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쥐락펴락’ 잠룡들 비선조직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1:02:55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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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통령도…제2의 최순실 끼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조기 대선이 거론되는 가운데 잠룡들의 ‘비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민들은 혹시나 차기 대통령이 비선실세 의혹으로 탄핵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일요시사>는 잠룡들의 뒤에서 그들을 움직이는 비선들을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11일,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 대통령 후보자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사람 측에도 그런(비선) 사람들이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의도에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손 전 대표는 “지난 6번의 대통령 중 소위 실세 권력이 없었던 적이 없다”며 “노태우 때 고종사촌 처남 발철언씨, YS(김영삼) 때 아들 김현철씨, DJ(김대중) 때는 ‘홍삼’이라고 불린 3형제가 다 구속됐고, MB(이명박) 때는 형님 이상득씨, 박근혜 대통령은 형제가 없으니 비선 실세 최순실씨”라며 과거 사례에 대해 언급했다.

문고리 3철
그들은 누구?

그는 대통령이 갖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인해 비선 실세와 문고리권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비선은 과연 누구일까. 우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의 비선으로는 ‘3철(더민주 전해철 최고위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꼽힌다.

전 의원은 지난해 4·13총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아울러 당 지도부에 이름을 올리면서 전면에서 당을 이끌고 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2006년에는 민정수석을 지내며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민정비선과 시절에는 직속상관인 민정수석이 문 전 대표였다. 이때 맺어진 인연으로 문 전 대표의 핵심인사가 됐다. 아울러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다른 참모 출신 인사 8명과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키도 했다.

이밖에 양 전 비서관과 이 전 수석은 문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이던 시절 ‘비선’ 의혹이 일자 문 전 대표에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양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표가 대선 숨고르기에 들어간 지난해 6월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에 다녀왔다.

정치권에선 양 전 비서관의 동행을 두고 “문 전 대표가 그만큼 신뢰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문 전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국가비전을 제시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양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표의 책 출간 관련해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운명>이란 책으로 정치적으로 성장한 문 전 대표는 “뒤돌아보면 양 전 비서관이 저로 하여금 책을 쓰게 하고 제 등을 떠밀어서 저를 정치권으로 다가가게 했다”며 “제가 낸 <운명>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정치적으로 떴다”고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문 전 대표의 경남고 후배로도 알려진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1981년 부림사건 피의자로 구속됐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이후 자연스레 문 전 대표와는 정치적 동반자가 됐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서 불출마를 선언하며 현실정치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 문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의 또 다른 최 측근으로는 윤건영 전 청와대 비서관이 꼽힌다. 지난 대선서 비선 의혹이 일었던 윤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 그는 현재 서울 마포구 광흥창 사무실서 대선 베이스캠프를 꾸리며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원들 중에선 더민주 김경수 의원이 최측근으로 꼽힌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 의원은 참여정부서 연설기획비서관, 공보담당비서관 등을 맡았고, 이후엔 노무현재단 봉하사업 본부장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선 문 전 대표의 수행팀장을 맡으며 보좌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뒤에는 외교관 출신들이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의 인맥은 외교관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그 중 북미국 출신들이 핵심이라고 봐야한다”며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들이 캠프를 이끌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의 최측근 그룹으로는 김원수, 김숙, 윤여철 3인이 손꼽힌다.

북미국 출신
전면 나선다?

특히 윤여철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반기문의 남자’라고도 불렸다. 그는 북미국 서기관이던 지난 2001년 뉴욕 유엔본부에 파견돼 당시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을 맡았던 반 전 총장을 보좌했다. 반 전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오르자 미국으로 건너가 일정 등을 관리하면서 측근서 보좌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 2015년 10월 외교부로 복귀해 지난해 2월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일각에선 윤 비서관이 반 전 총장과 박 대통령간의 핫라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 분석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상황은 급변했고, 핫라인은 유명무실해졌다. 반 전 총장의 외무고시 동기 중 김숙 전 유엔대사는 반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 중 하나인 ‘박연차 23만달러 수수설’ 보도에 적극 대처한 인물로 알려진다.

외교부 출신으로 유엔대사와 국정원 1차장을 지낸 김숙 전 대사는 반 전 총장이 유엔으로 가기 전까지 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반 전 총장을 따라 유엔으로 가지 않고 외교부에 남아 업무를 보다가 현재 퇴임한 상태다.

또 다른 측근인 김원수 전 사무처장은 외교부 정책기획관, 대통령실 국제안보비서관과 외교통상비서관을 지냈다. 2006년 반 전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에는 외교부를 퇴직하고 유엔으로 자리를 옮겨 사무총장 비서실 차장, 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반 전 총장과 대소사를 상의하는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다. 이번 반 전 총장 귀국에는 함께하지 않고 당분간 뉴욕에 체류할 것으로 알려진다.

반 전 총장 측근은 크게 외교관과 범여권으로 나뉜다. 범여권 인사들 중에는 MB(이명박)정부 출신인사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MB정부서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학교 교수는 반 전 총장의 경제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따뜻한 시장경제’와 ‘진화된 자본주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를 중심으로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 “문도 비선실세” 여의도 풍문 진실은?
‘문고리 3철’ 뭐하나…각자 역할 수행 중

언론인 출신인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홍보와 정무를 맡으며 반 전 총장을 보좌하고 있다. 외교관 및 범여권 이외에 주목받는 반 전 총장 비선으로 거론되는 사람은 임덕규 백소회 회장이다. 임 회장은 반 전 총장과 막역한 관계로 알려진다.
 

