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 없는’ 손학규 복잡한 로드맵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31 11:56:27
  • 호수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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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세 줄타기 결말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의 움직임에 정가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의당 합류와 ‘제3지대’ 구축을 저울질하면서 대선 국면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독자세력화에 방점을 찍었다. 앞으로 그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식서 “새 정권은 시대의 움직임을 깨닫고, 국가운영의 능력을 가진 유능한 개혁가가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당분간 독자?

국민주권개혁회의는 손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결사체다. 손 전 대표는 이 자리서 “대한민국 경제는 성장엔진이 꺼졌다. 총체적 위기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안은 새로운 정치경제시스템, 즉 제7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개헌을 매개로 한 독자세력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앞서 손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정계복귀 과정서 새판짜기를 언급했다. 복귀와 동시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그가 정치권에 던진 화두는 ‘최순실 게이트’에 묻히고 말았다.

이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새누리당이 분열을 거치면서 정국은 소용돌이쳤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가 특검에 넘어갔고, 탄핵심판을 앞두면서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조기 대선으로 흘렀다.


문재인-반기문 양강구도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제3지대의 확장성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연일 손 전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민주당 전해철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손 전 대표가 “민주당의 패권세력은 새누리당 세력과 더불어 구체제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정략적이고 왜곡된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손 전 대표가 개헌과 함께 대통령 임기단축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단지 개헌 외에는 어떤 정치적 명분도, 지향과 목표도 각기 다른 세력이 모여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면서 “개헌 그 자체가 정권 창출의 목적이나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에는 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손 전 대표에게 정계은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자신의 SNS에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정치 일선에서 은퇴해주십시오”라며 “더 이상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시키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올렸다.

특히 친문(친 문재인)계는 손 전 대표의 대권행보를 견제하고 나섰다. 손 전 대표의 행보가 민주당 정권교체 플랜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아울러 친문계를 ‘패권세력’으로 규정한 손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발로도 보인다.
 

친문계와 다르게 국민의당은 연일 손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22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광주를 방문한 자리서 손 전 대표에 대해 “손 대표는 경선만 같이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선거 이후 정부구성까지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합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서 차기 정부에 대한 생각까지 교류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손 전 대표를 향해 “국민의당으로 오셔야 할 첫 번째 분”이라며 연대를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독자세력화 방점
‘국민의당? 제3지대?’ 새판짜기 시작된다?

그는 “우리 두 사람은 2011년,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로서 ‘분당대첩’을 만들었다”며 “당시 손 대표는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강원도 인제서 출마했던 것처럼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함께 승리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손 전 대표는 국민의당 입당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최근에는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국내에 복귀한 반기문 전 총장도 손 전 대표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지난 23일 반 전 총장 측 이상일 전 의원은 “손학규 전 대표가 추구하시는 여러 지향점이 반 전 총장과 같은 점이 꽤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분이 만났을 때 허심탄회하게 우리 정치문제, 사회문제에 대해 얘기 나누실 거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의 구애 속에 손 전 대표는 독자세력화를 천명하면서 몸값 올리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구체적인 연대엔 선을 그으면서 ‘국민의당 입당’과 ‘제3지대’를 저울질하고 있다. 우선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입당할 경우 안 전 대표와의 경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에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한 상황에서 국민의당은 표 확장성을 늘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합류는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의 룰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킹메이커가 아닌 킹을 노리는 손 전 대표 입장에선 국민의당 합류로 안철수 킹메이커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거부한 뒤 어떤 스탠스를 취하게 될까. 정가는 ‘김종인·손학규·정운찬’ 3자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 구축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우선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비문(비 문재인)계의 수장으로 친문패권주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회의 대표적 개헌론자로서 손 전 대표와 뜻이 맞다는 점도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을 높인다. 외곽서 몸을 풀던 정운찬 전 총리의 가세도 제3지대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지난 19일 정 전 총리는 <우리가 가야 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라는 저서 출판기념회서 “대한민국을 동반성장국가로 만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모든 준비를 끝냈다. 부족하지만 제가 앞장서겠다”고 말해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동반성장’이라는 기존정책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기존 세력과의 연대가능성을 열어두고 제3지대 합류 가능성도 점쳐진다.

3지대가 답?

정가는 손 전 대표가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손을 잡을 경우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 전 대표가 독자세력화에 나선 만큼 제3지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가 본 트럼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관련해 “우리가 대단히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공식 초청받아 지난 19일 출국했던 손 전 대표는 지난 22일 귀국했다. 그는 주권회의 창립대회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 보호무역주의 메시지가 워낙 강했다”고 평했다.

“소름 끼쳤다”

그는 “아시아 사람들도 거의 우리만 있었고 몇 사람 없었다”면서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자국 중심주의로 똘똘 뭉칠 것으로 보느냐’는 손 전 대표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세계화의 물결은 어느새 자국보호주의로 대체되고 있다. 한미동맹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한미 간의 무역마찰이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내외적으로 절벽에 갇힌 꼴이 됐다”고 진단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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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