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대담> 독해진 안희정 충남도지사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0:06:22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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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드디어 칼을 물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페이스메이커’ ‘차차기 주자’로 통하는 젊은 정치인이 있다. 바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근 들어 그는 연일 여야 대권잠룡들에게 맹공을 퍼부으면서 페이스메이커와 차차기 주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울러 수려한 외모와 단호한 어법으로 대중들의 마음도 휘어잡고 있다. 다만 지지율 정체 국면은 그가 풀어야할 숙제다. 올해 대선에서 그가 과연 청와대 문을 열 수 있을까.

안희정 지사는 충남도지사 연임에 성공하며 단번에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정치권의 화두인 ‘충청대망론’의 바람을 타고 대한민국을 이끌 꿈을 꾸고 있다. <일요시사>는 올해 대선에서 야권의 히든카드로 꼽히는 안 지사의 대권플랜을 들어봤다. 다음은 안 지사와의 일문일답.

- 대선을 앞두고 충남도민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존경하는 충남도민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 정유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해입니다. 우리나라는 급변하는 안보·외교 환경과 국내외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이 과제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지난 2010년 선거와 2014년 선거에서 ‘도지사로서 경험과 실적을 쌓아 한 번 성장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제 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 7년 간 도정을 이끌면서 이룬 것은 무엇입니까.
▲ 저는 지역역량 강화를 위해 민선 5기부터 3대 혁신과제를 추진했습니다. 아울러 시대적 과제에 능동적 대처를 위해 3대 행복과제도 마련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내포신도시 활성화, 경제비전2030, 환황해 프로젝트를 추진해 서해안권의 항만·물류·교통망 등을 확충했습니다. 저는 정책현장과 국가 전체의 발전이 조화를 이뤄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왔다고 자부합니다.

-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 청산하지 못한 권위주의가 만든 비극이라고 봅니다. 상명하복·불통·폐쇄성 등 청와대 및 관료집단 내 권위주의 문화와 더불어 정치와 검찰, 정치와 기업의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오늘날까지 대물림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불신과 기회주의가 아직도 우리사회 저변에 자리 잡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특권층의 문화도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태를 낡은 20세기와 완전히 작별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아울러 위대한 국민들이 빛낸 광장의 촛불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교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 수백만 명에 이르는 촛불민심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촛불정신과 시대정신은 국민들이 권력기관에 맡겨 놓은 권력을 되돌려 받겠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역사 속에서 모든 민중 항쟁은 청원운동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국을 밝힌 국민들의 촛불은 청원운동이 아니라 ‘국민주권’ 즉 내가 주인이라고 선언한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비로소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시대로 돌입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안희정과 함께, 혁명>이란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습니까.
▲ <안희정과 함께, 혁명>은 ‘인간 안희정’을 다룬 자전 에세이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동시에 제가 가진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 정치권에 불고 있는 개헌논의에 대한 지사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저는 대통령이 된다면 개헌에 관한 국민적 논의 기구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우선 내각은 의회와 함께 내각중심으로 운영하고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파를 초월한 국정과제에 집중할 것입니다. 집권여당이 더 이상 청와대의 돌격대가 되는 것을 막고 의회의 입법 권한을 예산 계획까지 확대할 것입니다. 이미 저는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에 있는 충남서 지방정부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이 가능성을 실험해왔습니다.

문재인과 각세우기…연일 정치권 맹공
수려한 외모·단호한 어법…충청대망론 기수

- 반 총장과 함께 충청대망론의 기수로 꼽힙니다. 반 총장과 차별화된 전략이 있으십니까.
▲ 대통령은 영남·호남·충청의 지역적 대표성만 가지고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저는 김종필 총재, 이회창 총재 등 우리 충청도를 대표했던 선배정치인들의 좌절과 비애를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지역주의 정치로는 충청도가 절대 1등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연고에 입각해 정치하는 것을 국민들은 바라지 않습니다. 국민의 삶과도 맞지 않습니다. 저는 도지사 선거에서 도민 여러분께 늘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한민국 지도자로 성장해 보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저는 제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 더민주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 현존하는 정치인 중 가장 신뢰하는 선배입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고, 인품도 훌륭해 국민들의 높은 지지와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도 저만의 포부가 있고 저의 도전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사랑과 지지는 늘 널리 퍼져 있습니다. 입후보한 사람들은 자기의 소신과 비전을 밝히면 된다고 봅니다. 최종 결정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 다른 대선 후보들과 비교해서 안 지사님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시대마다 요구하는 리더십은 다릅니다. 촛불광장서 국민들은 낡은 20세기 체제와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을 명령했습니다. 저는 지난 두 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안녕 박정희, 안녕 박근혜’를 외치며 낡은 20세기와의 결별을 외쳤습니다.

