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23) 항복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05:31
  • 호수 1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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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했지만…목숨이 위태롭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흥수가 막사로 들어가자 서천이 바로 백기를 전했다.

“무슨 의미요?”

알면서도 그 사유를 묻는 흥수가 의아하다는 듯 서천이 눈을 깜빡거렸다.

“당연히 항복한다는 뜻입지요.”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하겠다는 말입니까?”


흥수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천을 응시하자 얼굴이 마치 벌레라도 씹은 듯 일그러졌다.

“도저히 승산 없다고 판단한 성주께서 진중하게 항복을 제안하셨습니다.”

“하기야 신라는 조만간 백제 수중에 떨어질 터이니 미리 항복하는 일이 차라리 현명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좋소. 그렇다면 항복 조건은?”“물론 목숨이지요. 성주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목숨 말입니다.”

“단지 그겁니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흥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스스로 항복하는 자의 목숨을 보장하는 일은 당연하건만 어째 이상하게 들립니다. 단지 목숨만이라니요.”

“정말입니다. 그저 목숨만 살려주면 족하다 했습니다.”

“그 후에 직위 등 반대급부는 전혀 생각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그렇습니다, 군사!”

서천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저, 그리고.”

“주저 말고 말해보시오.”

“이곳에 투항한 검일 일행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 사람들은 어제 투항하자마자 사비성으로 갔소. 그곳에서 좋은 여건과 풍성한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게 될 것이오. 원한다면 그대들도 그리 조처해드리겠소.”

“저희들이야 그저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러니 그 부분까지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서천이 표시 안 나게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혹여 다른 필요한 일이라도 있으면 말씀하시지요.”

“다른 일이 무에 있겠습니까. 다만 혹시 목숨을 보장한다는 증표를 서류로 만들어주실 수 없는지요.”

“서류로 말이오?”

“다른 뜻은 없고 그저 모든 사람들이 의기투합하기 쉽지 않을까 해서 그럽니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드리리다.”

흥수가 바로 자신의 명의로 글을 써서 서천에게 건넸다.


서찰을 받아 든 서천이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서천이 돌아오자 품석이 다시 죽죽과 용석을 불렀다.

“자네가 다녀온 일을 직접 고해보게.”

품석의 지시에 서천이 두 사람을 번갈아 주시하고 헛기침했다.

“백제군의 장수를 만나 우리들의 사정을 설명하였습니다. 신라는 전쟁을 원치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항복하고자 하니 우리의 요구를 들어 달라고.”

“그쪽에서 뭐라 합디까?”

죽죽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빈정거리자 서천이 거들먹거리며 흥수가 써준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백제의 군사인 흥수의 친필 확인서입니다.”

“군사라니요, 장수를 만났다 하지 않았소?”

“물론 장수도 함께 만났지요.”

“그런데 왜 군사의 증표요?”

“그야 모든 군율은 군사가 결정하니 그런 것 아니오.”

장수를 만났다는 말이 의심이 들면서도 죽죽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자, 이제 우리 모양새 좋게 모두 항복했으면 하네.”

항복을 되뇌던 죽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야기한 바 있지만 소장은 결코 항복할 수 없소. 그러니 그대들이나 가서 항복하시오. 나는 뜻을 같이하는 병사들과 최후까지 일전을 불사하겠소.”

“정녕 양보할 수 없는가?”

“양보라니요. 군인이 전투에 임하면 사생결단을 봐야지 항복이 다 뭐란 말이오!”

항복이냐 항전이냐…항복 택한 대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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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 자네는 어찌할 텐가?”

질문을 받은 용석이 품석과 죽죽을 번갈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장 역시 군인으로 항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연유로 소장은 죽죽과 마지막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성주의 명령이라면 어찌할 텐가!”

죽죽이 명령을 되뇌며 피식거렸다.

“지금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오!”

죽죽이 소리를 높이자 용석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항복하고자 한다면 빨리 움직여주기 바랍니다. 병사들 마음 위축시키지 말고 오늘 중으로 항복할 사람들은 모두 가주십시오. 괜히 병사들 소요를 부추기면 이번에는 나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용석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칼집에서 칼을 뽑아 탁자에 내리 꽂았다. 

그날 오후 품석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이 성문을 나서 백제 진영으로 향했다.

백제 진영에 당도하자 막상 맞이하기로 한 윤충과 흥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일반 병사들이 품석의 가족을 다른 사람들과 분류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서천이 앞으로 나섰다.

“어찌된 게요. 윤충 장군과 군사는 어디 있소?”

“두 분은 지금 성주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중하게 답하는 병사의 말을 전하자 품석이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윽고 분류가 마무리되자 병사들이 품석 가족과 서천을 따로 안내했다.

“성주님, 조금도 염려 마십시오.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갈 겁니다.”

“알았네. 자네만 믿네.”

오래지 않아 한 막사 앞에 도착하자 병사들이 품석과 서천만을 안내했다.

막사에 들자 윤충과 흥수가 의자에 앉아 들어오는 그들을 유심히 주시했다.

“자네가 대야성 성주인 김품석이란 자인가?”

낮으면서도 위엄 있는 윤충의 음성에 일순간 품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쥐새끼야, 말이 들리지 않느냐! 지금 우리 장군께서 네 놈이 김품석이란 쥐새끼냐고 묻지 않느냐!”

흥수의 일갈에 품석은 물론 서천의 얼굴이 급격하게 창백해졌다.

“주둥이가 막혀 말을 못하는 모양인데. 여봐라, 찢어라!”

윤충의 고함에 그제야 모든 정황을 간파했는지 품석이 무릎을 꿇었다.

그를 살피던 서천 역시 급히 꿇었다.

“부디 살려주십시오!”

“뭐라, 살려 달라. 허허, 과연 쥐새끼로고!”

윤충이 혀를 차자 흥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목숨을 구걸한다는 말이냐?”

“장군과 군사께서 목숨을 보전해 준다 하여.”

힘들게 말한 품석이 서천을 쳐다보았다.

“물론이다, 내 너를 살려주기로 약조했었다. 그러나 성을 통째로 들고 항복하는 조건이었음을 다시 주지시키지 않아도 되겠지?”

“목숨만은 부디.”

서천이 급히 무릎걸음으로 기다시피 하여 흥수의 다리에 매달렸다.

“저는 그저 이자가 시킨 대로 한 죄밖에는 없사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서천이 머리를 맨 땅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과연 쥐새끼들이로고! 여봐라, 꼴도 보기 싫으니 이 두 놈을 끌고 나가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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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