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90년대 아이유’ 양 파

“아이유가 훨씬 완성도 있고 더 예쁘죠”

가수 양파가 4년 만에 돌아왔다. 화려하게 데뷔해 주목받던 10대를 지나 연이은 악재를 힘겹게 견디고 이겨야 했던 20대를 보내고 30대로 돌아온 양파는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하루가 멀다고 아이돌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실력파 가수 양파의 복귀는 대중들 뿐 만 아니라 후배 가수들도 반색을 표하고 있다.


더욱 성숙한 외모처럼 앨범 이름도 ‘엘레지 누보(Elegy Nouveau)’다. ‘새로운 엘레지’ ‘최신의 엘레지’라는 의미다. 원래 엘레지는 비탄의 감정을 표현한 슬픈 노래를 뜻한다. 우리에게는 ‘한(恨)을 담은 한국 전통가요’가 한국적 엘레지다. 이미자?심수봉 등 엘레지 가수의 계보를 이어 지금 세대의 엘레지를 담당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 내 음악적 노선을 보여주는 단어예요. 데뷔했을 때 가수 선배님들이 ‘너의 목소리에는 뽕끼가 충만하다’고 말해주셨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싫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보이스를 가지고 있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게 됐어요. 30대에 접어들면서 클래식한 음악이 좋아졌어요.”

타이틀 곡 ‘아파 아이야’는 휘성이 작사를, 유명작곡가 김도훈이 멜로디를 붙인 노래. 여기에 양파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이스가 더해져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어렸을 때 내 취향인 록과 나의 운명적인 뽕끼를 함축한 곡이에요. 과거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젊게 표현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오랜만에 나왔는데 아이돌 음악과 확연히 다른 뭔가를 보여줘야겠죠.”

그녀는 이번 음반의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작업에 직접 참여하며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뽐냈다. ‘그 때 그 사람’과 ‘본 아뻬띠’를 작사 작곡했다. ‘너라면 좋겠어’의 노랫말도 썼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선보인 셈이다. 앞서 양파는 티아라의 ‘왜 이러니’와 지나의 ‘블랙 앤드 화이트’의 가사를 쓰며 그 실력을 이미 인정받았다.

앨범 ‘엘레지 누보’ 발표…기획부터 마무리까지 직접 참여
두 번의 긴 공백기…“좀 더 큰그릇으로 만들어준 운명”


“일단 음악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돼서 여러 시도를 많이 해 봤어요. ‘그 때 그 사람’은 심수봉 선생님의 ‘그 때 그 사람’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곡이고, 비스트의 윤두준과 함께 한 ‘본 아뻬띠’는 사랑스런 러브송이에요. 제가 자주 선보였던 팝 발라드(‘아파 아이야’)도 수록했죠. 작사 작곡에 비중을 두는 건 제 어렸을 때부터의 목표였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계속 하는 것이죠. 팬들이 있기에 제가 있는 거잖아요.”

양파는 고 2때 데뷔 앨범을 80만 장 이상 팔아치우며 대형 스타의 탄생을 알렸지만 이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2001년 4집 이후 전속계약 문제로 6년의 공백을 보냈다. 새 출발을 다짐한 회사가 경영 악화로 무너지면서 또다시 뜻하지 않은 4년의 공백을 보내야 했다.

“지금에야 생각하면 처음 6년의 공백은 저를 좀 더 큰그릇으로 만들어준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일들을 겪게 되는 것도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죠. 어릴 때부터 과대평가됐고요. 팬들은 저를 비운의 가수라고도 하는데 이 정도면 운발 좋은 거 아닌가요.” (웃음)

양파는 요즘 ‘90년대 아이유’라 불리기도 한다. 양파라는 이름은 어린 세대들에겐 체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19세의 나이에 데뷔해 당시 가요계를 발칵 뒤흔들어 온갖 차트를 석권한 양파는 이후 내놓는 노래마다 히트, 국내 최고 여성보컬로 이름을 날렸다.

“일단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해요. 가장 핫한 트렌드에 부합될 수 있는 게 참 고마워요. 사실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아이유가 당시의 나보다 훨씬 더 완성도 있고 외모도 예뻐요.”

이제 어느덧 30대 초반이 된 양파. 지금의 그녀에겐 시련이라 할 수 있는 과거의 시간들까지도 오히려 약이 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귀중함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양파는 티아라, 남녀공학, 다비치, 황정음 등이 소속된 코어콘텐츠미디어에 몸담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96년에 나오자마자 인기를 얻었어요. 그 때의 저를 돌이켜 보면, 밖에서 저를 어떻게 보고 평가하는 가에 너무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그러니 조급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음악을 평생 할 것이고, 그러려면 스스로에 부끄럽지 않게 한 땀 한 땀 떠가는 게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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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