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7) 매복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09:59:17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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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색에 푹 빠진 대장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경주에 있을 때도 여자 문제로 여러 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었다. 여자가 반반하다 싶으면 임자가 있건 없건 가리지 않고 집적대고 들이대다 종국엔 반 강제적으로 취하고는 했었다. 그러한 일을 쉬쉬하고 넘어간 데에는 차마 부끄러워 감추고자 했던 장인인 김춘추의 역할이 지대했었다. 

“여하튼 명심하세요.”

“무엇을 말이오?”“이곳은 경주가 아니고, 당신은 성주라는 점 말입니다.”

“그를 모를 리 있겠소.”“그리고 하나 더요.”

“뭐요?”


“이곳이 백제군과의 최전방이니 만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세요. 계집에 눈독 들이지 말고.”

고타소의 서슬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하는 품석의 표정이 영 떨떠름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백제군의 침입에 대비해서 군사 훈련을 강화하는 중이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훈련하던 중 한날 저녁 품석이 전과는 다른 훈련을 지시했다.

성을 방어하는 훈련 중 하나로 성 밖에서 적의 침입에 대비한 매복 훈련이었다.

그를 위해 모척, 용석, 검일, 죽죽 등 네 명의 사지들에게 병력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가 여러 지점에 분산해서 매복하라 지시했다.

아울러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자신의 순찰에 대비해 경계를 엄히 하라 덧붙였다.


군사들이 사지들의 인솔 하에 성 밖으로 나가자 성루에서 그를 바라보던 품석이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는 급히 성 안의 모처로 움직였다.

마치 제집 찾아가듯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가기를 오래지 않아 얼기설기 짜 놓은 대문이 있는 한 허름한 집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하다 당당하게 대문을 밀치고 들어가 방을 향해 기침을 해댔다.

잠시 후 불이 꺼지면서 한 여인, 애랑이 나와 품석을 맞이했다.

“제 서방은!”

“걱정하지 말게. 내일 아침까지 성 안에는 얼씬도 하지 못할 터이니.”

애랑이 품석의 팔짱을 끼고 급히 방으로 안내했다.

“불은 켜는 게 좋지 않겠는가?”

“혹시 그림자라도 비칠까봐 그러하옵니다.”

“이 야심한 시간에 누가 찾아오겠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그러면 어서 켜게. 그래야 자네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애랑이 어둠 속에서 꼼지락거리기를 잠시 호롱불이 켜졌다.

순간 품석이 애랑에게 달려들어 품에 안았다.

급작스런 품석의 행동에 잠시 머뭇거리던 애랑이 이내 그의 목을 휘감았다.

“성주님, 보고 싶었어요.”

“성주님이 뭐냐, 이것아.”

“그러면요.”


“단 둘이 있을 때는 서방님이라 부르라 하지 않았느냐.”

“그래도.”

“뭐가 어떻다는 말이냐?”

“아직은 서방님의 아낙이 아니잖아요.”

품석이 대답 대신 양팔을 애랑의 허리로 가져가서는 으스러져라 힘을 주었다. 애랑의 입에서 단내가 흘러나왔다.

“술 한잔하시지 않고요?”

애랑과 사랑 나누는 품석
군기문란 병사 군율로 처리?

“술보다 너를 먼저 먹어야겠다. 너를 먹고 술 마시고. 긴긴밤 다하도록 먹고 또 먹자꾸나.”

“저를 어찌 먹는데요?”

“몰라서 묻느냐. 오늘은 앞으로, 뒤로, 옆으로, 또 앉아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너를 먹을 것이니 각오해라.”

“서방님이 드시면 저야 좋지요.”

애랑이 콧소리를 내고는 품석의 옷을 벗기자 품석 역시 서둘러 애랑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애랑의 겉옷을 벗기고 나니 곧바로 알몸이 드러났다.

