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마늘밭 검은돈 발견 뒷이야기

불법 도박자금 어떻게 조성됐나?

최근 억대 현금 돈 뭉치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지난 2월, 개인 물품보관소에서 10억 박스가 발견된 데 이어 지난 11일 김제 마늘밭에서는 5만원권 돈 뭉치 총 110억원이 발견돼 충격을 줬다. 물가상승과 전세값 대란 등 서민 경제는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데 불법적으로 단기간에 벌어들인 액수가 수십, 수백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자 서민들 가슴에는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생채기만 남기고 있다. 최소 17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 김제 마늘밭 돈 뭉치 주인 형제의 불법 도박자금 조성 방법을 캐봤다.


처남이 맡겨놓은 돈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 묻어뒀던 이모(53)씨가 숨긴 자금이 총 110억78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씨는 처남 이씨 형제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로 벌어들인 돈을 맡았다가 그 중 일부를 개인용도로 사용, 이 사실을 감추려다 경찰이 이를 의심하면서 돈의 검은 정체가 드러났다. 

2년간 170억원 수익

전북 김제경찰서는 11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이씨의 마늘밭 주변을 수색해 불법 은닉자금 110억7800만원을 발견했고, 이씨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돈은 이씨의 처남 형제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땅에 묻은 불법 도박수익금은 큰 처남으로부터 2010년 6월부터 10차례에 걸쳐 건네받았으며, 큰 처남은 이후 종적을 감춰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다. 작은 처남은 도박장 개장 혐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 다음달 출소 예정이다.

이씨 형제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것은 2년. 그렇다면 2년 동안 1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일까.

처남 돈 손댔다가 110억원 국고행 
파도 파도 또 나와 "화수분 따로없네"


경찰에 따르면 형제는 탁월했다. 치밀하게 조직을 구성했고, 곳곳에 바람잡이를 배치해 고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형 이모(48)씨는 모든 사업을 총괄했고, 동생(44)은 부지런히 공항을 오가며 해외 사무실을 관리했다.

이들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최소 17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이번에 김제 마늘밭에서 나온 110억7800만원은 그 일부에 불과했던 것.

이들이 운영한 불법 사이트를 수사한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측은 "이들 형제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도박사이트를 운영했고, 그 사이 거둬들인 현금만 170억원 상당이다"고 밝혔다. 실제 더 많은 돈을 벌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씨 형제는 국내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홍콩과 미국 LA 등지에 서버를 두고 수시로 바꿨다. 중국 칭다오에는 콜센터까지 개설해 고객의 불만사항을 접수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나머지 60억원은?

이들이 고용한 30여명의 직원 중 일부는 도박사이트의 빈 방에 들어가 손님과 같이 게임을 즐겼다. 이용자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동시에 바람을 잡는 역할을 한 것.

이씨 형제가 제공한 도박은 카드게임의 일종인 바둑이와 맞고 등이었다. 배팅에 상한액이 없어 판돈은 계속 커졌고, 보통 동시 접속자수가 수백명에 달했다. 이용자들이 현금을 입금하면 게임머니로 바꿔줬고, 게임머니 환전 대금만 1540여억원에 달했다.

이들이 벌어들인 170억원은 게임 수수료였다. 게임마다 판돈의 일정액을 회사가 가져가는 방식.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게임마다 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이씨 형제의 도박사이트가 회원을 모집하는 장면을 포착해 내사에 들어갔다. 이에 형 이씨는 재빨리 눈치 채고 돈을 빼돌린 동시에 종적을 감췄으며 현재도 수배 상태다. 동생은 2개월의 도피생활을 하다가 2009년 4월7일 경찰에 붙잡혔고,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며 내달 출소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이 추산한 범죄 수익금은 최소 170억원으로 발견된 110억을 제외하도고 60억 가량이 오리무중인 상태다.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경찰이 밝힌 범죄수익금이 170억원일 뿐 실제 수익금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또 반대로 실제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돈이 더 적은 액수였을 수도 있다.

많은 직원을 부리고 있어 인건비 지출도 적지 않았을 것이고 2년간 생활비로도 꽤나 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형 이씨가 종적을 감춘 상태에서 이씨가 도피자금으로 숨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마늘밭에서 돈을 발견한 누군가가 일부를 몰래 파갔을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고 있다. 밭주인 이씨가 7억원이 사라졌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 경찰 수사 착수 직후 누군가 훔쳐간 돈의 일부를 되돌려 놓은 것으로 보이는 3억원짜리 돈뭉치가 마늘밭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와 관련 다음 달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동생 이씨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고, 마늘밭에 돈을 묻은 이씨의 매형의 진술마저 오락가락 하고 있어 60억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