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살인 잔혹·엽기 범죄 급증 내막 <긴급진단>

참을忍 사라진 대한민국…참을 수 없는 ‘살인의 추억’

최근 잔인하고 엽기적인 수법의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살해하는가 하면,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내다버리는 패륜범죄도 멈추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무너져 내린 흉악 범죄의 홍수 속에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대한민국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이다. 참을忍이 사라진 대한민국.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최근 엽기적 살인사건 잇따라 터져 문제 심각 
존속살인은 물론, 홧김에 사람 죽이는 일 많아

살인사건에서 잔혹성이 가장 심하게 드러나는 범죄 유형은 패륜범죄라 할 수 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등 최소한의 도덕성을 포기한 이런 살인사건은 살인 그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고, 사체를 유기하거나 훼손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또 최근에는 아내와 남편, 동거녀와 동거남, 여자친구와 남자친구 등 사랑이라는 감정이나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 발생 빈도도 매우 높다.

최근에는 존속살인의 유형도 달라져 관심을 끈다. 예전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존속살해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진로·이성교제 등 통상적 수준의 갈등이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10대 중학생의 일가족 방화 살인사건도 이 같은 경우다. 자신이 원하는 예술고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진 아들이 이에 분노를 느끼고 집에 불을 질러 부모와 여동생, 할머니 등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것. 당시 범행을 저지른 중학생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큰 사건인지 몰라 국민들에게 더욱 충격을 줬다.

잔혹 살인의 최고봉
존속살인, 유형 바뀌어

그런가 하면 올해 들어 이 같은 패륜범죄가 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김모(38)씨가 자신의 아버지(78)를 13층 높이에서 내던져 숨지게 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아버지가 무슨 큰 잘못을 했기에 13층 높이에서 내던지는 극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았냐는 것.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전에도 강도강간, 특수절도 등 14차례의 전과가 있었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김씨는 평소 아버지와 자주 다퉜고, 이날도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아버지와 다툰 후 둔기로 아버지를 때린 뒤 아파트 복도로 피한 아버지를 뒤쫓아 가 밖으로 던져버린 것.

특히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죽여 달라고 해서 아파트 밖으로 던졌다"고 말해 충격을 줬고,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르고도 자신 명의의 통장 등을 가방에 챙겨 도망가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같은 달 13일 은평구에서는 머리를 염색했다고 꾸짖는 아버지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양모(35)씨는 염색한 자신의 머리를 보고 꾸짖으며 뺨을 때린 아버지(67)의 머리를 목검으로 가격해 살해했다. 이후 사체 처리에 고심하던 양씨는 16일 경기도 화성시 공터에서 드럼통에 휘발유를 넣고 사체를 불태우는 잔인성을 보였다.

패륜범죄 스트레스 탓?
사회적 불안감 분노 불러

전문가들은 가족을 대상으로 한 패륜범죄가 급증한 것에 대해 가족 내부보다는 사회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확대 등 외부환경 변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가족생활 만족도 등 사회 지표를 보면 최근 들어 가족관계가 약화됐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고, 대신 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이런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부에서 스트레스가 주어질 때 인간은 주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불만을 표출하게 되고 가족 구성원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으로 이런 불만을 듣고도 완충시키지 못하면 느꼈던 분노가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로 유명한 표창원 교수 역시 "스트레스가 만연한 상태에서 가족 내에 중재자가 없거나 대화를 통한  해결 능력이 떨어지면 갈등이 증폭되고 감정이 폭발하면서 충동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동기에 학대를 당한 자녀가 성인이 돼서도 부정적 상황에 부닥치면 그 탓을 부모에게 돌리면서 앙갚음 심리가 작용해 존속 살해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지적이 있어 섬뜩하다.

문제가 이 같이 심각해지자 가족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족 내부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뜨겁다.
존속살인, 패륜범죄는 악순환으로 계속될 수 있으므로 이고리를 끊으려면 경찰과 이웃, 상담기관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잔혹살인 대상
가족만이 아니야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잔혹한 살인의 대상이 가족뿐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최근 범죄 동향을 살펴보면 홧김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살해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알고 지냈던 친구나 지인을 한 순간의 분노 때문에 살해하기도 한다.

존속살인, 패륜살인이 가정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정 내에서 풀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 발생했다면, 이 같은 홧김 살해나 잔혹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23일 "말투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신원을 알 수 없는 10대 여성을 폭행하고 살해한 뒤 사체를 내다버린 조모(17·여)양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양은 속칭 보도방을 운영하며 노래방 도우미 등을 하며 지냈고, 2살 아래의 남동생과 동생친구 등 5명과 합세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피해자를 자신들의 모임에 포섭하려다 실패한 뒤 "말투가 건방지다. 나이도 어린데 왜 반말 하느냐"며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어 같은 달 31일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는 주점에서 술을 마신 후 여종업원과 다투다 홧김에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46)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내렸다. 

우울증도 범죄에 한 몫, 스트레스 줄여야 해 
한국인 특유 심리구조 탓? 정신과적 접근 필요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9월3일 오전 4시께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서 주점 종업원 황모(62·여)씨가 자신을 무시하며 욕을 하자 홧김에 황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경남 함양군의 한 야산에 묻은 혐의로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별것 아닌 이유로 잔혹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도 항상 화를 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를 제어할 시스템이 없어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이르렀고, 이 때문에 평범한 사람도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억누르기만 하면 한 번에 분노가 표출되면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

또 일각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질병인 화병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서양인들은 기분이 나쁠 때 울적해 하는데 비해 한국인들은 분노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국인들이 화를 내는 심리구조가 정신적 문제를 짜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이로 인해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한 번에 화가 폭발하거나 분노가 치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

나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화를 내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새롭게 편집하는 버릇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상사나 동료의 아무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나를 업신여기는 무례한 말투라고 해석해 버리면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나를 계속 무시한다면 나도 앙갚음을 하겠어라는 충동적 스토리를 완성하게 된다고.

마지막으로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신병적인 측면에서의 접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사회에 들어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이 늘고 있으며, 나아가 정신분열증이나 환청, 환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이들은 치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 순간 방심하게 되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 컨디션 조절을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방법이 있다면 타인과의 불화를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어느 한 순간의 실수로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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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