌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지난 1월31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기존 9명에서 8명으로 숫자가 줄면서 산술적으로 인용 판결 가능성이 낮아진 탓이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이 2명이라는 점도 돌발 변수로 꼽힌다. 그동안 주요 헌재 결정을 보면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재판관들의 보수 성향이 반영됐다는 점도 기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다만 헌재가 원칙대로 재판을 지휘해왔다는 점을 감안해 재판관들의 양심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헌재의 탄핵 선고만 앞둔 가운데 지난 1일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 진영은 광장에 총결집했다. 이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문수 비대위원은 “엉터리 졸속 재판을 하는 헌법 재판관들을 탄핵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81일 만의 심리종결…10일 또는 13일 결정
만약에 기각되면…검찰 죄고 언론 죽인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3·1 만세 시위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자는 것이고 지금 촛불집회는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키자는 것”이라며 탄핵 찬성 측을 독려했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만약 헌재가 박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중대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내리거나 탄핵심판 요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각하’ 선고를 할 경우 박 대통령은 90여일 만에 직무에 복귀한다. 식물대통령이 불가피하지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복수혈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박 대통령은 탄핵 기각 가능성에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1월25일 박 대통령과 인터뷰한 <정규재TV> 진행자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박 대통령이 탄핵 기각 후 국민의 힘으로 언론과 검찰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미 박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서 검찰과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당시 현 상황을 두고 “우발적으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기획설을 제기했다. ‘국회와 언론, 검찰 개혁이 필요한데 이 세력이 동맹을 맺은 것처럼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을 테고,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합류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을 압박해온 집단에 대한 ‘복수’는 비단 박 대통령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11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탄핵이 기각되면 검찰을 손 보겠다”고 발언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선 “탄핵이 기각이나 각하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된다”며 “정권 다 넘어간 것으로 그렇게 착각하지 마시라고 해 달라.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말해 탄핵 기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칼 휘두르고
정권 재창출?

기각 이후 박 대통령이 ‘강공’ 전략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인사'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 '개각' 등을 단행해 반전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탄핵 기각 이후 약 1년 남은 시간동안 식물대통령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론으로 꼽힌다. 특히 개각은 국정운영이 마비된 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박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해 개헌 희망세력을 규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는 국회를 중심으로 개헌이 논의되고 있지만 제1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미온적 반응을 보여 대선 전 개헌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지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선주자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개헌’ 논의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기각 이후 박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서 개헌을 주장하면 반문지대, 여권, 개헌론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온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서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에 정치인들이 동참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기각 후 ‘하야’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의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무엇보다 명예 회복에 뚜렷한 의지가 있다”며 “하야 후 명예를 되찾는 활동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점에 대해 정치권 의견은 분분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9일 3차 대국민담화서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을 받아들였다. 이 당시 발언을 볼 때 탄핵 기각이 나오면 일정 시간을 가진 후 자진사퇴를 선언해 마지막 남은 명예를 찾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자진사퇴는 정권재창출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 대통령직서 내려와 범보수를 결집한 뒤 이후 치러질 대선서 보수정권을 재창출한다는 시나리오다. 만약 차기 대선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이후 이어질 개헌, 지방선거, 총선 등에 대비해 2선으로 물러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선 권한만 있고 영향력은 없는 ‘관리형’ 대통령에 머물러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이 기각되면 촛불민심이 다시 한 번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섣불리 광폭 행보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수진 쳤는데
망하게 생겼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가장 큰 후폭풍은 민심의 동요다. 박 대통령이 탄핵에 오기까지는 언론의 집중포화 이후 광장의 촛불민심이 있었다. 결국 촛불민심을 거스르기 어려웠던 국회는 절대 다수의 표 차이로 박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만약 절대 다수의 지지 속에 이뤄진 탄핵이 헌재서 기각 결정이 날 경우 ‘헌재 폐지론’에 휩싸일 수 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서 탄핵 기각 이후에 대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헌재가 87년 6월 항쟁 과정서 태어났는데 이 거대한 국민적 요구를 배신한다면 헌재 자체가 날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존속할 이유가 없다. 제1적폐가 헌재인 것이다. 헌재 폐지론이 가장 먼저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이 기각되면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야권은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정권교체, 적폐청산 등을 내세우며 박 대통령과 여권을 공격할 전망이다. 여권에선 보수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탄핵 기각으로 생긴 과도기를 틈타 보수가 뭉친다는 시나리오다. 바른정당이 ‘한국당과의 연대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막상 대선 정국이 가동되면 정권재창출을 위해 결집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야권의 전유물이었던 ‘후보단일화’ 방안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핵 직후 바른정당은 후폭풍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보수를 지향하지만 박 대통령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배수진을 쳤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큰 상황이다. 또한 박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며 한국당을 박차고 나왔기 때문에 당의 존립 명분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명예로운 퇴진하고 정권 재창출
여권발 정계개편 보수층 지각변동


현재 유력 대선후보들의 지지율만 놓고 보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야권 후보의 낙승이 예상된다. 탄핵이 기각되면 기존의 대선 일정에 맞춰 12월에 대선이 치러진다. 여권 입장에선 ‘보수 대 진보’ 대결 국면으로 이끌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 완주를 천명한 터라 '민주당-국민의당' 연대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기 때문에 야권연대는 공염불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과정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권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황 대행은 90여일간 정국을 차질 없이 운영했다는 점과 대통령을 지켜냈다는 명분으로 보수층에 어필할 수 있다. 대선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여권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점도 보수층 결집 시 확장성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보수층의 지각변동 가능성도 주목을 끈다. 보수층은 박 대통령의 존립에 집중하는 부류와 보수 정권재창출에 방점을 찍은 부류로 나뉜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박사모가 보수층 내부서 입김이 더욱 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후유증 극심
무엇이 최선?

한 정치평론가는 “탄핵을 둘러싼 복잡한 해법이 나오고 있으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유증은 극심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과 탄핵 찬반 세력 모두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최선이고 어떻게 하면 최악을 피할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헌법재판관 8인 성향은?

대한민국 역사의 변곡점에 헌법재판관 8명이 있다. 이들은 오는 10일 혹은 1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들 8명은 총 800건에 가까운 사건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통진당 해산 위헌심판 당시는 야당 몫으로 2012년 선출된 김이수 재판관 만이 유일하게 통진당 해산 반대와 전교조 법외노조 근거법의 위헌을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의원들이 낸 ‘국회 선진화법’ 관련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해서는 각하(5), 기각(2), 인용(2) 의견으로 나뉘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만이 인용 의견을 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합헌이 된 '김영란법'은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고, 간통죄에 대해선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과 안창호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남자의 병역 의무에 대해서는 남성에 한해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이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전원 일치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현재 8명의 재판관이 주요 결정 가운데 모두 똑같은 의견을 낸 것은 이 사건이 유일하다. 주요 결정에 있어서는 개별 재판관의 소신에 따른 결정이 주를 이뤘지만 일부 결정에서는 정치적 성향이 드러났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