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23) 항복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05:31
  • 호수 1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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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했지만…목숨이 위태롭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흥수가 막사로 들어가자 서천이 바로 백기를 전했다.

“무슨 의미요?”

알면서도 그 사유를 묻는 흥수가 의아하다는 듯 서천이 눈을 깜빡거렸다.

“당연히 항복한다는 뜻입지요.”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하겠다는 말입니까?”


흥수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천을 응시하자 얼굴이 마치 벌레라도 씹은 듯 일그러졌다.

“도저히 승산 없다고 판단한 성주께서 진중하게 항복을 제안하셨습니다.”

“하기야 신라는 조만간 백제 수중에 떨어질 터이니 미리 항복하는 일이 차라리 현명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좋소. 그렇다면 항복 조건은?”“물론 목숨이지요. 성주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목숨 말입니다.”

“단지 그겁니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흥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스스로 항복하는 자의 목숨을 보장하는 일은 당연하건만 어째 이상하게 들립니다. 단지 목숨만이라니요.”

“정말입니다. 그저 목숨만 살려주면 족하다 했습니다.”

“그 후에 직위 등 반대급부는 전혀 생각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그렇습니다, 군사!”

서천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저, 그리고.”

“주저 말고 말해보시오.”

“이곳에 투항한 검일 일행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 사람들은 어제 투항하자마자 사비성으로 갔소. 그곳에서 좋은 여건과 풍성한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게 될 것이오. 원한다면 그대들도 그리 조처해드리겠소.”

“저희들이야 그저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러니 그 부분까지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서천이 표시 안 나게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혹여 다른 필요한 일이라도 있으면 말씀하시지요.”

“다른 일이 무에 있겠습니까. 다만 혹시 목숨을 보장한다는 증표를 서류로 만들어주실 수 없는지요.”

“서류로 말이오?”

“다른 뜻은 없고 그저 모든 사람들이 의기투합하기 쉽지 않을까 해서 그럽니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드리리다.”

흥수가 바로 자신의 명의로 글을 써서 서천에게 건넸다.


서찰을 받아 든 서천이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서천이 돌아오자 품석이 다시 죽죽과 용석을 불렀다.

“자네가 다녀온 일을 직접 고해보게.”

품석의 지시에 서천이 두 사람을 번갈아 주시하고 헛기침했다.

“백제군의 장수를 만나 우리들의 사정을 설명하였습니다. 신라는 전쟁을 원치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항복하고자 하니 우리의 요구를 들어 달라고.”

“그쪽에서 뭐라 합디까?”

죽죽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빈정거리자 서천이 거들먹거리며 흥수가 써준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백제의 군사인 흥수의 친필 확인서입니다.”

“군사라니요, 장수를 만났다 하지 않았소?”

“물론 장수도 함께 만났지요.”

“그런데 왜 군사의 증표요?”

“그야 모든 군율은 군사가 결정하니 그런 것 아니오.”

장수를 만났다는 말이 의심이 들면서도 죽죽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자, 이제 우리 모양새 좋게 모두 항복했으면 하네.”

항복을 되뇌던 죽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야기한 바 있지만 소장은 결코 항복할 수 없소. 그러니 그대들이나 가서 항복하시오. 나는 뜻을 같이하는 병사들과 최후까지 일전을 불사하겠소.”

“정녕 양보할 수 없는가?”

“양보라니요. 군인이 전투에 임하면 사생결단을 봐야지 항복이 다 뭐란 말이오!”

항복이냐 항전이냐…항복 택한 대야성
성난 검일과 모척…김품석의 운명은?

“용석 자네는 어찌할 텐가?”

질문을 받은 용석이 품석과 죽죽을 번갈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장 역시 군인으로 항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연유로 소장은 죽죽과 마지막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성주의 명령이라면 어찌할 텐가!”

죽죽이 명령을 되뇌며 피식거렸다.

“지금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오!”

죽죽이 소리를 높이자 용석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항복하고자 한다면 빨리 움직여주기 바랍니다. 병사들 마음 위축시키지 말고 오늘 중으로 항복할 사람들은 모두 가주십시오. 괜히 병사들 소요를 부추기면 이번에는 나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용석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칼집에서 칼을 뽑아 탁자에 내리 꽂았다. 

그날 오후 품석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이 성문을 나서 백제 진영으로 향했다.

백제 진영에 당도하자 막상 맞이하기로 한 윤충과 흥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일반 병사들이 품석의 가족을 다른 사람들과 분류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서천이 앞으로 나섰다.

“어찌된 게요. 윤충 장군과 군사는 어디 있소?”

“두 분은 지금 성주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중하게 답하는 병사의 말을 전하자 품석이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윽고 분류가 마무리되자 병사들이 품석 가족과 서천을 따로 안내했다.

“성주님, 조금도 염려 마십시오.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갈 겁니다.”

“알았네. 자네만 믿네.”

오래지 않아 한 막사 앞에 도착하자 병사들이 품석과 서천만을 안내했다.

막사에 들자 윤충과 흥수가 의자에 앉아 들어오는 그들을 유심히 주시했다.

“자네가 대야성 성주인 김품석이란 자인가?”

낮으면서도 위엄 있는 윤충의 음성에 일순간 품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쥐새끼야, 말이 들리지 않느냐! 지금 우리 장군께서 네 놈이 김품석이란 쥐새끼냐고 묻지 않느냐!”

흥수의 일갈에 품석은 물론 서천의 얼굴이 급격하게 창백해졌다.

“주둥이가 막혀 말을 못하는 모양인데. 여봐라, 찢어라!”

윤충의 고함에 그제야 모든 정황을 간파했는지 품석이 무릎을 꿇었다.

그를 살피던 서천 역시 급히 꿇었다.

“부디 살려주십시오!”

“뭐라, 살려 달라. 허허, 과연 쥐새끼로고!”

윤충이 혀를 차자 흥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목숨을 구걸한다는 말이냐?”

“장군과 군사께서 목숨을 보전해 준다 하여.”

힘들게 말한 품석이 서천을 쳐다보았다.

“물론이다, 내 너를 살려주기로 약조했었다. 그러나 성을 통째로 들고 항복하는 조건이었음을 다시 주지시키지 않아도 되겠지?”

“목숨만은 부디.”

서천이 급히 무릎걸음으로 기다시피 하여 흥수의 다리에 매달렸다.

“저는 그저 이자가 시킨 대로 한 죄밖에는 없사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서천이 머리를 맨 땅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과연 쥐새끼들이로고! 여봐라, 꼴도 보기 싫으니 이 두 놈을 끌고 나가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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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