아울러 지역주의, 이념갈등, 패거리 정치와 결별하며 안희정 만의 정치를 보여 왔습니다.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기 위해 국민들의 힘을 모으고 시대교체의 과제를 실천할 사람은 제가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 남경필 경기지사와 공약연대를 선언하셨습니다. 동시에 수도 이전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 핵심은 미완성 상태인 세종시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세종시는 성능을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미완성 상태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착수한 이후 행정수도는 관습법 논란과 세종시 수정안 파동을 겪으며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세종시는 출범 4년차를 맞이했지만 정부 부처의 3분의 2만 이전한 상황입니다. 청와대, 국회 등 정치권력은 물론 외교부 국방부 등 외치기관까지 아직 서울에 남아 있습니다. 돈과 권력이 서울에 다 모여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정치행정과 경제 권력의 분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와 청와대라는 상징적인 기관이 이전하면 실질적으로 정치과 경제가 분리돼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우리나라는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견지해야할 외교적 자세는 무엇입니까.
▲ 이제까지 대한민국 안보·외교·통일 전략은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전략적 플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부상, 헤게모니를 놓칠 수 없는 미국,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핵 미사일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제1과제는 안보·외교·통일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일입니다. 여기에 다른 이념이나 정파적 계산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야당 동의가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대북정책이든 G2 체제에서 안보·외교 전략이든 우리는 통일된 국론을 모으기 위해 현명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 ‘정경유착’ ‘정언유착’ 등 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 부와 권력의 쏠림을 막고, 사람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점점 더 부의 대물림과 교육의 대물림이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에게 과도한 권력과 부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권력과 부를 분산시켜야 합니다.

권력이 민주적 통제 하에 감시를 받도록 하고 부의 분배와 재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는 경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직업이 무엇이든, 교육정도에 상관없이 국민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공정한 사법 질서와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페이스메이커‧차차기?…"목표는 올해!"
“촛불민심 받들어 정권교체에 앞장”

- 지사님께서는 현재 문재인-반기문 양자구도로 흐르고 있는 대선판을 뒤집을 카드가 있으십니까.
▲ 역사·시대가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신인이라고 한다면 짧을 수 있겠지만, 지방정부 운영과 평생을 국민의 안위를 위해 걸어온 저의 삶에 근거해 새로운 기적을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국민들께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탄핵문제에 집중해 주셨습니다.


이제 다음 정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에 대해 각 당이 경선 절차에 돌입해야만 어떤 후보를 고를지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 현재의 지지율은 참고사항을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정될 수 있는 어떤 결정적 구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올해 대선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십니까.
▲ 그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시대를 교체하라는 촛불광장의 민심을 받들면 됩니다. 그러나 야당이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 명령은 야권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시대교체를 하라는 것입니다.

작은 이익에 집착해 야권을 분열시키고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입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개헌론, 반문연대, 제3지대론의 꼼수에 대해 국민들은 그 본의를 알고 있습니다. 결코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야권은 오직 촛불광장의 민심을 받들어 힘 모아 정권교체, 시대교체에 앞장서야 합니다.

- 지사님께서는 명분 없는 정치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셨습니다. 지사님이 생각하는 명분있는 정치란 무엇입니까.
▲ 대의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단결을 하거나 반문연대, 비문연대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대의명분이 분명해야 합니다. 경기에 이기기 위해 이합집산하는 것은 좋은 정치가 아닙니다. 누구와 힘을 모으고 단결하려면 그 단결이 국민들이 볼 때 어떠한 공익의 가치를 가지고 단결하는 것인지 분명해야만 좋은 정치가 될 수 있습니다.

- 안 지사님께서는 손학규 전 고문에게 정계 은퇴를 촉구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원칙과 상식이라는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벗어난 행보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특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손학규 전 대표의 정치 행보는 원칙과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거스른다면 이는 촛불민심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을 기회로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 일각에서는 안 지사님께서 더민주 잠룡 중 ‘표 확장성’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저는 끊임없이 ‘안희정표 통합정치’를 주창해 왔습니다.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실천해 왔습니다. 안희정의 승리가 아니라 당의 승리,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되자고 주장했고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바로 이것의 저의 전략입니다. 승자와 패자, 내편과 네편을 나누는 정치가 아니라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정권 교체를 이룰 것입니다.


- 지사님께서 바라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입니까.
▲ 억울한 일 없고 안전하며 풍요를 누리는 나라입니다. 국가는 세 가지만 잘하면 됩니다. 첫째, 국민들이 돈 없고 배경이 없다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둘째,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안전한 나라가 돼야 합니다.

셋째,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물적 토대가 갖춰지고, 창의와 노력으로 마음껏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면 국민들은 엄청난 힘을 분출할 것이며 대한민국이 새로운 도약을 하도록 만들어 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설을 맞아 일요시사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는 새해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국민들께 말씀 드리고 선택을 받겠습니다. 지난 7년간의 도정을 통해 충남 도민들의 신뢰를 받고 충분히 능력을 보여드렸습니다. 촛불 민심의 명령에 따라 낡은 20세기를 끝내고, 시대교체를 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저의 포부를 자세히 설명 드리고 선택 받고 싶습니다.
 

<shs@ilyosisa.co.kr>

 

[안희정 도지사는?]

▲고려대학교 철학 학사
▲노무현 대통령후보 비서실 정무팀장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
▲민주당 최고위원
▲제36대 (민선5기) 충청남도지사
▲제37대 (민선6기) 충청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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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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