애랑의 나신을 바라보며 품석이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방님 드시기 편하도록 속곳은 입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애랑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곧바로 하나로 엉키어 뒹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자 두 사람이 동시에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어 애랑이 일어나 방구석에 준비해두었던 상을 중앙으로 가져왔다.

“서방님, 혹여 사지가 눈치 채면 어떡해요.”

애랑이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술을 따랐다.

“눈치라, 하면 그 전에 자네를 먼저 내 색시로 만들어야겠지. 그리고 그동안 자네를 먹는데 정신 팔려서 미처 물어보지 못했는데 그런 놈을 어떻게 서방으로 들이게 되었는가?”

애랑이 답에 앞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 늦게 서방님을 만난 죄지요.”

“그 이야기는?”

말을 함과 동시에 품석이 애랑을 끌어당겨 자신의 다리위에 올려놓고 양팔로 가녀린 허리를 감쌌다.

“워낙에 가진 것 없는 집에서 태어났지요.”

“그러면 팔려왔다는 말인가?”

“부끄럽게도.”

채 말을 맺지 못한 애랑이 품석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백제의 침공에 대비한 훈련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훈련은 주로 밤에 그것도 야외에서 매복과 정찰을 반복하는 일 외에 다른 것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검일이 이끄는 부대는 항상 성에서 가장 먼 지역을 담당하곤 했다.

품석이 그날 밤도 애랑과 함께 뒹굴다 새벽녘이 되어 망루로 돌아왔다.

“성주님, 가시지요.”

품석의 최측근 막료인 서천이 마치 품석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가왔다.

“어떤가?”

“방금 전 모두 곯아떨어져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내처 달려오는 길입니다.”

“지금 가도 아무 이상 없겠지?”

“제가 누굽니까.”

서천이 히죽거리자 품석 역시 미소를 보이고는 앞장섰다.

품석이 성을 나와 순찰을 빌미로 가까운 곳부터 들러 각 부대의 지휘자인 사지들을 대동하고는 검일이 지휘하는 부대로 이동했다.

검일이 매복하고 있는 지역에 도착하자 경계 근무자의 흔적은 아예 없고 여기저기 코 고는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가르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노여움에 가득 찬 품석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소장이 알아보겠습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강직한 성품을 지닌 죽죽이 앞으로 나서자 곁에 있던 서천이 뒤를 따랐다.

그들이 앞장서기를 잠시 서천의 고함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품석 일행이 서둘러 현장에 도착하자 죽죽이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 검일을 깨우는 중이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품석의 외마디 소리가 새벽하늘에 울려 퍼졌다.

마치 그 소리가 신호라도 된 듯 여기저기서 희뿌연 물체들이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이 사람아, 근무 중에 이게 무슨 일인가?”

곁으로 다가선 용석이 혀를 차며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검일을 추슬렀다.

“내 이놈을 당장!”

품석이 말을 함과 동시에 칼을 뽑아들었다.

“성주님!”

모척이 급히 앞으로 나서며 막아섰다.

“왜 그러느냐?”

“정신이라도 차린 연후에 군율에 따라 처리하심이 가당한 줄로 아룁니다.”

“군율에 따르면 어찌 되느냐?”

“물론 현장에서 참형에 처할 수도 있으나….”

“그러면 되었지, 무슨 말이 필요한가.”

“뭔가 석연치 않아 그럽니다.”

“석연치 않다니.”

“한두 사람도 아니고 부대 전체가 이 지경에 처하게 된 데에는 사정이 있을 듯합니다.”

“뭐라!”

“그렇습니다, 성주.”

찬찬히 상황을 살피던 용석이 다가섰다.

“그러시지요. 일단 성으로 돌아가서 이 사태에 대한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시고 처벌은 그 후에 내려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죽죽 역시 품석 곁으로 다가서며 거들었다.

품석이 주위에 모여든 사지들의 표정을 살피고는 검일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정신이 들지 않았는지 자세를 바로잡지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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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