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대담> 독해진 안희정 충남도지사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0:06:22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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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드디어 칼을 물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페이스메이커’ ‘차차기 주자’로 통하는 젊은 정치인이 있다. 바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근 들어 그는 연일 여야 대권잠룡들에게 맹공을 퍼부으면서 페이스메이커와 차차기 주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울러 수려한 외모와 단호한 어법으로 대중들의 마음도 휘어잡고 있다. 다만 지지율 정체 국면은 그가 풀어야할 숙제다. 올해 대선에서 그가 과연 청와대 문을 열 수 있을까.

안희정 지사는 충남도지사 연임에 성공하며 단번에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정치권의 화두인 ‘충청대망론’의 바람을 타고 대한민국을 이끌 꿈을 꾸고 있다. <일요시사>는 올해 대선에서 야권의 히든카드로 꼽히는 안 지사의 대권플랜을 들어봤다. 다음은 안 지사와의 일문일답.

- 대선을 앞두고 충남도민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존경하는 충남도민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 정유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해입니다. 우리나라는 급변하는 안보·외교 환경과 국내외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이 과제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지난 2010년 선거와 2014년 선거에서 ‘도지사로서 경험과 실적을 쌓아 한 번 성장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제 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 7년 간 도정을 이끌면서 이룬 것은 무엇입니까.
▲ 저는 지역역량 강화를 위해 민선 5기부터 3대 혁신과제를 추진했습니다. 아울러 시대적 과제에 능동적 대처를 위해 3대 행복과제도 마련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내포신도시 활성화, 경제비전2030, 환황해 프로젝트를 추진해 서해안권의 항만·물류·교통망 등을 확충했습니다. 저는 정책현장과 국가 전체의 발전이 조화를 이뤄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왔다고 자부합니다.

-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 청산하지 못한 권위주의가 만든 비극이라고 봅니다. 상명하복·불통·폐쇄성 등 청와대 및 관료집단 내 권위주의 문화와 더불어 정치와 검찰, 정치와 기업의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오늘날까지 대물림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불신과 기회주의가 아직도 우리사회 저변에 자리 잡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특권층의 문화도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태를 낡은 20세기와 완전히 작별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아울러 위대한 국민들이 빛낸 광장의 촛불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교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 수백만 명에 이르는 촛불민심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촛불정신과 시대정신은 국민들이 권력기관에 맡겨 놓은 권력을 되돌려 받겠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역사 속에서 모든 민중 항쟁은 청원운동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국을 밝힌 국민들의 촛불은 청원운동이 아니라 ‘국민주권’ 즉 내가 주인이라고 선언한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비로소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시대로 돌입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안희정과 함께, 혁명>이란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습니까.
▲ <안희정과 함께, 혁명>은 ‘인간 안희정’을 다룬 자전 에세이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동시에 제가 가진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 정치권에 불고 있는 개헌논의에 대한 지사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저는 대통령이 된다면 개헌에 관한 국민적 논의 기구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우선 내각은 의회와 함께 내각중심으로 운영하고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파를 초월한 국정과제에 집중할 것입니다. 집권여당이 더 이상 청와대의 돌격대가 되는 것을 막고 의회의 입법 권한을 예산 계획까지 확대할 것입니다. 이미 저는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에 있는 충남서 지방정부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이 가능성을 실험해왔습니다.

문재인과 각세우기…연일 정치권 맹공
수려한 외모·단호한 어법…충청대망론 기수

- 반 총장과 함께 충청대망론의 기수로 꼽힙니다. 반 총장과 차별화된 전략이 있으십니까.
▲ 대통령은 영남·호남·충청의 지역적 대표성만 가지고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저는 김종필 총재, 이회창 총재 등 우리 충청도를 대표했던 선배정치인들의 좌절과 비애를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지역주의 정치로는 충청도가 절대 1등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연고에 입각해 정치하는 것을 국민들은 바라지 않습니다. 국민의 삶과도 맞지 않습니다. 저는 도지사 선거에서 도민 여러분께 늘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한민국 지도자로 성장해 보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저는 제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 더민주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 현존하는 정치인 중 가장 신뢰하는 선배입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고, 인품도 훌륭해 국민들의 높은 지지와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도 저만의 포부가 있고 저의 도전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사랑과 지지는 늘 널리 퍼져 있습니다. 입후보한 사람들은 자기의 소신과 비전을 밝히면 된다고 봅니다. 최종 결정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 다른 대선 후보들과 비교해서 안 지사님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시대마다 요구하는 리더십은 다릅니다. 촛불광장서 국민들은 낡은 20세기 체제와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을 명령했습니다. 저는 지난 두 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안녕 박정희, 안녕 박근혜’를 외치며 낡은 20세기와의 결별을 외쳤습니다.

