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안희정 ‘노짱’ 프로젝트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27 11:26:05
  • 호수 1103호
  • 댓글 0개

호남선 타고 차령산맥 넘어 중원을 장악하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상승세가 매섭다. 한 달여 만에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2위 자리를 꿰차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대연정’ 카드를 내세우며 중도·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자연스레 문 전 대표로 흐를 것으로 보였던 당내 경선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일요시사>는 ‘제2의 노무현’을 꿈꾸는 안 지사의 대역전 카드를 살펴봤다.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곤욕을 치렀다. 지난 19일 부산대학교서 열린 강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들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고 말하면서부터다. 국정 농단의 최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안 지사와 각을 세우지 않던 민주당 문 전 대표도 “해명을 믿지만 말 속에 분노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연정 카드
중원 흔들다

자신의 친정인 민주당에서까지 비난 행렬에 동참하자 안 지사는 사과로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안 지사는 “어떤 분의 말씀이라도 그 말의 액면가대로 선의를 받아들여야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것이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른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것은 아무래도 많은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선의 발언으로 안 지사는 일격을 받았다. 설 이후 급등했던 지지율도 주춤했다. 알고 보면 보수층을 겨냥하다 악수를 둔 ‘선의’ 발언은 앞서 ‘대연정’ 발언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2일 안 지사는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가진 기자간담회서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반대 진영의 사람들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함께 국가의 목표를 합의할 때 국민들이 지금 요구하고 있는 시대적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은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다만 중도와 보수층의 지지율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앞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그는 “이전 정부의 협상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해 민주당 지지자들을 당혹케 했다.

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서 열린 관훈 토론회서 안 지사는 ‘자유한국당이 개혁과제에 동의하면 손을 잡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새누리당이든 한국당이든 당의 강령집은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다. 서로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심지어 여당일 때 (특정 의견을) 주장하고, 야당이 되면 이를 반대한다. 서로 싸우기 위한 행동”이라며 “협치와 대화의 능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헌법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중도와 보수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며 중원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는 대선 출마 초기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혹은 ‘차차기 주자’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이재명 성남시장에 가려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도 보수층을 아우르는 발언과 동시에 문 전 대표와 각 세우기가 지지율 상승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타 대선주자들이 주춤한 사이 새로운 화두를 계속해서 던진 점도 그의 상승을 견인했다. 안 지사의 메시지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퇴 이후 갈 곳을 잃은 중원 민심을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지율 급상승 단숨 2위 자리 꿰차
대연정 카드 먹혔다 ‘노풍’ 재현?

현 안 지사만큼 ‘문재인 대세론’을 강하게 위협한 존재는 아직까지 없었다. 다만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 최종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지지율이 60%를 육박하는 문재인이라는 벽을 넘어야만 한다. 현재 안 지사의 당내 지지율은 20% 중반에 머물러 있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경선을 앞둔 시점부터는 전체 지지율이 아닌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율이 중요하다”며 “당 지지자들의 60% 이상은 여전히 문 전 대표를 지지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 역전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문 전 대표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안 지사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지난 20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는 33%, 안 지사는 20.4%를 기록했다. 호남 지지율은 문 전 대표 32%, 안 지사 21.1%를 나타냈다. 대전·충청 지지율은 문 전 대표 30%, 안 지사 32.2%를 보였다.

결국엔 호남
노무현 DNA?

단순 지지율만 놓고 보면 안 지사는 2월 첫째 주부터 지지율이 수직상승했고, 문 전 대표는 30%의 지지율을 지킨 모양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호남 민심이다. 호남서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와 10% 이상 격차를 벌리며 우세를 보이고 있다.
 

안 지사의 호남 지지율은 본인의 전체 지지율과 동반 상승했지만 문 전 대표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그 어느 지역보다 호남이 중요한 이유는 대선의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야권이 승리한 대선을 보면 호남의 강자가 최종 대권을 차지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면치 못했다. 본격적으로 경선이 시작되자 예상 밖으로 호남민심은 노 후보를 향했고, 호남서 승리했다. 결국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최종 경선서 승리한 그는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각종 여론지표상 안 지사는 대전·충남·TK, 5060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전체 지지율 상승과 당내 지지율 극복도 중요한 문제지만 호남서의 지지율 상승이 급선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 경선이 호남에서 처음 치러진다는 점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자칫 경선 초반에 문 전 대표에게 승기를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중도 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지사가 호남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복안은 무엇일까.

야권의 적통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자 최적의 묘수로 꼽힌다. 안 지사는 지난 11일 1박2일 코스로 호남행에 나섰다. 그는 ‘노풍’의 진원지인 광주를 방문했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국립 5·18민주묘역을 방문해 방명록에 “꺼지지 않는 횃불 5·18”이라고 적으며 광주민심을 향한 구애를 펼쳤다.

