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안희정 ‘노짱’ 프로젝트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27 11:26:05
  • 호수 1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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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 타고 차령산맥 넘어 중원을 장악하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상승세가 매섭다. 한 달여 만에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2위 자리를 꿰차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대연정’ 카드를 내세우며 중도·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자연스레 문 전 대표로 흐를 것으로 보였던 당내 경선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일요시사>는 ‘제2의 노무현’을 꿈꾸는 안 지사의 대역전 카드를 살펴봤다.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곤욕을 치렀다. 지난 19일 부산대학교서 열린 강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들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고 말하면서부터다. 국정 농단의 최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안 지사와 각을 세우지 않던 민주당 문 전 대표도 “해명을 믿지만 말 속에 분노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연정 카드
중원 흔들다

자신의 친정인 민주당에서까지 비난 행렬에 동참하자 안 지사는 사과로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안 지사는 “어떤 분의 말씀이라도 그 말의 액면가대로 선의를 받아들여야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것이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른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것은 아무래도 많은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선의 발언으로 안 지사는 일격을 받았다. 설 이후 급등했던 지지율도 주춤했다. 알고 보면 보수층을 겨냥하다 악수를 둔 ‘선의’ 발언은 앞서 ‘대연정’ 발언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2일 안 지사는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가진 기자간담회서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반대 진영의 사람들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함께 국가의 목표를 합의할 때 국민들이 지금 요구하고 있는 시대적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은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다만 중도와 보수층의 지지율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앞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그는 “이전 정부의 협상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해 민주당 지지자들을 당혹케 했다.

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서 열린 관훈 토론회서 안 지사는 ‘자유한국당이 개혁과제에 동의하면 손을 잡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새누리당이든 한국당이든 당의 강령집은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다. 서로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심지어 여당일 때 (특정 의견을) 주장하고, 야당이 되면 이를 반대한다. 서로 싸우기 위한 행동”이라며 “협치와 대화의 능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헌법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중도와 보수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며 중원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는 대선 출마 초기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혹은 ‘차차기 주자’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이재명 성남시장에 가려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도 보수층을 아우르는 발언과 동시에 문 전 대표와 각 세우기가 지지율 상승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타 대선주자들이 주춤한 사이 새로운 화두를 계속해서 던진 점도 그의 상승을 견인했다. 안 지사의 메시지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퇴 이후 갈 곳을 잃은 중원 민심을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지율 급상승 단숨 2위 자리 꿰차
대연정 카드 먹혔다 ‘노풍’ 재현?

현 안 지사만큼 ‘문재인 대세론’을 강하게 위협한 존재는 아직까지 없었다. 다만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 최종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지지율이 60%를 육박하는 문재인이라는 벽을 넘어야만 한다. 현재 안 지사의 당내 지지율은 20% 중반에 머물러 있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경선을 앞둔 시점부터는 전체 지지율이 아닌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율이 중요하다”며 “당 지지자들의 60% 이상은 여전히 문 전 대표를 지지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 역전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문 전 대표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안 지사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지난 20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는 33%, 안 지사는 20.4%를 기록했다. 호남 지지율은 문 전 대표 32%, 안 지사 21.1%를 나타냈다. 대전·충청 지지율은 문 전 대표 30%, 안 지사 32.2%를 보였다.

결국엔 호남
노무현 DNA?

단순 지지율만 놓고 보면 안 지사는 2월 첫째 주부터 지지율이 수직상승했고, 문 전 대표는 30%의 지지율을 지킨 모양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호남 민심이다. 호남서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와 10% 이상 격차를 벌리며 우세를 보이고 있다.
 

안 지사의 호남 지지율은 본인의 전체 지지율과 동반 상승했지만 문 전 대표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그 어느 지역보다 호남이 중요한 이유는 대선의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야권이 승리한 대선을 보면 호남의 강자가 최종 대권을 차지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면치 못했다. 본격적으로 경선이 시작되자 예상 밖으로 호남민심은 노 후보를 향했고, 호남서 승리했다. 결국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최종 경선서 승리한 그는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각종 여론지표상 안 지사는 대전·충남·TK, 5060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전체 지지율 상승과 당내 지지율 극복도 중요한 문제지만 호남서의 지지율 상승이 급선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 경선이 호남에서 처음 치러진다는 점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자칫 경선 초반에 문 전 대표에게 승기를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중도 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지사가 호남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복안은 무엇일까.

야권의 적통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자 최적의 묘수로 꼽힌다. 안 지사는 지난 11일 1박2일 코스로 호남행에 나섰다. 그는 ‘노풍’의 진원지인 광주를 방문했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국립 5·18민주묘역을 방문해 방명록에 “꺼지지 않는 횃불 5·18”이라고 적으며 광주민심을 향한 구애를 펼쳤다.