아울러 지역주의, 이념갈등, 패거리 정치와 결별하며 안희정 만의 정치를 보여 왔습니다.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기 위해 국민들의 힘을 모으고 시대교체의 과제를 실천할 사람은 제가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 남경필 경기지사와 공약연대를 선언하셨습니다. 동시에 수도 이전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 핵심은 미완성 상태인 세종시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세종시는 성능을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미완성 상태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착수한 이후 행정수도는 관습법 논란과 세종시 수정안 파동을 겪으며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세종시는 출범 4년차를 맞이했지만 정부 부처의 3분의 2만 이전한 상황입니다. 청와대, 국회 등 정치권력은 물론 외교부 국방부 등 외치기관까지 아직 서울에 남아 있습니다. 돈과 권력이 서울에 다 모여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정치행정과 경제 권력의 분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와 청와대라는 상징적인 기관이 이전하면 실질적으로 정치과 경제가 분리돼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우리나라는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견지해야할 외교적 자세는 무엇입니까.
▲ 이제까지 대한민국 안보·외교·통일 전략은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전략적 플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부상, 헤게모니를 놓칠 수 없는 미국,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핵 미사일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제1과제는 안보·외교·통일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일입니다. 여기에 다른 이념이나 정파적 계산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야당 동의가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대북정책이든 G2 체제에서 안보·외교 전략이든 우리는 통일된 국론을 모으기 위해 현명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 ‘정경유착’ ‘정언유착’ 등 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 부와 권력의 쏠림을 막고, 사람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점점 더 부의 대물림과 교육의 대물림이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에게 과도한 권력과 부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권력과 부를 분산시켜야 합니다.

권력이 민주적 통제 하에 감시를 받도록 하고 부의 분배와 재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는 경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직업이 무엇이든, 교육정도에 상관없이 국민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공정한 사법 질서와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페이스메이커‧차차기?…"목표는 올해!"
“촛불민심 받들어 정권교체에 앞장”

- 지사님께서는 현재 문재인-반기문 양자구도로 흐르고 있는 대선판을 뒤집을 카드가 있으십니까.
▲ 역사·시대가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신인이라고 한다면 짧을 수 있겠지만, 지방정부 운영과 평생을 국민의 안위를 위해 걸어온 저의 삶에 근거해 새로운 기적을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국민들께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탄핵문제에 집중해 주셨습니다.


이제 다음 정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에 대해 각 당이 경선 절차에 돌입해야만 어떤 후보를 고를지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 현재의 지지율은 참고사항을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정될 수 있는 어떤 결정적 구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올해 대선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십니까.
▲ 그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시대를 교체하라는 촛불광장의 민심을 받들면 됩니다. 그러나 야당이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 명령은 야권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시대교체를 하라는 것입니다.

작은 이익에 집착해 야권을 분열시키고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입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개헌론, 반문연대, 제3지대론의 꼼수에 대해 국민들은 그 본의를 알고 있습니다. 결코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야권은 오직 촛불광장의 민심을 받들어 힘 모아 정권교체, 시대교체에 앞장서야 합니다.

- 지사님께서는 명분 없는 정치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셨습니다. 지사님이 생각하는 명분있는 정치란 무엇입니까.
▲ 대의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단결을 하거나 반문연대, 비문연대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대의명분이 분명해야 합니다. 경기에 이기기 위해 이합집산하는 것은 좋은 정치가 아닙니다. 누구와 힘을 모으고 단결하려면 그 단결이 국민들이 볼 때 어떠한 공익의 가치를 가지고 단결하는 것인지 분명해야만 좋은 정치가 될 수 있습니다.

- 안 지사님께서는 손학규 전 고문에게 정계 은퇴를 촉구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원칙과 상식이라는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벗어난 행보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특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손학규 전 대표의 정치 행보는 원칙과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거스른다면 이는 촛불민심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을 기회로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 일각에서는 안 지사님께서 더민주 잠룡 중 ‘표 확장성’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저는 끊임없이 ‘안희정표 통합정치’를 주창해 왔습니다.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실천해 왔습니다. 안희정의 승리가 아니라 당의 승리,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되자고 주장했고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바로 이것의 저의 전략입니다. 승자와 패자, 내편과 네편을 나누는 정치가 아니라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정권 교체를 이룰 것입니다.


- 지사님께서 바라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입니까.
▲ 억울한 일 없고 안전하며 풍요를 누리는 나라입니다. 국가는 세 가지만 잘하면 됩니다. 첫째, 국민들이 돈 없고 배경이 없다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둘째,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안전한 나라가 돼야 합니다.

셋째,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물적 토대가 갖춰지고, 창의와 노력으로 마음껏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면 국민들은 엄청난 힘을 분출할 것이며 대한민국이 새로운 도약을 하도록 만들어 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설을 맞아 일요시사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는 새해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국민들께 말씀 드리고 선택을 받겠습니다. 지난 7년간의 도정을 통해 충남 도민들의 신뢰를 받고 충분히 능력을 보여드렸습니다. 촛불 민심의 명령에 따라 낡은 20세기를 끝내고, 시대교체를 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저의 포부를 자세히 설명 드리고 선택 받고 싶습니다.
 

<shs@ilyosisa.co.kr>

 

[안희정 도지사는?]

▲고려대학교 철학 학사
▲노무현 대통령후보 비서실 정무팀장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
▲민주당 최고위원
▲제36대 (민선5기) 충청남도지사
▲제37대 (민선6기) 충청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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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