‘안희정을 지지하는 사람들’ 행사에 참석한 그는 “야당의 역사는 당내 주류 선거판에 소수자로서 도전한 김대중의 40대 기수론과 2002년 이인제 대세론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던 노무현의 도전·역전의 역사였다”며 “그런 민주당의 DNA와 역사로 2017년 새로운 기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안 지사의 품성이 선거 공학적 계산이나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며 “보름 전 호남 방문 때 나타난 ‘안희정 지지세’를 재확인하고 그 기세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자구도 우세
양자구도 만들기


아울러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대일 구도를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정치권은 민주당 경선서 강력한 양자대결 구도를 형성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안 지사 측은 “문 전 대표와 양강구도를 강화하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지세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당 경선은 당원과 국민이 1인 1표씩 행사하는 1차 투표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러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안 지사 측은 내친김에 지지율을 끌어오려 1차에서 승부를 보자는 생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결코 불가능한 주장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는 모든 3자 대결서 지지율이 50%가 넘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의 3자 대결서 안 지사는 51.4%를 얻었다. 안 전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의 3자 대결서도 55.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3자 대결서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확장성 측면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 비해 우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내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지사 지지 선언을 준비하는 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비문(비 문재인)계 한 초선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대권 경쟁서 앞서 나가면서 경선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의원들이 많았는데 현재는 안 지사를 지지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도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문의가 많이 온다”며 “합류를 타진하는 인사가 꽤 있다”고 귀띔했다.

비문계 리더급 인사들 중 일부도 안 지사 지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4일 비문계 의원 20여명이 모인 자리서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안희정은 초기 노무현, 문재인은 말기 노무현이라는 얘기가 젊은이들 사이서 돈다고 하더라”며 안 지사에 대해 긍정 평가했다.

TK·충남 이겼는데…당내 경선 힘들다?
김종인·박영선 돕나? 지사직 내놓고 배수진

이어 “현재 민주당은 다양한 목소리와 비판에 대해 입을 막고 있다”며 “이래서는 수권정당이 되기 어렵고, 정권을 잡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문재인 대세론’에 의해 당내 경선의 역동성 약화와 내부 분위기 경직을 꼬집은 셈이다.

안희정 캠프 총괄본부장인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22일, 안 지사와 김 전 대표의 관계에 대해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김 전 대표의 의견을 많이 듣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깊이 지원해 줄 지 여부에 대해서는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에게 우호적이고 호의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4선 중진 비문계 박영선 의원도 안 지사 공개 지지를 긍정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의원의 한 측근은 “박 의원이 애초 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안 지사가 선대위 없는 당 중심의 선거를 강조하면서 어떤 식으로 지원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지사 측이 박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첫 순회 경선지인 호남 지역 내 박 의원의 높은 인지도와 지지 기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도지사직 사퇴 카드를 꺼내 반전 계기를 도모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지사직을 사퇴할 경우 배수진 효과로 인해 문 전 대표를 추월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충남도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공세도 안 지사의 지사직 유지를 힘들게 하고 있다.

충남 홍성의 한 도의원은 임시회 본회의서 “많은 도민이 도정공백으로 인한 도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있다”며 “210만 도민은 지사의 권력 욕심을 채우기 위한 소모품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면 안 지사가 도정을 챙기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지사 측은 지사직 사퇴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안 지사 캠프의 한 인사는 “다음 대선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서 도지사직 사퇴 여부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경선 일정을 보고 만약 사퇴해야 한다면 도민과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사직 내놓고
판 뒤엎는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지사의 향후 대권 가도에 대해 “만약 중도 보수층에 더 어필이 돼 지지도가 25%를 돌파한다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며 “다만 민주당 경선 참여 의향 자체를 조사해보면 안 지사의 경선 지지층이 낮기 때문에 하락 국면도 배제키 어렵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희정 캠프에 누가 있나?

한때 '좌희정 우광재'라 불렸을 만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함께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꼽힌다. 최근 대선주자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안 지사의 캠프 사람들도 자연스레 노무현 사람들로 꾸려졌다. 크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출신 인사와 충남지사 선거 캠프 때 함께했던 민주당 소속 인사 등 두 부류로 나뉜다.

참여정부 출신으로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초대감사를 맡은 수도권 3선의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안 지사 대선 캠프의 총괄본부장 겸 좌장을 맡고 있다. 서갑원 전 의원과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도 여기에 합류했다.

안 지사와 30년 정치적 동지로 알려진 이 전 강원도지사도 외곽에서 안 지사를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 염동연 전 사무총장은 실무를 맡고 있다. 원조 친노로 불리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캠프 실무총괄실장을 맡고 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메시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 윤 전 대변인에게 총괄본부장을 맡겼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밖 인사로는 주로 안 지사의 학생운동이나 충남지사 선거를 도왔던 인물들이 참여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홍보를 맡고 있고,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조직, 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대변인은 안 지사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박수현 전 의원이 맡았다. 공보특보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대표실 부실장을 역임한 김진욱 전 부대변인이 맡고 있다. 안 지사의 정책은 조승래 의원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의원과 전문가그룹이 담당하고 있다.

경제 멘토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경제사령탑을 맡은 바 있는 이헌재 전 부총리와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이 맡고 있다. 이 밖에 외교·안보는 김흥규 아주대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이 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안 지사의 사드 배치 합의 존중 발언은 김 소장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외곽에서는 안 지사의 싱크탱크(정책입안자) 역할을 하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소속 인사들이 지원사격 중이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