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조기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잠룡들의 암투가 시작됐다. 물밑에서 킹메이커들도 각자 셈법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이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일요시사>는 차기 국무총리를 노리는 정치인들의 행보를 추적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이 유력 대선주자로 포진해 있다. 이들을 후방에서 지원하며 야심을 품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킹메이커다.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대표적인 킹메이커로 꼽힌다.
킹메이커 1순위
우선 정치권은 박 대표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당권을 거머쥔 그가 차기 정권교체 과정에서 초대 총리를 노리고 있다는 설이다. 박 대표는 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대표가 지지율 정체국면으로 인해 뚜렷한 반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결국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어 수권정당이 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누구를 국무총리로 지명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중 한 명으로 박 대표가 꼽히고 있다. 4선의 정치 9단으로 불리는 그는 당 대표, 문화관광부 장관 등 요직을 겸했지만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총리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에는 청와대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는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한 시기였다. 청와대는 야권 달래기의 일환으로 박 대표를 임명코자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박 대표는 "내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총리직을 거절했다.
다만 안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에 성공한다면 총리직을 수락할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치 경력 및 입지 등을 고려하면 총리 이외에 정부 내 다른 직책을 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박 대표가 개헌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분권형 대통령제’ 아래 국무총리를 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개헌을 주도하고 정권을 잡아 실권을 쥔다는 복안이다. 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 개헌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박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전 대표는) 민주당 비문계 의원들의 개헌논의에 ‘정치인들끼리 모여 개헌 방향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만한 태도’라고 비난했다”며 “정치인들이 개헌 등 정치 문제를 논하지 않으면 누가 해야 하나. 정치인들도 논하고 국민도 논할 수 있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킹메이커로 나서고 있다. 최근 바른정당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유승민·남경필 두 대선주자의 고전이 맞물리면서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불출마를 접고 대권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김종인, 박지원, 김무성…셈법 분주
어찌하면 그 자리에…노리는 사람은?
이른바 ‘재등판론’에 선을 그었다. 지난달 28일 오전 바른정당 중앙당을 찾아온 지지자들로부터 대선 출마 요청을 받은 김 의원은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데다 개성공단 확장 구상을 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북한에 끌려가게 돼버릴 수 있다”며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걸 저지하기 위해 내가 중간자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을 미루어볼 때 반문 전선을 형성하는 데 방점을 찍고 2선에 머물면서 개헌을 매개로 한 ‘정치적 연대’ 국민의당과의 ‘대선후보 단일화’ 등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지난해 말 김 의원의 대선불출마를 두고 정치권에선 개헌을 통한 내각형 총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대선행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감지한 그가 일찍이 개헌 내각제 총리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다만, 계속해서 개헌을 주장할 경우 유승민 의원과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 의원이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유 의원은 관훈클럽 토론회서 대선 전 개헌에 대해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하다고 스스로 믿는 국회의원은 별로 없다”며 “제가 바른정당 후보가 되면 당과 상의해서 언제 개헌을 하고 어떤 개헌을 할지 정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김 의원은 당 외곽인사들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앞으로 탄핵 결과에 따라 대표적 개헌론자로 알려진 정의화 전 국회의장,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등과 함께 개헌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비문계 핵심축으로 대표적 개헌론자로 알려진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지난해 김 전 대표는 한차례 ‘책임 총리설’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김 전 대표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영의 ‘전권’을 주겠다고 선언하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당시 정국 흐름상 김 전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거부로 받아들여졌다. 총리직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도 좋지 않았다. 대국민적 공분이 대통령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탈당을 통해 ‘빅텐트’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 김 전 대표는 탈당에 유보적 입장이다. 민주당에 잔류해 분권형 개헌작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국회 개헌 특위 차원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고 친문이 개헌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 전 대표는 개헌논의에 대해 “개헌을 처음부터 주장했다. 노력하려고 한다. 개헌이라는 건 국회 개헌특위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기 때문에 국회 자세에 달렸다”고 했다.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한 비패권 제3지대가 현실화되면 탈당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기는 개헌안이 발의된 뒤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개헌안이 발의되면 유동성이 커지면서 새롭게 판을 짤 수 있다. 그때는 김종인 대표가 움직일 수 있다. 지금은 명분도 세력도 마련돼 있지 않다. 4월 말 5월초로 예정된 대선 전에 개헌안이 발의되면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헌과 역할은?
분권형 대통령제의 경우 외치는 대통령이 맡고 현행 대통령이 가진 행정부 수반의 지위는 국무총리가 담당한다. 국무총리의 영향력과 권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제외한 3당은 세부적인 내용이 다를 뿐 대통령의 힘을 빼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대략적인 큰 그림은 일치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 속에 김 의원은 섣부른 개헌 논의보다는 정권 교체에 방점을 찍고 있는 민심을 염두에 두고 나설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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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분권형 대통령제’ 국무총리 권한은?
분권형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국방, 통일, 외교 등 안정적 국정수행이 요구되는 분야를 맡는다.
총리는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맡아 책임정치를 실현한다. 집권당이 다수당일 경우는 대통령제처럼 운영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총리 임명 시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동거정부가 된다.
임명권은 대통령과 총리가 통괄하는 각료에 대해 각각 갖고 있다. 자연스레 총리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국회에는 내각불신임권이 부여되고 대통령은 국회해산권을 갖게 된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