그는 11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월간 디플로머시>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과는 46년째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 회장은 최 측근으로서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행보에 대해서 이야기해왔다.

지난 1일 그는 MBN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으로 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날 반 전 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신당 창당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힌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비선은 누구일까. 안 전 대표는 측근들과도 자주, 혹은 깊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서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을 비선으로 두고 있다는 의혹에 시달린 바 있다.

지난 2015년 8월, 더민주 금태섭 의원은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진심캠프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였다”며 안 전 대표의 핵심 자문으로 알려진 박경철 원장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박 원장은 캠프에 참여하면 ‘숨은 실세’라는 말을 들을 위험이 있어 ‘진심캠프’ 설립에만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금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실제로는 비선 역할을 하며 캠프에 관여했다.

금 의원은 “박 원장은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서 후보와 비공개 화합을 가지면서 선거운동의 모든 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원장이 처음에는 비공식조직을 부인했지만 은밀히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기모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당시 안 전 대표는 “박경철 원장은 조언자 중 한 사람”이라며 비선 논란에 선을 그었다. 현재 박 원장은 토크쇼에 간간이 출연하며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비선 논란
지지율 반등?


안 전 대표의 측근은 주로 ‘진심캠프’로 구성됐다. 진심캠프서 미래기획실장을 맡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 진심캠프서 대선정책공약집 <안철수의 약속> 집필을 주도한 국민의당 정책국장 등이 거론된다.
 

이태규 의원은 국회사무처 입법보좌관 출신으로 여의도연구원을 거쳐 지난 18대 대선에선 안철수 후보 진심캠프 미래기획실장을 맡았다. 이후 안 전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해 활동했다. 지난 2015년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동참해 국민의당 창당 준비실무기획단장을 맡으면서 당의 틀을 짜는 데 앞장섰다.

지난 2015년 2월부터 5월까지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아 총선전략을 담당키도 했다. 이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안 전 대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근으로 거론되는 박선숙 의원은 진심캠프서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안 전 대표를 지원했다. 이후 국민의당에 합류한 그는 국민의당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리베이트 파문’이 터지면서 수렁에 빠졌다. 최근 그에 대한 1심 판결이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 회복에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무죄 판결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저희들은 인고하고 견디면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렸다”며 “이제 국민이 평가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이 당내 요직에 복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당대회서 새롭게 구성될 지도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박 의원은 현재 안 전 대표의 대선캠프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철수 진심캠프 뒤에도…
외교라인 기름장어 보좌

제3지대 및 정계개편을 구상 중인 더민주 손학규 전 대표의 비선은 누구일까. 손 전 대표의 측근은 대부분 대표시절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선에 나설 당시 캠프서 일했던 사람들이 주목받는다.

더민주 김병욱 의원, 대표실 부실장을 역임한 고용진 의원, 김유정 대변인 등이 그의 대선 후보 캠프에 적극 참여한 인물로 꼽힌다. 아울러 대선 후보 경선 선대위 최전방서 일했던 측근으로는 당시 이남재 광주전남본부장과 강훈식 전략기획실장이 꼽힌다.
 

당시 캠프 내에선 ‘좌남재 우훈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남재 전 본부장은 손 전 대표 비서실 부실장, 동아시아미래재단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이낙연 전라남도지사 정무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다.

이 전 본부장은 지난 총선서 광주 북구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고배를 마셨다.

강훈식 의원은 손 전 대표 정무특별보좌관을 역임하고 지난 총선서 충남 아산시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총선 당시 손 전 대표는 강 의원의 선거 운동을 지지한 바 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김병욱 의원은 지난 2011년 4월 보궐선거 당시 손 전 대표가 분당을에 출마할 때 손 전 대표에 지역을 양보했다. 이후 지난해 4·13총선에선 김 의원이 분당을에 출마할 때 손 전 대표가 김 후보를 지원하면서 두 사람은 친분을 과시했다.

김 의원은 총선 전까지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최근 손 전 대표가 주도하는 국민협의체 성격의 국민주권개혁회의 합류 여부에 대해 김 의원은 “합류 여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지만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집단 탈당?
누가 있나

다른 손학규계인 이찬열 의원은 지난해 10월21일 더민주를 공식 탈당했다. 손 전 대표가 정계 복귀와 탈당을 선언한 이후 첫 동반 탈당이었다. 이 의원은 손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동반탈당한 데 이어 2009년 10월 재보궐선거 당시 손 전 대표가 수원 장안서 구원등판을 사양하고 선거지원에 나서면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면서 “일단 당 밖에 나가서 손 전 대표가 필요로 하는 일이 있을 때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겠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결국 손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다 모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원순의 무리수
촛불로 대통령 뽑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촛불공동정부론’의 실천방안으로 ‘촛불공동경선’을 제안했다.

그는 “촛불공동경선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과 시민사회 등 범야권이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을 통해서 야권 단일 후보를 선출하자는 것”이라며 “촛불광장에 수만 개의 투표소를 설치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공동정부의 후보 선출에 참여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촛불공동경선 주장
광장에 투표소 제안
서울대 폐지론 언급

일각에선 촛불경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지율 정체국면에 있는 박 시장이 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교육비전토론회’에 참석해서는 “서울대에서부터 서열화된 입시지옥에서는 학생은 물론 부모, 교사들도 행복할 수 없다”며 “프랑스 통합국립대처럼 국공립대학교 통합 캠퍼스를 구축하면 지방 국공립대학교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워낙 논란의 여지가 많고, 이미 여러 정치인이 꺼내든 카드인 ‘서울대 폐지론’을 박 시장이 끌고 나온 의도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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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