‘안희정을 지지하는 사람들’ 행사에 참석한 그는 “야당의 역사는 당내 주류 선거판에 소수자로서 도전한 김대중의 40대 기수론과 2002년 이인제 대세론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던 노무현의 도전·역전의 역사였다”며 “그런 민주당의 DNA와 역사로 2017년 새로운 기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안 지사의 품성이 선거 공학적 계산이나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며 “보름 전 호남 방문 때 나타난 ‘안희정 지지세’를 재확인하고 그 기세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자구도 우세
양자구도 만들기


아울러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대일 구도를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정치권은 민주당 경선서 강력한 양자대결 구도를 형성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안 지사 측은 “문 전 대표와 양강구도를 강화하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지세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당 경선은 당원과 국민이 1인 1표씩 행사하는 1차 투표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러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안 지사 측은 내친김에 지지율을 끌어오려 1차에서 승부를 보자는 생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결코 불가능한 주장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는 모든 3자 대결서 지지율이 50%가 넘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의 3자 대결서 안 지사는 51.4%를 얻었다. 안 전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의 3자 대결서도 55.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3자 대결서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확장성 측면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 비해 우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내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지사 지지 선언을 준비하는 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비문(비 문재인)계 한 초선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대권 경쟁서 앞서 나가면서 경선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의원들이 많았는데 현재는 안 지사를 지지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도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문의가 많이 온다”며 “합류를 타진하는 인사가 꽤 있다”고 귀띔했다.

비문계 리더급 인사들 중 일부도 안 지사 지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4일 비문계 의원 20여명이 모인 자리서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안희정은 초기 노무현, 문재인은 말기 노무현이라는 얘기가 젊은이들 사이서 돈다고 하더라”며 안 지사에 대해 긍정 평가했다.

TK·충남 이겼는데…당내 경선 힘들다?
김종인·박영선 돕나? 지사직 내놓고 배수진

이어 “현재 민주당은 다양한 목소리와 비판에 대해 입을 막고 있다”며 “이래서는 수권정당이 되기 어렵고, 정권을 잡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문재인 대세론’에 의해 당내 경선의 역동성 약화와 내부 분위기 경직을 꼬집은 셈이다.

안희정 캠프 총괄본부장인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22일, 안 지사와 김 전 대표의 관계에 대해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김 전 대표의 의견을 많이 듣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깊이 지원해 줄 지 여부에 대해서는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에게 우호적이고 호의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4선 중진 비문계 박영선 의원도 안 지사 공개 지지를 긍정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의원의 한 측근은 “박 의원이 애초 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안 지사가 선대위 없는 당 중심의 선거를 강조하면서 어떤 식으로 지원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지사 측이 박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첫 순회 경선지인 호남 지역 내 박 의원의 높은 인지도와 지지 기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도지사직 사퇴 카드를 꺼내 반전 계기를 도모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지사직을 사퇴할 경우 배수진 효과로 인해 문 전 대표를 추월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충남도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공세도 안 지사의 지사직 유지를 힘들게 하고 있다.

충남 홍성의 한 도의원은 임시회 본회의서 “많은 도민이 도정공백으로 인한 도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있다”며 “210만 도민은 지사의 권력 욕심을 채우기 위한 소모품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면 안 지사가 도정을 챙기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지사 측은 지사직 사퇴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안 지사 캠프의 한 인사는 “다음 대선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서 도지사직 사퇴 여부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경선 일정을 보고 만약 사퇴해야 한다면 도민과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사직 내놓고
판 뒤엎는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지사의 향후 대권 가도에 대해 “만약 중도 보수층에 더 어필이 돼 지지도가 25%를 돌파한다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며 “다만 민주당 경선 참여 의향 자체를 조사해보면 안 지사의 경선 지지층이 낮기 때문에 하락 국면도 배제키 어렵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희정 캠프에 누가 있나?

한때 '좌희정 우광재'라 불렸을 만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함께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꼽힌다. 최근 대선주자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안 지사의 캠프 사람들도 자연스레 노무현 사람들로 꾸려졌다. 크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출신 인사와 충남지사 선거 캠프 때 함께했던 민주당 소속 인사 등 두 부류로 나뉜다.

참여정부 출신으로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초대감사를 맡은 수도권 3선의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안 지사 대선 캠프의 총괄본부장 겸 좌장을 맡고 있다. 서갑원 전 의원과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도 여기에 합류했다.

안 지사와 30년 정치적 동지로 알려진 이 전 강원도지사도 외곽에서 안 지사를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 염동연 전 사무총장은 실무를 맡고 있다. 원조 친노로 불리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캠프 실무총괄실장을 맡고 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메시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 윤 전 대변인에게 총괄본부장을 맡겼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밖 인사로는 주로 안 지사의 학생운동이나 충남지사 선거를 도왔던 인물들이 참여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홍보를 맡고 있고,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조직, 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대변인은 안 지사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박수현 전 의원이 맡았다. 공보특보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대표실 부실장을 역임한 김진욱 전 부대변인이 맡고 있다. 안 지사의 정책은 조승래 의원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의원과 전문가그룹이 담당하고 있다.

경제 멘토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경제사령탑을 맡은 바 있는 이헌재 전 부총리와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이 맡고 있다. 이 밖에 외교·안보는 김흥규 아주대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이 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안 지사의 사드 배치 합의 존중 발언은 김 소장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외곽에서는 안 지사의 싱크탱크(정책입안자) 역할을 하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소속 인사들이 지원사격 중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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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